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작가들의 저작권 지키기

입력 2005.08.01 (10:37) 수정 2005.08.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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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멘트:
만화는 보통 어린이나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독자층이 형성돼 있지만 요즘에는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믹 만화나 학습교양 만화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화가들이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불평등한 저작 재산권 양도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화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만화가들의 저작권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이재원 기자:
부산의 작업실에서 문하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홍은영 씨.홍 씨는 국내 출판 만화 사상 최고 베스트셀러로 3년 만에 천백만 부 이상 팔린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린 작가입니다. 베체트 병이라는 만성 염증성 희귀 질환을 앓고 있어 홍 씨에게 고된 작업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홍 씨는 요즘도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만화 그리는 일에 쏟을 정도로 작품 활동에 대한 열의가 남 다릅니다.

*홍은영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
“한 16~17시간 되겠죠. 그렇게 되면 잠 자고 밥 먹고 이런 시간을 빼고 잠깐 저는 몸이 안 좋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 해야 하거든요. 운동하는 시간 빼고는 그 정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이재원 기자:
홍씨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어 중국 신화와 수메르 신화 등 세계 유명 신화를 만화로 그리겠다는 큰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스무 권을 그리기로 했던 홍 씨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18권까지만 나오고 중단됐습니다.
19, 20권의 마무리 작업은 끝났지만 아직 출판되지 않은 채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홍 씨와 출판사 사이에 저작권과 인세 지급 문제를 놓고 1년 넘게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원 기자:
홍 작가와 가나출판사의 실제 소유주 김 모씨가 지난 2001년 12월 맺은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서입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2차적 저작물과 저작물의 이미지를 이용한 상품화 권리를 포함해, 출판권 이외의 모든 저작권을 10년 동안 김 씨에게 넘겨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홍 씨는 자신이 서명한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이 당시에는 캐릭터 판매 등에 국한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합니다.

*홍은영/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
“저희들은 좀 단순하게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이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만들겠다,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이재원 기자:
출판사 측은 이 계약을 근거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이어 2002년 말부터는 국내 한 방송사와 공동으로 홍 씨 작품을 원작으로 한 TV 만화 영화 <올림포스 가디언>을 만들어 방송했고, 같은 제목의 극장용 만화 영화도 제작해 지난 주부터 일부 극장에서 상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홍 씨의 원작 캐릭터를 조금씩 변형해서 만들었습니다.

*이재원 기자:
홍 씨는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에 대한 자신의 이해 부족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작 캐릭터의 수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원 기자:
계약서에는 저작물의 제목과 내용 등을 바꿀 때는 반드시 작가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지만, 홍 씨는 만화 영화 제작과 관련해 동의를 해 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 홍은영/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
“(등장 인물의 묘사가 다르고 차이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미리 아셨어요?) 몰랐죠. 알면 저희가 허락을 했겠습니까? 어떻게 저희 작품하고 틀린 작품을 만드는데, 저희 이름을 거는데 그것을 좋습니다, 이렇게 허락할 창작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이재원 기자:
출판사측이 계약 내용을 위반한 만큼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홍 씨 측 주장입니다. 홍 씨는 지난해 출판사 등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화 영화 방송 금지 등과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재원 기자:
소송 관계 일은 역시 만화가인 남편이 주로 맡았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홍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홍 씨가 서명한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서가
재판 과정에서 홍 씨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홍 씨는 바로 항소했지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2차적 저작물 등과 관련된 저작권을
되찾을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INT 조영기 / 홍 작가 남편, 만화가:
“출판사가 갑이고 작가는 을이었고 계약 관계상 작가한테 상당히 불리하게 해 갖고 그것을 이용해 갖고 저작권을 갖다가 어떻게 보면 침해를 떠나 저작권 뺏으려는 행위까지. (홍은영 작가: 착취예요)”

*이재원 기자:
현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작 재산권은 가나출판사 실제 소유주 김 씨가 설립한 가나미디어 소유로 돼 있습니다. 가나미디어 측은 원작자인 홍 씨에게 만화 영화 사업 계획을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승익 / 가나미디어 대표:
“라이센싱 대상 업체들과 협상을 하는 그런 행사였는데 그 자리에 주빈으로 참석하셔서 두 시간 동안 자리에 계셨고, 또 내빈들한테 직접 일어나서 원작 그림 작가라고 인사를 다 하셨고, 그런데 캐릭터가 변경된거나 제목이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 협의가 없었고 동의가 없었다, 라는 것에 대해서 이해 하기가 힘드네요.”

