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5인조] 아찔한 고공 작업

입력 2008.01.09 (20:55)

<앵커 멘트>

'고위층 인사' 라고 하면 과연 우리 사회에 몇 명이나 될까요?

하지만 이분들 역시 고위층 인사로 꼽는 덴 빼놓을 수 없겠죠?

출동 5인조, 오늘은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공에서 매일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양민효 기자입니다.

<리포트>

해 뜨는 모습 작업 체조 준비 새벽 6시 반, 이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직은 어둠이 지배하는 시각, 잠든 바다를 깨우는 것은 사람들을 태우고 나르는 소형 뱁니다.

오늘의 일터는 이 드넓은 바다 위에 하늘과 가까운 곳입니다.

내년에 완공되는 인천 대교의 주탑은 국내 다리들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238미터, 63빌딩(249)과 맞먹고, 주탑보다 30미터 높은 타워 크레인은 최고층 빌딩, 타워팰리스(256)에 육박합니다.

50명이 이 바벨탑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탄 뒤 사다리를 기어오르는 것이지만, 때론 이렇게 크레인 신세를 지기도 합니다.

한 걸음만 내다봐도 아찔한 바다지만, 막상 일하는 이들은 태연자약입니다.

<인터뷰> "여기가 육지라고 생각하니까요, 육상이나 해상이나 별다를 바 없습니다."

<인터뷰> "젊었을 땐 겁없이 했고, 지금은 살 만큼 살았으니까 하는 거죠."

저는 지금 인천대교 주탑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오늘은 안개가 끼어있지만, 저 멀리 펼쳐진 인천 앞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도 고공 작업의 매력 중 하납니다.

<인터뷰> "강화도까지 시야가 멀리 보이거든요, 이런 시야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침없는 이들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변덕스런 해풍입니다.

<인터뷰> "바람이 많이 불면 작업을 중단합니다. 안전띠를 건다 해도 흔들림이 있으니까, 항상 불안한거죠."

고공 작업이 고달픈 이유는 또 있습니다.

생리적인 신호가 와도 망망대해 위 고립무원 신세!! 작업장 한쪽의 간이 변소에서 해결하는 게 상책입니다.

<인터뷰> "화장실요? 그게 골친데... 좀 참아야죠, 그 수 밖엔 없습니다. 환경을 파괴할 순 없잖아요. 아무데나 버릴 수도 없고.."

긴장을 잠시 놓는 점심시간, 다리 아래 컨테이너에서 따뜻한 밥을 먹지만, 홀로 외로운 밥상을 받는 이도 있습니다.

<인터뷰> 타워크레인 기사 : "피크닉 나온 것 같죠. 경치 좋잖아요. 주위 바라보면서 먹으니 좋긴 한데 혼자 먹으려니 외롭죠."

백 미터가 넘는 사다리를 맨손으로 타는 게 일 아닌 일, 종일 땅 한 번 밟기가 어렵습니다.

하루 평균 11시간을 고공에 매달려 있는 생활, 완공까지 남은 시간은 1년 9개월입니다.

이번엔 실내 골프장입니다.

믿을 것은 안전 걸쇠 하나, 철재 기둥을 순식간에 올라, 점검작업을 시작합니다.

<인터뷰>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와이어 상태나 안전상태를 알 수가 있거든요."

길이 3백 미터, 높이 백 미터, 거대한 그물망을 누비는 스파이더맨의 출현에,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합니다.

<인터뷰> "떨어질 것 같이 엄청 불안하죠, 저분들 내려올 때까지 걱정되요."

<인터뷰> "보기만 해도 아찔하지요.(선생님 본인보고 올라가라고 한다면요?) 절대 못올라가지요. 허허."

발밑엔 그야말로 맨땅, 기둥 사이에, 와이어 위에 위태위태 기대면서도 여유만만이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가끔 작업하다가 골프공이 날아올 때가 있어요. 한번은 골프공이 날아와서 직원 얼굴에 멍든 적이 있었어요."

이 밖에도 고층빌딩 유리창 청소부, 아파트 페인트공 등 아찔한 일상을 사는 고위층 사람들....

위험천만한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은 남다른 자부심입니다.

<녹취> "나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최고다. 그런 생각을 하죠."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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