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산시의 성인오락실 화재참사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밀실 영업이 화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불법 오락실은 이중삼중문으로 돼 있어 화재가 나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불이 난 성인오락실입니다.
미로처럼 얽힌 복도와 어두컴컴한 실내 공간 탓에 소방관들이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오락실 입구에는 안이 보이지 않는 유리문 앞에 커다란 철문이 또 가로막고 있습니다.
경찰이 청진기로 오락실 소음을 듣는 걸 막기 위한 시설입니다.
모습을 드러낸 오락실 안은 더 참담합니다.
창문은 석고보드로 가려져 있고, 환풍기는 단 1대.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가득 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숨진 사람들이 유독가스와 불길을 피해 출입문이 아닌 반대편 구석에 몰려 발견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인터뷰> 임윤재(사망자 친구): "안에서는 열 수 없는 문인데 이중문으로 돼 있잖아요. 모르고 있다가 그제서야 불은 밖에서 다 번지고 있고..."
최근 경찰이 단속한 한 불법 게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이 벽을 부수고서야 게임장 비밀통로로 간신히 들어섭니다.
넓은 밀실에선 사행성 게임기 2백50여 대가 쉴새 없이 돌아갑니다.
이중, 삼중의 출입문에 벽이나 책으로 가려놓은 위장술은 경찰관들의 혀를 내두르게합니다.
<인터뷰> 김양배(서울 종로경찰서 지능1팀): "경찰 등 7,80 여명이 들어왔는데, 이중, 삼중에다 비밀통로까지 있어 들어오는 데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불이 나면 대피라고는 아예 불가능한 비밀 요새와 같은 구조입니다.
이런 오락실과 PC방 등은 대부분 불법 영업이라 소방점검 대상도 아닙니다.
또 불에 잘 견디는 특수 페인트 방염 처리도 지난 6월부터 의무화됐지만, 불법 영업장은 그저 남의 일입니다.
허술한 단속을 틈타 불법 영업을 일삼는 성인 영업장.
제2, 제3의 대형 참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