*이재원 기자:
회사 측은 홍 씨의 소송 제기로 오히려 사업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승익 / 가나미디어 대표:
“얼핏 보면 저작 재산권자 쪽이 조직을 가지고 있고 자금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막상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원저작자는 그냥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더 할 일이 없는데 저작 재산권자는 진행하는 모든 사업이 중단되는 피해를 봅니다.”

*이재원 기자:
소송이 진행되면서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는 점점 악화됐습니다. 홍 씨는 책이 천만 부 이상 팔렸는데도 출판사 측이 370만 부만 팔린 것처럼 속여 인세를 20여억 원만 지급하고 40여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가나출판사 실제 소유주 김 씨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홍은영 / 만화가:
“독자들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책을 보고 있는데 그 돈을 누군가가 갈취해 갔다고 하면 이거는 굉장히 큰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것을 독자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재원 기자:
이 과정에서 출판사 전 직원 한 명이 홍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표광소 / 가나출판사 전 편집장:
“언제 몇 부를 찍는다에 대해서는 작가한테 통보를 하게 돼 있어요. 그건 저작권법상의 의무 사항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한번도 이행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작가 같은 경우는 자기 책이 몇 부가 찍히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 인세 무슨 현황이라고 해서 이렇게 보내준 그것이 전부인 걸로 밖에 알 수 없었던 거죠.”

*이승익 / 가나미디어 대표:
“가나출판사 입장에서는 단지 정산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출고 부수에 대한 모든 자료가 다 남아 있고 피차간에 중간 정산한 적도 없고, 원고 측에서 정산을 요청한 사실도 없는데 이게 어떻게 사기냐.”

*이재원 기자:
출판사 실제 소유주 김 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 중입니다.

*이재원 기자:
30대 초반의 차경호 씨는 요즘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지만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꾸준히 만화 작품을 올리고 있는 신인 만화가입니다. 차 씨는 지난해 말,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만화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입상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차경호 / 만화가:
“쭉 이렇게 상을 받고는 사람들을 모아 놓더라고요. 상장을 이렇게 툭 전해주고 툭 전해주고 그랬는데, 상을 받는데 그리고 나서 이걸 계약서를 나눠주더라고요.”

*이재원 기자:
차 씨가 받은 것은 만화 연재 계약서, 그런데 계약서에는 만화 연재 계약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저작권 관련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차경호 / 만화가:
“을은 본 계약에도 불구하고 위 연재 만화의 저작권을 보유한다. 그 다음에 3번이, 3번에서 을은 갑에게 위 연재 만화의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의.”

*이재원 기자:
작가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일체의 권한을 가져가는 대가로 신문사가 차 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은 하루 3만5천 원의 연재료가 전부였습니다.

*차경호 / 만화가:
수많은 무명 작가들이 만화 하려고 이렇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데 거기에 목숨 걸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저작권의 어떤 알맹이들을 다 가져가 버리면 그런 작가들이 한번 해 보기도 이전에 노예처럼 그 쪽한테 휘둘린다는 것 아닙니까?”

*이재원 기자:
출판사와 만화 작가 사이의 이 같은 불평등 계약은 만화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의 출판 계약을 맺으면서 성격이 다른 2차적 저작권을 출판사가 우선적으로 가진다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만화 연재 계약을 맺으면서 단행본과 전자출판 등의 권리까지 요구하는 경우 그리고 국내 출판은 물론 해외 출판권까지 가져가는 경우 등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재원 기자:
불리한 입장에서 맺은 계약으로 저작권을 침해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만화 작가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우리만화연대 관계자들이 모인 이번 자리의 토론 주제도 저작권입니다.

*주재국 / 만화 평론가:
“발생된 사례 중에서 정식 소송으로 가는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작가 분들이 그것을 드러내고 하기는 힘들고 왜냐하면 어떤 구조라는 것이 있으니까.”

*김종범 /우리만화연대:
“전송권만, 그 한 건만 가지고 계약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매체나 이런 데서는 전체적인 모든 저작 재산권과 2차 저작권 작성권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파생된 권리들까지 다 요구를 한다는 것이죠.”
*이재원 기자:
춤을 소재로 한 인기 만화 <힙합>의 작가 김수용 씨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불법으로 복제해 배포하는 와레즈 사이트의 피해 경험을 토로하며 지금도 온라인 매체와는 작품 계약을 안 한다고 말합니다.

