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②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

입력 2021.11.01 (21:43) 수정 2021.11.0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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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침몰 원인을 조사하면서 최근 사참위가 또 하나 주목하고 있는 건 세월호에 실려있던 자동차들의 블랙박스입니다.

KBS 취재진이 전문업체에 의뢰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봤더니 뭔가 저항을 강하게 받은 듯한 소리의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윤봄이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월호에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화면.

블랙박스엔 이런 소리 말고도 귀에 안들리는 주파수 대의 소리도 담겨있습니다.

주파수 분석 업체 중 손꼽히는 전문 업체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진 오전 8시 49분 40초.

화물이 넘어지자 이전엔 없던 새로운 주파수대 소리가 나타납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이런 것들은 쿵쾅쿵쾅하는 소리들, 내부 화물이 넘어지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화물이 넘어지기 4초 전인 8시 49분 36초.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202번 블랙박스를 들어보면, 방금 들으셨습니까? 끽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시 한번 들어볼까요?) 이것을 추출해서 만들면 이 음입니다."]

역시 이전에 없었던 소리,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720헤르츠 정도의 소리인데 약간 고주파 음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일반적으로 우리가 긁힌 소리 정도까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 소리 직후, 기존의 주파수 대역 음압이 비정상적으로 커집니다.

39헤르츠와 47헤르츠대 소리는 이전보다 약 2배,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10헤르츠 대 음압은 4배나 커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약 10초간 이어졌습니다.

무슨 소리였을까?

39헤르츠와 47헤르츠는 엔진 소리로 추정됩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10hz대역은 추진기 계열로 추정되는데, 프로펠러와 엔진룸을 연결하는 축 '프로펠러 샤프트'일 가능성이 큽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그러니까 힘이 걸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리가 커졌다는 이야기는 어떤 엔진이 운행하거나 아니면 배가 운항하는 데 있어 가지고 저항하는 저항력을 많이 받았다는 소리거든요."]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강한 조류나 배가 회전하는 경우입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이전 데이터들을 많이 살펴봤는데 그때는, 지금 이건 4배 정도 올라갔는데 그 전에는 이런 것들이 2배 이상 올라간 적은 없었습니다."]

다음으론 걸리거나 부딪혔을 가능성인데, 스태빌라이저가 무언가와 충돌했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 사참위는 시뮬레이션과 모형 실험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증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안재우 이근희

세월호 침몰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윤봄이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앞서도 여러 잠정 결론이 있었잖아요.

이번 보고서 내용, 외부에서 뭔가 충격을 받았다는 건 결론이 난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참위가 아직도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인데, 그 중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정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유력하다' 라는 표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저희가 이번 금요일에 토론자로 지정된 조선학회 전문가 세 명의 의견을 구해봤는데 연구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바로 외력설로 결론내리기는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더 확실한 결과를 얻으려면 추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참위도 학회에 이 문제를 먼저 가져갔습니다? 상당히 신중한 모습인데요..

[기자]

남은 증거가 워낙 적다 보니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기도 하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었죠.

특히, 내인설을 주장하는 쪽이 여전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내인설은 솔레노이드 밸브라는 세월호 조타 장치 일부가 고장나 타가 제대로 먹지 않고 우현으로 완전히 돌아가면서 침몰로 이어졌다는 주장인데요,

앞서 사참위는 실험 결과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번에 사참위는 인양 직후 사진을 통해 밸브 외부의 덮개 부분이 파손돼 있었다는 걸 확인했는데, 이는 기계적 고장이 아니라 물리적 충격으로 파손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조사 내용 역시 학회에 가져가 검증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보고서 내용처럼 세월호가 무언가와 부딪힌 거라면, 그게 무엇일 가능성이 큽니까?

[기자]

우선 침몰 지점에 암초같은 자연 지형지물이 없습니다.

해저에서 스태빌라이저가 과회전할 정도의 강한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은 잠수함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앞서 선조위 때도 잠수함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는데요,

당시 우리 해군을 상대로 잠수함 운항 일지를 확인했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잠수함은 탐지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다른 나라 잠수함이 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요,

이 부분은 군사 기밀의 영역이어서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외력설에 보다 확신을 갖게 된다면 더 조사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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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②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
    • 입력 2021-11-01 21:43:46
    • 수정2021-11-01 22:10:00
    뉴스 9
[앵커]

침몰 원인을 조사하면서 최근 사참위가 또 하나 주목하고 있는 건 세월호에 실려있던 자동차들의 블랙박스입니다.

