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양 뒷돈’ 정부 문서로 최초 확인…“아이당 최소 3천 달러”

입력 2023.04.03 (21:22) 수정 2023.05.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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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입양 간 어린이들을 추산해보면 17만 명이 넘습니다.

지난 한 해 태어난 아이 수의 70% 수준입니다.

일찍이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도 얻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입양기관이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꾸준히 불거졌습니다.

해당 기관들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해 왔지만 KBS 취재 결과 과거 우리 정부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회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이윤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생후 3개월이던 1983년, 덴마크로 입양된 말레네 씨가 최근 확인한 입양 당시 서류입니다.

'여자아이를 받게 됐다', '한국 수수료 2만 7천 크로네를 결제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양부모는 당시 환율 기준으로 3천5백 달러를 보냈습니다.

[말레네/덴마크 입양인 : "제 어머니께서는 입양수수료가 각종 행정과 근로자들의 임금, 문서 작업 비용에 쓰인다고 알고 계셨습니다."]

1983년 당시 입양특례법으로 허용된 입양 비용은 실비 개념. 최대 1,450달러까지만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말레네 씨 부모는 상한액보다 2천 달러 더 지불했던 겁니다.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74년 덴마크로 입양된 피터 뭴러 씨는 양부모가 입양수수료로 총 15,000달러, 훨씬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주장합니다.

[피터 뭴러/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 공동대표 : "아이들은 판매된 겁니다. 한국 아이들은 유괴된거죠. 이건 입양과 관련된 굉장히 큰 사기입니다."]

이렇게 해외 입양 과정에 과도한 수수료나 정부 기준보다 많은 입양비를 냈다는 증언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입양 기관들은 부인했고,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KBS가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한 정부 문서입니다.

1988년 보건사회부가 청와대에 정보 보고한 문건인데, 4개 입양기관이 '입양비' 1,450달러 외에 3천에서 4천 달러의 '알선비'를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위법성을 인지한 보사부는 기관장 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양부모로부터 사례비로 별도로 많은 돈을 받고 있다'며 '정당한 비용을 받게 조치할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민간 해외 입양기관들이 '알선비', 이른바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공문서로 확인된 건 처음입니다.

[황준협/해외입양 관련 소송 대리 변호사 : "기준에 맞지 않게 계속 운영을 하고 있으면 감독권을 발동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은 묵인 방조하고 이용했던 거라고 보고..."]

1980년대 정부문서는 입양 기관들이 "엄청난 판공비를 낭비하고, 부동산 취득에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민준 권준용/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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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입양 뒷돈’ 정부 문서로 최초 확인…“아이당 최소 3천 달러”
    • 입력 2023-04-03 21:22:32
    • 수정2023-05-04 11:33:55
    뉴스 9
[앵커]

지금까지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입양 간 어린이들을 추산해보면 17만 명이 넘습니다.

지난 한 해 태어난 아이 수의 70% 수준입니다.

일찍이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도 얻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입양기관이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도 꾸준히 불거졌습니다.

해당 기관들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해 왔지만 KBS 취재 결과 과거 우리 정부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회의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먼저, 이윤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생후 3개월이던 1983년, 덴마크로 입양된 말레네 씨가 최근 확인한 입양 당시 서류입니다.

'여자아이를 받게 됐다', '한국 수수료 2만 7천 크로네를 결제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양부모는 당시 환율 기준으로 3천5백 달러를 보냈습니다.

[말레네/덴마크 입양인 : "제 어머니께서는 입양수수료가 각종 행정과 근로자들의 임금, 문서 작업 비용에 쓰인다고 알고 계셨습니다."]

1983년 당시 입양특례법으로 허용된 입양 비용은 실비 개념. 최대 1,450달러까지만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말레네 씨 부모는 상한액보다 2천 달러 더 지불했던 겁니다.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1974년 덴마크로 입양된 피터 뭴러 씨는 양부모가 입양수수료로 총 15,000달러, 훨씬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주장합니다.

[피터 뭴러/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 공동대표 : "아이들은 판매된 겁니다. 한국 아이들은 유괴된거죠. 이건 입양과 관련된 굉장히 큰 사기입니다."]

이렇게 해외 입양 과정에 과도한 수수료나 정부 기준보다 많은 입양비를 냈다는 증언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입양 기관들은 부인했고,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KBS가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한 정부 문서입니다.

1988년 보건사회부가 청와대에 정보 보고한 문건인데, 4개 입양기관이 '입양비' 1,450달러 외에 3천에서 4천 달러의 '알선비'를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위법성을 인지한 보사부는 기관장 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양부모로부터 사례비로 별도로 많은 돈을 받고 있다'며 '정당한 비용을 받게 조치할 것'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민간 해외 입양기관들이 '알선비', 이른바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공문서로 확인된 건 처음입니다.

[황준협/해외입양 관련 소송 대리 변호사 : "기준에 맞지 않게 계속 운영을 하고 있으면 감독권을 발동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은 묵인 방조하고 이용했던 거라고 보고..."]

1980년대 정부문서는 입양 기관들이 "엄청난 판공비를 낭비하고, 부동산 취득에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민준 권준용/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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