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5년 전 이미 보도…인사검증 제대로 했나

입력 2023.02.25 (21:08) 수정 2023.02.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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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5년 전에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을 이미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정 변호사가 검사였고 실명 보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가해 학생 아버지가 검사라는 사실은 언급했었고, 이렇게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사안이었는데 이번 인사 검증 과정에선 전혀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은 최유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8년 11월 2일 'KBS 뉴스9' : "동급생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오던 한 고등학생이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까지 내몰렸습니다."]

2018년 11월, KBS는 학교 폭력 가해자 측이 '전학 처분'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선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검찰 내에선 이 인사가 당시 정순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란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거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 인선 과정에선 이런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지는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하면 대통령실이 최종 검증을 하는 방식입니다.

탈세나 투기, 음주 운전, 성범죄 등 과거 청문회 등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7대 비위'가 중심입니다.

미성년 자녀 문제는 세평 수집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검증 대상자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야당은 허술한 검증으로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고 했고, 여당도 검증시스템 점검을 요구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소위 윤석열 사단 라인에 있었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동기라는 점이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박정하/국민의힘 수석대변인 : "다시는 이런 일들이 없도록 인사 추천 검증 시스템에 대해서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여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과 검증 핵심 라인이 모두 검찰 출신인 점도 '부실 검증'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최유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제(24일) 우리가 단독 보도를 했지만, 사실 해당 사건 자체는 5년 전에 이미 보도했었어요.

좀 설명을 해본다면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선행 보도는 약 5년 전, 2018년 11월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정 군 측이 '전학 처분'에 반발해 한창 행정소송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당시 가해자 측의 대응이 부당하다는 제보를 계기로 보도가 이뤄진 것이었는데요.

이때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재심 신청이 늘고 있다는, 일종의 '제도적 문제'에 보도의 초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 과정에서 정 군의 아버지를 확인하긴 했지만, '고위직 검사'라고만 표현했었는데, 이번에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될 걸 계기로 후속 취재에 나서게 된 겁니다.

[앵커]

당초 전국의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게 맞느냐, 이게 쟁점이었는데 아들 문제가 결정적 낙마 요인이 되었어요.

[기자]

네, 무엇보다 피해 학생에게 사실상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소송전을 장기간, 공격적으로 이어왔다는 점이 확인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기숙사 생활 도중 이런 일이 터지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중요한데, 소송이 길어지면서 피해자가 계속 가해자를 마주해야 했던 겁니다.

특히 당시 정 변호사는 인권 옹호를 위해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신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는데, 직을 수행하는데 이런 전력이 적절한 건지,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겁니다.

[앵커]

학교 폭력을 저지른 건 아들이지만, 그 대응 과정에서 가해자 아버지로서 부적절했다는 이야기인데, 더 짚을 부분이 있죠.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정 변호사는 "변호사 조력을 따랐을 뿐, 검사 신분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그런데 법률 대리인은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였고요.

특히 저희가 입수한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 등을 보면 정 변호사 자신도 미성년자 법정 대리인을 넘어 법조인으로서 전문 지식을 활용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예컨대 이 학교 교사가 "정 군의 선도를 위해 노력하는데, 부모님께서 많이 막고 계신다", "정 군이 진술서를 쓰면 부모님이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바로 피드백을 해서 교정을 받아온다" 이렇게 말한 대목도 나옵니다.

[앵커]

부실 검증 문제요.

지금 보면 경찰청, 법무부, 대통령실 다 못 걸러낸 거잖아요.

언론 보도까지 나온 건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래서 오늘(25일), 대통령실 입장도 확인해 봤는데요.

대통령실은 검증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경찰이 개방형으로 모집한 뒤 추천한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론'엔 선을 긋고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만큼, 재판이나 공소 유지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 수혜자인 일선 경찰이 검사 출신 수사본부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했던 일, 또 검사들로 채워진 인사 검증 시스템이 기능을 못 한 일 등은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윤대민/영상편집:최근혁 권형욱/그래픽:김지훈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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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5년 전 이미 보도…인사검증 제대로 했나
    • 입력 2023-02-25 21:08:52
    • 수정2023-02-26 19:11:13
    뉴스 9
[앵커]

KBS는 5년 전에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을 이미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정 변호사가 검사였고 실명 보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가해 학생 아버지가 검사라는 사실은 언급했었고, 이렇게 언론 보도까지 나왔던 사안이었는데 이번 인사 검증 과정에선 전혀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은 최유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18년 11월 2일 'KBS 뉴스9' : "동급생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오던 한 고등학생이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자살을 시도하는 지경까지 내몰렸습니다."]