KBS 취재진이 전문업체에 의뢰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봤더니 뭔가 저항을 강하게 받은 듯한 소리의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윤봄이 기자입니다.

[리포트]

세월호에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화면.

블랙박스엔 이런 소리 말고도 귀에 안들리는 주파수 대의 소리도 담겨있습니다.

주파수 분석 업체 중 손꼽히는 전문 업체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진 오전 8시 49분 40초.

화물이 넘어지자 이전엔 없던 새로운 주파수대 소리가 나타납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이런 것들은 쿵쾅쿵쾅하는 소리들, 내부 화물이 넘어지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화물이 넘어지기 4초 전인 8시 49분 36초.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202번 블랙박스를 들어보면, 방금 들으셨습니까? 끽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시 한번 들어볼까요?) 이것을 추출해서 만들면 이 음입니다."]

역시 이전에 없었던 소리,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720헤르츠 정도의 소리인데 약간 고주파 음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일반적으로 우리가 긁힌 소리 정도까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 소리 직후, 기존의 주파수 대역 음압이 비정상적으로 커집니다.

39헤르츠와 47헤르츠대 소리는 이전보다 약 2배,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10헤르츠 대 음압은 4배나 커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약 10초간 이어졌습니다.

무슨 소리였을까?

39헤르츠와 47헤르츠는 엔진 소리로 추정됩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10hz대역은 추진기 계열로 추정되는데, 프로펠러와 엔진룸을 연결하는 축 '프로펠러 샤프트'일 가능성이 큽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그러니까 힘이 걸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소리가 커졌다는 이야기는 어떤 엔진이 운행하거나 아니면 배가 운항하는 데 있어 가지고 저항하는 저항력을 많이 받았다는 소리거든요."]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강한 조류나 배가 회전하는 경우입니다.

[손병찬/소리분석업체 싸이언 연구소장 : "이전 데이터들을 많이 살펴봤는데 그때는, 지금 이건 4배 정도 올라갔는데 그 전에는 이런 것들이 2배 이상 올라간 적은 없었습니다."]

다음으론 걸리거나 부딪혔을 가능성인데, 스태빌라이저가 무언가와 충돌했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는 사참위는 시뮬레이션과 모형 실험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증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촬영기자:정형철/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안재우 이근희

세월호 침몰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윤봄이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앞서도 여러 잠정 결론이 있었잖아요.

이번 보고서 내용, 외부에서 뭔가 충격을 받았다는 건 결론이 난 겁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참위가 아직도 여러 가능성을 조사 중인데, 그 중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 정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앵커]

'유력하다' 라는 표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저희가 이번 금요일에 토론자로 지정된 조선학회 전문가 세 명의 의견을 구해봤는데 연구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를 바로 외력설로 결론내리기는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더 확실한 결과를 얻으려면 추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참위도 학회에 이 문제를 먼저 가져갔습니다? 상당히 신중한 모습인데요..

[기자]

남은 증거가 워낙 적다 보니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기도 하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었죠.

특히, 내인설을 주장하는 쪽이 여전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내인설은 솔레노이드 밸브라는 세월호 조타 장치 일부가 고장나 타가 제대로 먹지 않고 우현으로 완전히 돌아가면서 침몰로 이어졌다는 주장인데요,

앞서 사참위는 실험 결과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번에 사참위는 인양 직후 사진을 통해 밸브 외부의 덮개 부분이 파손돼 있었다는 걸 확인했는데, 이는 기계적 고장이 아니라 물리적 충격으로 파손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참위는 솔레노이드 밸브 조사 내용 역시 학회에 가져가 검증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보고서 내용처럼 세월호가 무언가와 부딪힌 거라면, 그게 무엇일 가능성이 큽니까?

[기자]

우선 침몰 지점에 암초같은 자연 지형지물이 없습니다.

해저에서 스태빌라이저가 과회전할 정도의 강한 힘이 무엇일까에 대해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은 잠수함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사실 앞서 선조위 때도 잠수함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는데요,

당시 우리 해군을 상대로 잠수함 운항 일지를 확인했는데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잠수함은 탐지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다른 나라 잠수함이 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데요,

이 부분은 군사 기밀의 영역이어서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외력설에 보다 확신을 갖게 된다면 더 조사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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