*김수용 / 만화가:
“사서 스캔하는 친구는 그나마 다행인데 이것도 빌려 가지고 앞에 대여점 스티커 붙어 있는 것 그대로 스캔을 해 가지고 불법 와레즈 사이트에 올리는 거죠. 그래 가지고 다운로드 수가 2만 건, 3만 건 이상 되는…”

*이재원 기자:
인세 대신 한꺼번에 일정 금액을 받는 이른바 매절 계약의 문제점도 제기됐습니다.

*조관제 / 만화가:
“출판 시장 확장이 학습 만화가 주로 되어 있는데 대다수의 출판사에서는 전부 매절 형태일 겁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의. 이런 것이기 때문에 책이 많이 나와서 그 중에 대박도 나오고 여러 가지 외형적으로 확장은 됐지만 작가들은 일만 바쁘게 하고.”

*조원행 / 만화가:
“당연히 만화는 스캔 만화, 불법 만화 이렇게 인식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부터 우리가 하나하나 정부에서 그런 부분을 간과한다면 우리 자체 내에서 강력하게 그런 것을 이의를 제기하고”

*이재원 기자:
국내 만화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2002년 6천32억 원에서 지난해 7천591억 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산업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신인 작가 발굴과 수출 확대, 만화 원작의 산업화 등을 지원해 만화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 산업이 발전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출판 계약 문화를 선진화하고 저작권 보호를 보다 더 강화해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북돋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클로징 멘트: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저작권을 둘러싼 계약 분쟁이 없었다면 작가와 출판사 모두 더 큰 이익을 얻고 독자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화가와 출판사는 어느 한 쪽의 이익을 위해 다른 쪽이 희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작품의 성공을 위해 상생하는 관계가 돼야 합니다. 저작권의 침해가 만화 산업을 침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만화가와 출판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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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작가들의 저작권 지키기
    • 입력 2005-08-01 10:37:32
    • 수정2005-08-03 10:25:47
    취재파일K
*오프닝 멘트: 만화는 보통 어린이나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독자층이 형성돼 있지만 요즘에는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믹 만화나 학습교양 만화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화가들이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불평등한 저작 재산권 양도계약서에 서명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화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있는 만화가들의 저작권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이재원 기자: 부산의 작업실에서 문하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만화가 홍은영 씨.홍 씨는 국내 출판 만화 사상 최고 베스트셀러로 3년 만에 천백만 부 이상 팔린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린 작가입니다. 베체트 병이라는 만성 염증성 희귀 질환을 앓고 있어 홍 씨에게 고된 작업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홍 씨는 요즘도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만화 그리는 일에 쏟을 정도로 작품 활동에 대한 열의가 남 다릅니다. *홍은영 /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 “한 16~17시간 되겠죠. 그렇게 되면 잠 자고 밥 먹고 이런 시간을 빼고 잠깐 저는 몸이 안 좋기 때문에 운동을 계속 해야 하거든요. 운동하는 시간 빼고는 그 정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이재원 기자: 홍씨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어 중국 신화와 수메르 신화 등 세계 유명 신화를 만화로 그리겠다는 큰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스무 권을 그리기로 했던 홍 씨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18권까지만 나오고 중단됐습니다. 19, 20권의 마무리 작업은 끝났지만 아직 출판되지 않은 채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홍 씨와 출판사 사이에 저작권과 인세 지급 문제를 놓고 1년 넘게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원 기자: 홍 작가와 가나출판사의 실제 소유주 김 모씨가 지난 2001년 12월 맺은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서입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2차적 저작물과 저작물의 이미지를 이용한 상품화 권리를 포함해, 출판권 이외의 모든 저작권을 10년 동안 김 씨에게 넘겨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홍 씨는 자신이 서명한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이 당시에는 캐릭터 판매 등에 국한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말합니다. *홍은영/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 “저희들은 좀 