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피해 2세, 끝나지 않은 고통

입력 2006.08.16 (08:24)

수정 2006.08.16 (08:42)

<앵커 멘트>

61년 前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한국인 10만여 명이 사망하거나 갖가지 질병 등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 2세, 3세들은 일본정부나 한국정부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도에 황재락 기자입니다.

<리포트>

원폭 피해 2세인 52살 문종주 씨는 5년 전부터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원자폭탄이 무엇인지 모르고 일본에 한 번 가보지도 못한 문 씨의 2살 터울 형도 20여 년 전에 시력을 잃고 이젠 귀까지 멀었습니다.

<인터뷰> 문종주(합천군 초계면) : "부모한테 원망도 많이 했어요. 공부도 제대로 못해고, 형도 이렇죠 아버지도 이랬죠."

원폭피해 1세인 문 씨의 아버지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30년 전 시력을 잃어가며 숨졌지만, 원폭 피해 사실을 속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했습니다.

<녹취> "어찌 내가 눈을 감고 가겠습니까?"

원폭피해 1세와 결혼해 반세기를 살아온 66살 이길자 씨에게도 정신지체 장애를 앓는 세 자녀가 있습니다.

악착같이 살아온 이 씨는 외손자까지 자녀처럼 몸이 불편하다는 사실에 더욱 괴로워합니다.

<인터뷰> 이길자(합천군 쌍책면) : "저기 연못에 확 뛰어들어 죽으려고도 생각했습니다."

현재 국내의 원폭피해 2세는 7천5백여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질병이 유전적 피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로부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폭피해자 2세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채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나 건강검진 등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합니다.

<인터뷰> 심진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 : "국가에서 빨리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와 이웃의 무관심 속에 원폭피해자들의 고통은 2세와 3세에까지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재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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