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가 만난 사람]“남편은 영화감독이지만 괜찮아”

입력 2007.02.28 (09:10)

<앵커 멘트>

만드는 영화마다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 일으킨 영화인,,,바로 박찬욱 감독이죠?

그 박찬욱 감독이 제 57회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일을 냈습니다.

바로 특별상을 수상한건데요..

상도 상이지만 박찬욱 감독,,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배출하는 자신의 개성만큼이나 재치있는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는데요..

이주한 앵커가 박찬욱 감독을 만나 이번 수상소감과 그의 영화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리포트>

<녹취>"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네번째 방문한 베를린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예술적 혁신을 이룩한 영화에 주는 알프레드 바우어상.. 상의 권위에 걸맞게 박찬욱 감독의 수상소감에는 재치가 넘쳐 났습니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정과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듬뿍 담아서 말이죠..

<녹취>박찬욱 감독: "그녀가 돌아가서 이렇게 말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남편은 영화감독이지만 괜찮아."

<녹취> "집 사람이 부끄럽다고, 제가 지금 집에서 원망을 많이 샀다.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왔는데 또 그 얘기하는 바람에 또 그렇게 됐네요.. "

박찬욱 감독 사무실 서울 대학로, 그의 영화사에서 다음 작품을 구상중인 박찬욱 감독을 만났습니다. 서너평 남짓한 사무실의 벽은 사진으로 가득했습니다.

<인터뷰>박찬욱: "(사진찍는 걸 좋아하시나봐요?)네...대학 때 사진반이었어요"

이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폭력성을 지향했던 그의 과거 작품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딸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박찬욱 감독, 가수 비를 과감하게 캐스팅하며 대중에게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하지만 비, 아니 배우 정지훈으로도 부족했던 걸까요? 지난해 개봉한 싸이보그는 관객 73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 실패의 쓴맛을 안겨줬습니다.

<인터뷰>박찬욱 감독: "전 놀랬어요. 그전에 만든 영화가 논쟁적이었던데 비해서 흥행이 잘됐고, 이번에 무난하다고 생각했던 영화는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고 제가 대중의 마음을 잘못 읽고 있구나 생각했죠."

그렇습니다.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까지 ,,그의 복수 3부작에 담긴 복수와 폭력 이 두 주제는, 관객들을 늘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박 감독은 왜 이렇게 폭력에 집착한 걸까요?

<인터뷰>박찬욱 감독: "영화나 대중매체에선 사랑과 화해와 평화,용서를 많이 얘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하려고 해서는 개선이 되지 않으니까, 엄연히 있는 것을 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의 영화로 볼 때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듯해 보이지만, 박 감독은 상업광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문득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뭐라고 했냐구요? 들어보시죠..

<인터뷰>박찬욱 감독: "나중에 돈 없을 때 대비해서 돈을 모으려고 합니다. 돈 말고 다른 이유로 광고 찍겠습니까?"

큰 상을 받기는 했지만 흥행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인가요?

이번 인터뷰를 꺼려 한 그는 채 30분도 안되는 인터뷰 중간 중간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다음 약속 장소로 황급히 떠난 박찬욱 감독..

대중성과 자신의 철학, 그 경계에서 고민하는 젊은 감독의 발걸음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 영화가 기대되는군요.. 그렇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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