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인문학 교양 강의’ 속출

입력 2007.03.28 (22:24)

<앵커 멘트>

심각한 취업난때문이겠죠? 최근 각 대학에서 문을 닫는 인문학 강의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인문학 기피실태를 심인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토익 듣기 평가 문제, 영어 학원이 아닙니다.

대학 강의실입니다.

이번 학기 신설된 2학점 짜리 정규 토익 강의입니다.

정원 백 명인 12개 강의의 수강 신청이 금방 끝날 정도로 학생들의 호응은 뜨겁기만 합니다.

<인터뷰>김수지(00대 영문과 4학년) : "수강 신청할 때 보면 토익 같은 경우 빨리 마감돼요. 너도나도 들으려고 하니까. 인기는 많은 것 같아요."

반면 취업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는 강의는 강의실을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인터뷰>차혜린(단국대 국악과 4학년) : "솔직히 교양과목이요,저희한테 실생활이나 저희가 졸업을 하고 나서 별로 쓸데가 없는 교양 강의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학기 서울의 7개 주요 대학에서 폐강된 교양 강의는 모두 158개, 이 가운데 70%가 넘는 114개가 인문 사회 계열 강의였습니다.

서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학기에 폐강된 교양강좌 22개 가운데 70% 이상이 인문대 강좌였습니다.

<인터뷰>안준상(서울대 인문대 1학년) : "솔직히 좀 마음이 안타깝고 착잡하죠. 우리사회가 취직 위주고 출세나 부를 중시하니까 일반적인 학생들로서는 어쩔 수 없죠."

인문학이나 교양서적을 읽는 학생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연세대 도서관의 도서 대출 순위 60위 안에는 전공 서적을 제외한 인문학 서적이 단 1권 밖에 들지 못했습니다.

대학에서부터 인문학의 저변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뷰>조성택(고려대 철학과 교수) : "지금 같은 분위기로 10년만 간다면 지금 현재 학문 수준을 이어받고 더 넘어갈 수 있는 후속세대가 없게 되고 정말 인문학의 공동화 현상이 생겨납니다."

지난해 정부의 연구 개발비 가운데 인문학 연구에 지원된 돈은 1%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KBS 뉴스 심인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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