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무서운 사람들

입력 2006.07.13 (20:41)

<앵커 멘트>

이번 태풍에 집이 침수되거나 집을 잃어 버린 이재민들에게는 낮보다 밤이 더욱 외롭고 고통스럽습니다 마땅한 잠자리 하나 없어 옮겨 다니며 잠을 자는 수재민들은 밤이 차라리 없는 것이 났다고 푸념하고 잇습니다 이재민들의 밤을 김정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제 해가 지기 시작 했습니다.
남의 옷을 수선해 주면서 혼자 사는 강옥순 할머니, 태풍에 유일한 생계 수단인 재봉틀이며 보금자리,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인터뷰> 강옥순 : "돌려줘야 할 옷 들인데 이 상태로 돌려줄 수는 없고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낮에는 그래도 정리를 하느라고 바쁘게 보냈지만 이제는 밤, 잘 곳을 잃어버린 할머니는 이제 잠자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뇌졸중에 관절염까지 앓는 몸을 추스려 이웃이 마련해 준 잠자리를 찾은 할머니,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인터뷰> 강옥순 : "나는 남을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건강만 했으면 좋겠는데.."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던 아파트입니다. 주민들은 하나 둘 씩 잘 곳을 찾아 흩어지고 한 때 보금자리는 폐허처럼 변했습니다.

간혹 불이 켜진 곳에서는 재기의 몸부림이 늦게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뷰> 유현숙 : "가재도구니 뭐니 전혀 없으니까 생활이 안되고 남의 집에서 잔다는 것도 불편하죠."

젖은 이불과 옷들은 빨아도 빨아도 끝이 없습니다.

이불을 펼 수 있게 마른 곳은 겨우 서너평, 그것도 준비를 해야만 이불을 펼수 있습니다.
<인터뷰> 윤만녀 : "이 흙을 닦아내야지요. 그래도 해야지요 온 천지가 추접해서.."

이재민들의 밤, 그것은 차라리 고통입니다.
다시 찾아온 아침.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 지 논에 쌓인 거대한 흙더미를 보면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농약을 뿌리는 농심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내문 : "(관리를 하면 나아질 것 같습니까?) 이 이상 비만 안오면 작황은 괜찮아요."

지역의 농과 대학 에서 시범단지로까지 지정된 8백평 고추밭을 일구던 강수길씨는 수마에 모든 것을 내줬습니다.

이제 한가닥 희망은 정부의 보상 대책. 그러나 그것도 기댈것이 못됩니다.
<인터뷰> 강수길 : "10대 이상 기계가 하우스를 관리하는데 기계 보상이 안된다고 하니까 하우스도 완파돼야 보상이 된다고.. 농민들은 이해를 못합니다."
농업용수로, 주민들 쉼터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영천강.
그 영천강이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빼앗아 갔습니다 강을 바라보는 이재민들은 이제 물이 무서울 뿐입니다.
KBS 뉴스 김정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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