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한 허수아비 CCTV

입력 2006.09.01 (20:48)

<앵커 멘트>

지하 주차장 등 어둑어둑한 곳이나 외진 곳에 혼자 들어가기가 망설여질 때, cctv가 설치돼 있다면 그나마 안심이 되곤 했는데요.

하지만 CCTV 관리가 워낙 엉망이라 이마저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노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남자가 여성 운전자의 차를 가로막고 발로 문짝을 걷어찹니다.

놀란 운전자가 도망가려 하지만 남자는 따라다니며 차를 차고 급기야 승용차는 주차장 기둥을 들이받고야 맙니다.

이처럼 최근 잇따르고 있는 주차장 강력범죄.

하지만 CCTV로 녹화가 된 경우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고급아파트.

아파트 주민 정 모 씨는 지난달 10일 새벽, 지하주차장의 차 안에 뒀던 천 만원 대 골프채 두 세트를 도난당했습니다.

주차장 CCTV로 범인을 찾아보려 했던 정 씨는 곧바로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녹화가 전혀 되지 않는 허수아비 CCTV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 ○○ (아파트 주민) : "그 테이프를 갖고 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테이프는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더라고요. (소장님이?) 네."

경비실에 확인해 봤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경비원 : "모니터 찍어 놓은거요? 그거 없어요. (그게 없나요?) 예...카메라하고 선만 있지 볼 수 있는 건 없어요."

6년 전 개정된 주차장법에는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장 전체를 볼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CCTV가 버젓이 달려 있을 수 있었을까?

<인터뷰>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6년 전에 제가 근무하기 전에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입구에만 하나씩 하나씩 달아놓았다."

단속에 무관심했던 관할 구청 역시 범죄를 부추긴 셈입니다.

<인터뷰> 구청 관계자 : "지하주차장 CCTV만은 (단속을) 안 했거든요. 안 한 것을 했다고 할 수는 없고...."

아예 단속만 피하기 위한 모형 CCTV마저 버젓이 등장해 인터넷 등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CCTV 판매업자 : "진짜를 달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진짜도 달고 가짜도 달고...(주로 어디서 많이 사가세요?) 주로 아파트에서도 많이 사가고 개인도 사가고...."

끊이지 않는 범죄 소식에 불안해 하는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CCTV.

하지만 그마저도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노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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