단순하게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우리가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이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만들겠다,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이재원 기자: 출판사 측은 이 계약을 근거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이어 2002년 말부터는 국내 한 방송사와 공동으로 홍 씨 작품을 원작으로 한 TV 만화 영화 <올림포스 가디언>을 만들어 방송했고, 같은 제목의 극장용 만화 영화도 제작해 지난 주부터 일부 극장에서 상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만화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홍 씨의 원작 캐릭터를 조금씩 변형해서 만들었습니다. *이재원 기자: 홍 씨는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에 대한 자신의 이해 부족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작 캐릭터의 수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원 기자: 계약서에는 저작물의 제목과 내용 등을 바꿀 때는 반드시 작가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지만, 홍 씨는 만화 영화 제작과 관련해 동의를 해 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 홍은영/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작가: “(등장 인물의 묘사가 다르고 차이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미리 아셨어요?) 몰랐죠. 알면 저희가 허락을 했겠습니까? 어떻게 저희 작품하고 틀린 작품을 만드는데, 저희 이름을 거는데 그것을 좋습니다, 이렇게 허락할 창작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이재원 기자: 출판사측이 계약 내용을 위반한 만큼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 홍 씨 측 주장입니다. 홍 씨는 지난해 출판사 등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화 영화 방송 금지 등과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재원 기자: 소송 관계 일은 역시 만화가인 남편이 주로 맡았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홍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홍 씨가 서명한 저작 재산권 양도 계약서가 재판 과정에서 홍 씨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홍 씨는 바로 항소했지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2차적 저작물 등과 관련된 저작권을 되찾을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INT 조영기 / 홍 작가 남편, 만화가: “출판사가 갑이고 작가는 을이었고 계약 관계상 작가한테 상당히 불리하게 해 갖고 그것을 이용해 갖고 저작권을 갖다가 어떻게 보면 침해를 떠나 저작권 뺏으려는 행위까지. (홍은영 작가: 착취예요)” *이재원 기자: 현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작 재산권은 가나출판사 실제 소유주 김 씨가 설립한 가나미디어 소유로 돼 있습니다. 가나미디어 측은 원작자인 홍 씨에게 만화 영화 사업 계획을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승익 / 가나미디어 대표: “라이센싱 대상 업체들과 협상을 하는 그런 행사였는데 그 자리에 주빈으로 참석하셔서 두 시간 동안 자리에 계셨고, 또 내빈들한테 직접 일어나서 원작 그림 작가라고 인사를 다 하셨고, 그런데 캐릭터가 변경된거나 제목이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 협의가 없었고 동의가 없었다, 라는 것에 대해서 이해 하기가 힘드네요.” *이재원 기자: 회사 측은 홍 씨의 소송 제기로 오히려 사업상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승익 / 가나미디어 대표: “얼핏 보면 저작 재산권자 쪽이 조직을 가지고 있고 자금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막상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원저작자는 그냥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으로 더 할 일이 없는데 저작 재산권자는 진행하는 모든 사업이 중단되는 피해를 봅니다.” *이재원 기자: 소송이 진행되면서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는 점점 악화됐습니다. 홍 씨는 책이 천만 부 이상 팔렸는데도 출판사 측이 370만 부만 팔린 것처럼 속여 인세를 20여억 원만 지급하고 40여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가나출판사 실제 소유주 김 씨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홍은영 / 만화가: “독자들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책을 보고 있는데 그 돈을 누군가가 갈취해 갔다고 하면 이거는 굉장히 큰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것을 독자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이재원 기자: 이 과정에서 출판사 전 직원 한 명이 홍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표광소 / 가나출판사 전 편집장: “언제 몇 부를 찍는다에 대해서는 작가한테 통보를 하게 돼 있어요. 그건 저작권법상의 의무 사항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한번도 이행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작가 같은 경우는 자기 책이 몇 부가 찍히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 인세 무슨 현황이라고 해서 이렇게 보내준 그것이 전부인 걸로 밖에 알 수 없었던 거죠.” *이승익 / 가나미디어 대표: “가나출판사 입장에서는 단지 정산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출고 부수에 대한 모든 자료가 다 남아 있고 피차간에 중간 정산한 적도 없고, 원고 측에서 정산을 요청한 사실도 없는데 이게 어떻게 사기냐.” *이재원 기자: 출판사 실제 소유주 김 씨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 중입니다. *이재원 기자: 30대 초반의 차경호 씨는 요즘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지만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꾸준히 만화 작품을 올리고 있는 신인 만화가입니다. 