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인슐린 한 병에 ‘35만 원’…생사기로 선 환자들

입력 2019.11.06 (18:08) 수정 2019.11.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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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전 세계 사망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 준비하셨다고요?

[답변]

네. 2016년 기준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60만 명에 달했다고 하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해 발병하는 당뇨병은, 각종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등 합병증을 동반하는 무서운 질환인데요.

미국에선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수인 '인슐린'을 사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사연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차례로 내립니다.

발길이 향하는 곳은 한 대형 약국인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 손에 들린 물건이 모두 똑같습니다.

["34달러(약 4만 원) 냈어요. (인슐린은 본인 건가요? 아니면 자녀 것인가요?) 제 아들이요."]

사실 이들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들로, 인슐린을 사기 위해 캐나다에 온 건데요.

남미 이민자 행렬을 뜻하는 캐러밴(Caravan)에 빗대 '인슐린 캐러밴'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앵커]

인슐린 때문에 국경을 넘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혹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건가요?

[답변]

인슐린이 부족해서는 아니고요,

가격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인슐린 10mL 한 병에 3백 달러, 약 35만 원인데요.

캐나다에선 반의반 값도 안 됩니다.

한 제약회사의 인슐린입니다.

미국에서 3백 달러에 팔리는 이 제품, 캐나다에선 얼마일까요?

22달러, 2만 5천 원입니다.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은 무려 1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선 인슐린을 처방전 없이도 살 수가 있는데요.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캐나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앵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슐린 가격이 대체 얼마나 오른 건가요?

[답변]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로 준비해봤는데요.

지난 2001년에 약 35달러였던 인슐린, 지금은 3백 달러에 육박합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천%(퍼센트) 이상 오른 셈입니다.

인슐린 가격 상승은 결국, 환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는데요.

특히 평생 인슐린을 투약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비싼 약값과 치료비로 가정이 무너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실제로, 제1형 당뇨병 환자가 일 년 동안 인슐린을 사는 데 쓰는 비용은 2012년 평균 330만 원에서 2016년엔 평균 660만 원으로, 2배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1형 당뇨병 환자 : "제가 인슐린을 사지 못하니까 여동생이 본인 것을 나눠 줬어요. 여동생 목숨 값인 거죠. 너무 비싼 가격이 이렇게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현재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은 약 125만 명.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 5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인슐린을 발견한 캐나다 출신 과학자는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쓰라며 단돈 1달러에 특허를 넘겼는데요.

인슐린 가격이 이렇게까지 치솟은 이유가 뭔가요?

[답변]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인슐린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약회사에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 인슐린 공급은 제약업체 3곳이 독점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들이 인슐린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해도 규제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환자들은 제약회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는데요.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인슐린 한 병당 생산 비용은 불과 5달러입니다.

[캐시 세고/아들이 당뇨병 환자 : "얼마나 많은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나요?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해보세요. 인슐린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그 욕심 때문에, 저는 제 아들을 잃을 뻔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인슐린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매출액으로 따지면 거의 절반이 넘습니다.

한 제약회사의 경우, 미국에서 인슐린을 팔아 버는 돈이 하루에만 천5백만 달러, 1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환자와 가족들은 제약회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건데요.

관련 업체들의 입장은 뭔가요?

[답변]

해당 제약회사들은 관련 보도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슐린 가격이 올라도 순수익은 오히려 매년 감소하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요.

또, 한 제약업체는 자사 인슐린을 처방받는 환자의 95%가 한 달에 100달러(약 12만 원) 정도를 쓴다며, 제기된 주장들은 거짓이라고 전했습니다.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은 결국, 수십만 원을 주고 인슐린을 처방받거나 아니면 장시간 버스를 타고 캐나다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진데요.

최근엔, 온라인에서 인슐린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입니다.

[파타 난디/박사 : "품질 확인이 안 되죠. 내가 제대로 된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민간 주도로 인슐린을 자체 개발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데요.

당뇨병 환자들이 생사기로에 서 있는 동안, 미 정부와 의회는 여전히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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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인슐린 한 병에 ‘35만 원’…생사기로 선 환자들
    • 입력 2019-11-06 18:13:42
    • 수정2019-11-06 18:34:16
    통합뉴스룸ET
[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전 세계 사망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 준비하셨다고요?

