[뉴스 따라잡기] ‘소금물 관장’으로 암 치료?…5살 아이 숨져

입력 2017.04.12 (08:33) 수정 2017.04.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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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소아암에 걸린 5살 짜리 아이를 둔 아버지의 심정.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겠죠.

이런 아버지에게 치유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민간요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접근했습니다.

45일 만에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에 일단 아이를 맡겼는데, 불과 2주 뒤 아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치유원에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소금물 관장'입니다.

지금도 자신들의 치료법이 현대 의학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주택가.

허름한 건물에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문구가 어지럽게 붙어 있습니다.

효소와 자연 요법으로 면역력을 키워 말기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곳입니다.

<녹취> “몸도 많이 좋아졌고 그래서 그런 치료 하면서 45일이 다 지나갔습니다. 갔는데 해본 결과는 좋은 몸을 가지게 되었고…….”

치유원이라는 이곳의 원장은 마치 자신만의 항암 치료 비법을 가진 것처럼 자신만만해 합니다.

<녹취>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원래대로 가지고 있는 암세포 찌꺼기가 다 없어집니다.”

말기 암을 단 45일 만에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었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A 모 씨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지난 2월 이곳을 찾았습니다.

소아암으로 4년간 투병 중인 5살 아들을 둔 아버지였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병원에서 더 안 좋아질 거라고 얘기를 해서 인터넷을 막 찾아보고 하다가 45일이면 다 고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서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오라고 고칠 수 있다고 무조건 100% 고칠 수 있다고 오라고 해서 내려가게 됐습니다.”

원장은 45일 안에 아들을 살려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단식을 한다고 해서 저희가 단식을 왜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어요. ”단식해야 암세포가 멈춘다. 무조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면 45일 만에 살 수 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100% 고칠 수 있다. 45일이면 100% 고친다.”

원장의 치료법은 특이했습니다.

하루에 먹는 거라곤 물과 소금 조금, 그리고 원장이 제조한 효소가 전부였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풍욕이라든가 그 계획이 다 짜여 있다더라고요. 된장 찜질, 냉·온탕이라고 해서 차가운 물 들어갔다가 뜨거운 물 들어갔다가 이런 것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많이 했나 봐요.”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며 하루에 두 번, 소금과 커피물로 관장을 했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소금(물 관장)과 커피(물 관장)하면서 오전에 소금(물 관장)하면 오후에 커피(물 관장)하고 이런 식으로 한 거 같아요.”

관장을 할 때마다 아빠를 찾으며 괴로워하던 아이,

치료를 받으러 간 치유원에서 입소 14일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병원에서)어떻게 아이가 지금까지 이렇게 있었냐고. 피검사에서 피도 잘 안 나오고 일단 피검사 했을 때 백혈구, 적혈구 수치가 0이라고 하더라고요.”

치유원에 들어와 건강이 악화됐다는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59살 유방암 환자도 A씨의 아들과 같은 치료를 받았는데, 마비 증상이 왔습니다.

<녹취>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처음에 입소했을 때는 의식도 있었고 어느 정도 신체 거동도 됐는데 퇴소해서는 지금 한 쪽 신체가 마비됐고 말을 지금 못하는 상황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원장 부부는 이런 식으로 암을 치료한다며 45일 코스에 1천여만 원, 보름 일정에 5백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소금물 관장, 커피물 관장, 그리고 배 복부에 된장 찜질 그리고 풍욕, 그리고 자기네들이 만든 효소. 말기암 환자들이 왔고요. 중풍이나 뇌졸중도 더러 있었던 거로 보입니다.”

원장 부부는 30년 동안 세탁소를 하다가, 치유원 문을 열었습니다.

의사 면허와 전문 지식은 전무합니다.

<녹취>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아내가 유방암 기운도 약간 있었고 뇌지주막하, 당뇨 이런 게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효소 단식 같은 걸 시켜보니까 그게 다 치유가 됐답니다. 그래서 그런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면서 세탁소를 접고 치유원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민간요법이 근거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이진수(前국립암센터 원장) : “몸에 노폐물이 쌓여서 그걸 관장하면서 없앤다고 해서 암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든요. 약에 장이 천공이 됐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복막염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원장 이 씨와, 불구속 입건된 부인은 여전히 자신만만해 합니다.

현대 의학을 비판하고.....

<녹취> 원장 아내(음성변조) : “현대 양의사들은 암 못 치거든요. 전부 수술해서 수술해서 죽은 게 아니고 사람이 약해져서 (죽는 거예요.) 그런데 단식은 몸이 살아나거든요.”

취재진에게 소금물 관장을 권하기도 합니다.

<녹취> 원장 아내(음성변조) : “아가씨 같은 경우는 피부가 탄력이 바로 생겨요. (탄력은) 올라가면서 체중은 빠지죠.”

원장 부인은 아이가 숨진 책임을 환자 부모에게 물었습니다.

<녹취> 원장 아내(음성변조) : “아이가 너무 쇠약해서 죽을 아이니까. 여기서 죽으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죽을까 봐 가라 그랬어요. 가라 그랬는데 엄마가 매달렸잖아. 치료비를 받은 게 아니고 생활비예요. 내가 번 돈이 없잖아요. 불 때고 방도 줘야 하고.”

아이 상태가 나빠진 건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자기 덕분에 하루만 살 거를 15일이나 더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유방암 환자의 경우에도 치유를 받지 않았으면 벌써 사망했을 텐데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고 자기 치유법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원장 이 씨 부부의 불법 의료 행위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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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소금물 관장’으로 암 치료?…5살 아이 숨져
    • 입력 2017-04-12 08:39:50
    • 수정2017-04-12 09: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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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소아암에 걸린 5살 짜리 아이를 둔 아버지의 심정.