차 씨는 지난해 말,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만화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입상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차경호 / 만화가: “쭉 이렇게 상을 받고는 사람들을 모아 놓더라고요. 상장을 이렇게 툭 전해주고 툭 전해주고 그랬는데, 상을 받는데 그리고 나서 이걸 계약서를 나눠주더라고요.” *이재원 기자: 차 씨가 받은 것은 만화 연재 계약서, 그런데 계약서에는 만화 연재 계약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저작권 관련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차경호 / 만화가: “을은 본 계약에도 불구하고 위 연재 만화의 저작권을 보유한다. 그 다음에 3번이, 3번에서 을은 갑에게 위 연재 만화의 복제권, 공표권, 방송권, 전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의.” *이재원 기자: 작가의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일체의 권한을 가져가는 대가로 신문사가 차 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은 하루 3만5천 원의 연재료가 전부였습니다. *차경호 / 만화가: 수많은 무명 작가들이 만화 하려고 이렇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데 거기에 목숨 걸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저작권의 어떤 알맹이들을 다 가져가 버리면 그런 작가들이 한번 해 보기도 이전에 노예처럼 그 쪽한테 휘둘린다는 것 아닙니까?” *이재원 기자: 출판사와 만화 작가 사이의 이 같은 불평등 계약은 만화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책의 출판 계약을 맺으면서 성격이 다른 2차적 저작권을 출판사가 우선적으로 가진다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만화 연재 계약을 맺으면서 단행본과 전자출판 등의 권리까지 요구하는 경우 그리고 국내 출판은 물론 해외 출판권까지 가져가는 경우 등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재원 기자: 불리한 입장에서 맺은 계약으로 저작권을 침해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만화 작가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우리만화연대 관계자들이 모인 이번 자리의 토론 주제도 저작권입니다. *주재국 / 만화 평론가: “발생된 사례 중에서 정식 소송으로 가는 사례는 한 건도 없습니다.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작가 분들이 그것을 드러내고 하기는 힘들고 왜냐하면 어떤 구조라는 것이 있으니까.” *김종범 /우리만화연대: “전송권만, 그 한 건만 가지고 계약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매체나 이런 데서는 전체적인 모든 저작 재산권과 2차 저작권 작성권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파생된 권리들까지 다 요구를 한다는 것이죠.” *이재원 기자: 춤을 소재로 한 인기 만화 <힙합>의 작가 김수용 씨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불법으로 복제해 배포하는 와레즈 사이트의 피해 경험을 토로하며 지금도 온라인 매체와는 작품 계약을 안 한다고 말합니다. *김수용 / 만화가: “사서 스캔하는 친구는 그나마 다행인데 이것도 빌려 가지고 앞에 대여점 스티커 붙어 있는 것 그대로 스캔을 해 가지고 불법 와레즈 사이트에 올리는 거죠. 그래 가지고 다운로드 수가 2만 건, 3만 건 이상 되는…” *이재원 기자: 인세 대신 한꺼번에 일정 금액을 받는 이른바 매절 계약의 문제점도 제기됐습니다. *조관제 / 만화가: “출판 시장 확장이 학습 만화가 주로 되어 있는데 대다수의 출판사에서는 전부 매절 형태일 겁니다. 아주 저렴한 가격의. 이런 것이기 때문에 책이 많이 나와서 그 중에 대박도 나오고 여러 가지 외형적으로 확장은 됐지만 작가들은 일만 바쁘게 하고.” *조원행 / 만화가: “당연히 만화는 스캔 만화, 불법 만화 이렇게 인식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부터 우리가 하나하나 정부에서 그런 부분을 간과한다면 우리 자체 내에서 강력하게 그런 것을 이의를 제기하고” *이재원 기자: 국내 만화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2002년 6천32억 원에서 지난해 7천591억 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산업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신인 작가 발굴과 수출 확대, 만화 원작의 산업화 등을 지원해 만화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화 산업이 발전하려면 최우선적으로 출판 계약 문화를 선진화하고 저작권 보호를 보다 더 강화해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북돋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클로징 멘트: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도 저작권을 둘러싼 계약 분쟁이 없었다면 작가와 출판사 모두 더 큰 이익을 얻고 독자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화가와 출판사는 어느 한 쪽의 이익을 위해 다른 쪽이 희생하는 관계가 아니라, 작품의 성공을 위해 상생하는 관계가 돼야 합니다. 저작권의 침해가 만화 산업을 침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만화가와 출판사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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