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함축된 과학 ‘축구화의 비밀’

입력 2006.06.09 (09:35)

수정 2006.06.09 (10:47)

<앵커 멘트>

월드컵을 맞아서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들 많이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여러분, 이 사실을 아십니까?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공은, 모두 같은 공을 쓰죠... 공인구라고 해서요. 그리고 유니 폼도 나라별로 다르긴 하지만, 한 나라의 선수들은 다 같은 유니폼을 입잖아요, 그러면 축구화는 어떨까요?

군인의 총에 비유되는 축구화, 대표팀 선수들의 축구화에 담긴 비밀을 알아봅니다 이경진 기자~ 축구화도 유니폼 처럼, 일괄적으로 신나요? 아니면 선수마다 각각다른가요?

<리포트>
네^^ 답부터 말씀 드리면, 축구화는 전적으로 선수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다시 말해, 각 선수가 자신의 발과 포지션에 맞게 축구화를 골라 신을 수 있다는 얘긴데요, 지금같은 형태의 축구화가 등장 한지 채 백 년이 안 되는 시간, 이제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된 축구화의 비밀을 지금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세계 최강 헝가리와 서독팀의 결승전. 빗 속에서 치러진 이 경기에서 2:0으로 끌려가던 서독은 3:2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축구화! 서독팀은 신발 바닥에 스터드를 뺏다, 낄 수 있는 최초의 착탈식 축구화를 신고,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스터드는 신발 밑창에 울퉁불퉁하게 박힌 것을 말하는데요, 스터드가 박힌 축구화가 보편화되면서 선수에게 축구화는 필수 장비이자, 생명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인터뷰> 엄종민 (홍익대 축구부원) : "저나 우리 축구 선수들은 축구화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경기장 그라운드 상태나 그날의 날씨 변화 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희는 축구 경기장을 나갈 때 2~3켤레의 축구화를 가지고 나가죠."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선수의 포지션, 플레이 스타일, 각 나라의 날씨나 토양에 따라 축구화도 천차만별입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포지션인 수비수와 공격수의 축구화를 살펴볼까요?

스터드의 개수가 적고, 길이가 긴 스타일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수비수가! 스터드의 개수가 많고, 길이가 짧은 것은 민첩성이 요구되는 공격수가 신습니다. 선수 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축구화는 좀 더 세분화되는데요. 박주영, 이천수, 설기현 선수처럼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선수들은 200g이 안 되는 초경량 축구화를... 드리블이나 킥의 정확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이영표 선수는 신발끈이 중앙이 아닌 측면에 위치한 축구화를 신습니다.

<인터뷰> 최종원 (축구화 제작업체) : "볼의 닿는 부위를 최대한으로 넓히고, 그래서 볼의 정확성을 킥의 정확성을 좋게 하기 위해서 측면으로 레이싱을(신발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한 독일. 날씨와 잔디의 상태는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요. 독일의 잔디는 우리나라의 잔디보다 6mm 정도 길고, 습기가 많아 물기가 많기 때문에 공의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술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테크니션, 안정환 선수는 독일의 잔디 환경에 맞춘 축구화를 신습니다.

<인터뷰> 김동욱 (축구화 제작업체) : "17개로 이뤄진 축구화 스터드, 징 부분은 보다 안정적인 압력 분배와 함께 독일과 같은 축축한 잔디 환경 위에서도 보다 좋은 그립력을(미끄러지지 않는 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이 되었습니다."

김남일 선수가 신는 축구화는 32개국에서 선수 한 명씩을 선정해 만든 맞춤형 축구화! 이 축구화의 경도 날씨와 상황 등에 따라 스터드를 3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데요. 잔디가 젖어 있을 경우, 일반 스터드 보다 2mm가 긴 특수 스터드로 교체합니다.

<인터뷰> 최신철 (축구화 제작업체):"비가 왔을 때, 땅이 물러졌을 때나 잔디가 길 경우에 땅에 많이 박혀서 스피드나 회전에 용이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선수의 플레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축구화! 과연, 선수에게 축구화는 얼마나 중요한 필수장비인 것일까요? 천연잔디 축구장에서 10년 이상 축구를 배운 축구 선수 2명을 참가시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방향 전환이 필요한 20m 왕복 달리기! 먼저, 운동화를 신고 20m 왕복달리기를 한 결과 7초 68이 걸렸습니다. 그 다음, 축구화를 신고 20m 왕복 달리기에 나섰는데요. 결과는 6초 78! 같은 거리지만 1초나 더 빨리 달린 것입니다.

<인터뷰> 김천우(홍익대 축구부원) : "운동화 신었을 때는 잔디가 좀 미끄럽고요. 그래서 방향전환을 할 때 안 좋은데요. 축구화는 그래도 밑에 스터드가 있어서 잔디에 박히니까 방향전환 같은 거 할 때 잘 되고요."

두 번째 실험은 프리킥에 도전해봤습니다. 우선, 운동화를 신고 슛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골대를 빗나갑니다. 이어서 축구화를 신고 다시 도전한 선수! 언제그랬냐는 듯이 멋지게 성공시킵니다.

<인터뷰> 이순호 (국민체육진흥공단 박사 ) : "축구화는 잔디구장에서 큰 마찰력을 만들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이 일반 운동화와의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축구공을 찰 때 축구화는 축구공과 잘 접축돼서 공을 회전시키고 컨트롤하는데 우수한 기능이 있습니다."

그라운드... 승부를 위해 몸을 내던지는 선수들의 전략! 그 속에는 300g 안팎의 작은 축구화에도 비밀이 숨겨져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