병원에서도 치료가 어렵다고 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마음이겠죠.

이런 아버지에게 치유원 원장이라는 사람이 민간요법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접근했습니다.

45일 만에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에 일단 아이를 맡겼는데, 불과 2주 뒤 아이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치유원에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소금물 관장'입니다.

지금도 자신들의 치료법이 현대 의학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지,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대구의 한 주택가.

허름한 건물에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문구가 어지럽게 붙어 있습니다.

효소와 자연 요법으로 면역력을 키워 말기암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곳입니다.

<녹취> “몸도 많이 좋아졌고 그래서 그런 치료 하면서 45일이 다 지나갔습니다. 갔는데 해본 결과는 좋은 몸을 가지게 되었고…….”

치유원이라는 이곳의 원장은 마치 자신만의 항암 치료 비법을 가진 것처럼 자신만만해 합니다.

<녹취>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하면 원래대로 가지고 있는 암세포 찌꺼기가 다 없어집니다.”

말기 암을 단 45일 만에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었습니다.

경기도에 사는 A 모 씨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지난 2월 이곳을 찾았습니다.

소아암으로 4년간 투병 중인 5살 아들을 둔 아버지였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병원에서 더 안 좋아질 거라고 얘기를 해서 인터넷을 막 찾아보고 하다가 45일이면 다 고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서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오라고 고칠 수 있다고 무조건 100% 고칠 수 있다고 오라고 해서 내려가게 됐습니다.”

원장은 45일 안에 아들을 살려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단식을 한다고 해서 저희가 단식을 왜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어요. ”단식해야 암세포가 멈춘다. 무조건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면 45일 만에 살 수 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100% 고칠 수 있다. 45일이면 100% 고친다.”

원장의 치료법은 특이했습니다.

하루에 먹는 거라곤 물과 소금 조금, 그리고 원장이 제조한 효소가 전부였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풍욕이라든가 그 계획이 다 짜여 있다더라고요. 된장 찜질, 냉·온탕이라고 해서 차가운 물 들어갔다가 뜨거운 물 들어갔다가 이런 것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많이 했나 봐요.”

노폐물을 빼내야 한다며 하루에 두 번, 소금과 커피물로 관장을 했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소금(물 관장)과 커피(물 관장)하면서 오전에 소금(물 관장)하면 오후에 커피(물 관장)하고 이런 식으로 한 거 같아요.”

관장을 할 때마다 아빠를 찾으며 괴로워하던 아이,

치료를 받으러 간 치유원에서 입소 14일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녹취> 피해 아동 아버지(음성변조) : “(병원에서)어떻게 아이가 지금까지 이렇게 있었냐고. 피검사에서 피도 잘 안 나오고 일단 피검사 했을 때 백혈구, 적혈구 수치가 0이라고 하더라고요.”

치유원에 들어와 건강이 악화됐다는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59살 유방암 환자도 A씨의 아들과 같은 치료를 받았는데, 마비 증상이 왔습니다.

<녹취>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처음에 입소했을 때는 의식도 있었고 어느 정도 신체 거동도 됐는데 퇴소해서는 지금 한 쪽 신체가 마비됐고 말을 지금 못하는 상황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원장 부부는 이런 식으로 암을 치료한다며 45일 코스에 1천여만 원, 보름 일정에 5백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소금물 관장, 커피물 관장, 그리고 배 복부에 된장 찜질 그리고 풍욕, 그리고 자기네들이 만든 효소. 말기암 환자들이 왔고요. 중풍이나 뇌졸중도 더러 있었던 거로 보입니다.”

원장 부부는 30년 동안 세탁소를 하다가, 치유원 문을 열었습니다.

의사 면허와 전문 지식은 전무합니다.

<녹취>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아내가 유방암 기운도 약간 있었고 뇌지주막하, 당뇨 이런 게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효소 단식 같은 걸 시켜보니까 그게 다 치유가 됐답니다. 그래서 그런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면서 세탁소를 접고 치유원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민간요법이 근거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이진수(前국립암센터 원장) : “몸에 노폐물이 쌓여서 그걸 관장하면서 없앤다고 해서 암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든요. 약에 장이 천공이 됐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복막염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원장 이 씨와, 불구속 입건된 부인은 여전히 자신만만해 합니다.

현대 의학을 비판하고.....

<녹취> 원장 아내(음성변조) : “현대 양의사들은 암 못 치거든요. 전부 수술해서 수술해서 죽은 게 아니고 사람이 약해져서 (죽는 거예요.) 그런데 단식은 몸이 살아나거든요.”

취재진에게 소금물 관장을 권하기도 합니다.

<녹취> 원장 아내(음성변조) : “아가씨 같은 경우는 피부가 탄력이 바로 생겨요. (탄력은) 올라가면서 체중은 빠지죠.”

원장 부인은 아이가 숨진 책임을 환자 부모에게 물었습니다.

<녹취> 원장 아내(음성변조) : “아이가 너무 쇠약해서 죽을 아이니까. 여기서 죽으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죽을까 봐 가라 그랬어요. 가라 그랬는데 엄마가 매달렸잖아. 치료비를 받은 게 아니고 생활비예요. 내가 번 돈이 없잖아요. 불 때고 방도 줘야 하고.”

아이 상태가 나빠진 건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김정식(대구북부경찰서 지능팀장) : “자기 덕분에 하루만 살 거를 15일이나 더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유방암 환자의 경우에도 치유를 받지 않았으면 벌써 사망했을 텐데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고 자기 치유법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원장 이 씨 부부의 불법 의료 행위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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