[답변]

네. 2016년 기준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60만 명에 달했다고 하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해 발병하는 당뇨병은, 각종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등 합병증을 동반하는 무서운 질환인데요.

미국에선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수인 '인슐린'을 사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사연인지 먼저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차례로 내립니다.

발길이 향하는 곳은 한 대형 약국인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들 손에 들린 물건이 모두 똑같습니다.

["34달러(약 4만 원) 냈어요. (인슐린은 본인 건가요? 아니면 자녀 것인가요?) 제 아들이요."]

사실 이들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들로, 인슐린을 사기 위해 캐나다에 온 건데요.

남미 이민자 행렬을 뜻하는 캐러밴(Caravan)에 빗대 '인슐린 캐러밴'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앵커]

인슐린 때문에 국경을 넘는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혹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건가요?

[답변]

인슐린이 부족해서는 아니고요,

가격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인슐린 10mL 한 병에 3백 달러, 약 35만 원인데요.

캐나다에선 반의반 값도 안 됩니다.

한 제약회사의 인슐린입니다.

미국에서 3백 달러에 팔리는 이 제품, 캐나다에선 얼마일까요?

22달러, 2만 5천 원입니다.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은 무려 1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겁니다.

게다가, 미국과 달리 캐나다에선 인슐린을 처방전 없이도 살 수가 있는데요.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캐나다로 향하고 있습니다.

[앵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인슐린 가격이 대체 얼마나 오른 건가요?

[답변]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그래프로 준비해봤는데요.

지난 2001년에 약 35달러였던 인슐린, 지금은 3백 달러에 육박합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천%(퍼센트) 이상 오른 셈입니다.

인슐린 가격 상승은 결국, 환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는데요.

특히 평생 인슐린을 투약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비싼 약값과 치료비로 가정이 무너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실제로, 제1형 당뇨병 환자가 일 년 동안 인슐린을 사는 데 쓰는 비용은 2012년 평균 330만 원에서 2016년엔 평균 660만 원으로, 2배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제1형 당뇨병 환자 : "제가 인슐린을 사지 못하니까 여동생이 본인 것을 나눠 줬어요. 여동생 목숨 값인 거죠. 너무 비싼 가격이 이렇게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현재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은 약 125만 명.

전문가들은 2050년이 되면 5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앵커]

인슐린을 발견한 캐나다 출신 과학자는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쓰라며 단돈 1달러에 특허를 넘겼는데요.

인슐린 가격이 이렇게까지 치솟은 이유가 뭔가요?

[답변]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인슐린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약회사에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 인슐린 공급은 제약업체 3곳이 독점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들이 인슐린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해도 규제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환자들은 제약회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는데요.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인슐린 한 병당 생산 비용은 불과 5달러입니다.

[캐시 세고/아들이 당뇨병 환자 : "얼마나 많은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나요?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해보세요. 인슐린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그 욕심 때문에, 저는 제 아들을 잃을 뻔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인슐린 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매출액으로 따지면 거의 절반이 넘습니다.

한 제약회사의 경우, 미국에서 인슐린을 팔아 버는 돈이 하루에만 천5백만 달러, 1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환자와 가족들은 제약회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건데요.

관련 업체들의 입장은 뭔가요?

[답변]

해당 제약회사들은 관련 보도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슐린 가격이 올라도 순수익은 오히려 매년 감소하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요.

또, 한 제약업체는 자사 인슐린을 처방받는 환자의 95%가 한 달에 100달러(약 12만 원) 정도를 쓴다며, 제기된 주장들은 거짓이라고 전했습니다.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은 결국, 수십만 원을 주고 인슐린을 처방받거나 아니면 장시간 버스를 타고 캐나다로 갈 수밖에 없는 처진데요.

최근엔, 온라인에서 인슐린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입니다.

[파타 난디/박사 : "품질 확인이 안 되죠. 내가 제대로 된 인슐린을 사용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민간 주도로 인슐린을 자체 개발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데요.

당뇨병 환자들이 생사기로에 서 있는 동안, 미 정부와 의회는 여전히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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