2018년 11월, KBS는 학교 폭력 가해자 측이 '전학 처분'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선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검찰 내에선 이 인사가 당시 정순신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란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거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장 인선 과정에선 이런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지는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을 하면 대통령실이 최종 검증을 하는 방식입니다.

탈세나 투기, 음주 운전, 성범죄 등 과거 청문회 등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7대 비위'가 중심입니다.

미성년 자녀 문제는 세평 수집에서 확인되지 않거나, 검증 대상자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야당은 허술한 검증으로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고 했고, 여당도 검증시스템 점검을 요구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소위 윤석열 사단 라인에 있었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동기라는 점이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박정하/국민의힘 수석대변인 : "다시는 이런 일들이 없도록 인사 추천 검증 시스템에 대해서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여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과 검증 핵심 라인이 모두 검찰 출신인 점도 '부실 검증'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최유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제(24일) 우리가 단독 보도를 했지만, 사실 해당 사건 자체는 5년 전에 이미 보도했었어요.

좀 설명을 해본다면요.

[기자]

네, 앞서 리포트에 나온 것처럼 선행 보도는 약 5년 전, 2018년 11월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정 군 측이 '전학 처분'에 반발해 한창 행정소송을 진행할 때였습니다.

당시 가해자 측의 대응이 부당하다는 제보를 계기로 보도가 이뤄진 것이었는데요.

이때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의 재심 신청이 늘고 있다는, 일종의 '제도적 문제'에 보도의 초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 과정에서 정 군의 아버지를 확인하긴 했지만, '고위직 검사'라고만 표현했었는데, 이번에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 임명될 걸 계기로 후속 취재에 나서게 된 겁니다.

[앵커]

당초 전국의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자리에 검찰 출신을 임명하는 게 맞느냐, 이게 쟁점이었는데 아들 문제가 결정적 낙마 요인이 되었어요.

[기자]

네, 무엇보다 피해 학생에게 사실상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소송전을 장기간, 공격적으로 이어왔다는 점이 확인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기숙사 생활 도중 이런 일이 터지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중요한데, 소송이 길어지면서 피해자가 계속 가해자를 마주해야 했던 겁니다.

특히 당시 정 변호사는 인권 옹호를 위해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신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는데, 직을 수행하는데 이런 전력이 적절한 건지,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겁니다.

[앵커]

학교 폭력을 저지른 건 아들이지만, 그 대응 과정에서 가해자 아버지로서 부적절했다는 이야기인데, 더 짚을 부분이 있죠.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정 변호사는 "변호사 조력을 따랐을 뿐, 검사 신분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그런데 법률 대리인은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였고요.

특히 저희가 입수한 학교폭력위원회 회의록 등을 보면 정 변호사 자신도 미성년자 법정 대리인을 넘어 법조인으로서 전문 지식을 활용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예컨대 이 학교 교사가 "정 군의 선도를 위해 노력하는데, 부모님께서 많이 막고 계신다", "정 군이 진술서를 쓰면 부모님이 그렇게 쓰면 안 된다고 바로 피드백을 해서 교정을 받아온다" 이렇게 말한 대목도 나옵니다.

[앵커]

부실 검증 문제요.

지금 보면 경찰청, 법무부, 대통령실 다 못 걸러낸 거잖아요.

언론 보도까지 나온 건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래서 오늘(25일), 대통령실 입장도 확인해 봤는데요.

대통령실은 검증 당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경찰이 개방형으로 모집한 뒤 추천한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론'엔 선을 긋고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만큼, 재판이나 공소 유지 전문가가 필요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 수혜자인 일선 경찰이 검사 출신 수사본부장 임명에 강하게 반발했던 일, 또 검사들로 채워진 인사 검증 시스템이 기능을 못 한 일 등은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윤대민/영상편집:최근혁 권형욱/그래픽:김지훈 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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