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미술품 감정 선진화돼야”

입력 2008.01.09 (23:31)

<앵커 멘트>

지난해 경매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뒤 위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박수근 화백의 작품 '빨래터'가 오늘 감정 결과 진품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태의 결과와 과제를 취재기자와 정리해봅니다.

김성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1>

감정위원들이 어떤 근거로 진품으로 판정했는지 궁금한데요?

<답변1>

미술품감정연구소는 이 작품을 크게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감정을 했습니다.

첫째는 작품의 원래 소장자의 진술입니다.

원 소장자는 미국인으로 현재 미국에 살고 있어 전화로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이 소장자는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1950년대 반도호텔에서 일할 때 박수근 화백에게 직접 작품을 구입해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술계 전문가들의 안목 감정 방법입니다.

눈으로 봐서 작가의 특징이 얼마나 확실한지 가려내는 건데요, 특별감정위원장을 맡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오광수(특별감정위원장) : "자기의 스타일이 완성되는 50년대 말까지는 작품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런 스타일이 잘 나타납니다."

마지막으로는 과학감정으로 자외선, X선 촬영 등을 했지만 위작에서 잘 드러나는 덧칠을 하는 등의 서툰 기법이나 작품을 오래되 보이기 위한 조작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방법으로 진위 자체를 명백히 가려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2>

감정을 의뢰했던 경매회사와 위작 의혹을 제기했던 잡지사는 어떤 반응인가요?

<답변2>

이 작품을 거래했던 경매회사 측은 진품이라는 결과 발표가 나오자 즉각, 무책임하게 의혹을 제기했던 잡지사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경매회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심미성(서울옥션 홍보마케팅 이사) : "소송을 위임하여 민형사상 가능한 한 모든 법적 절차를 취하겠습니다."

그러나 의혹을 지적했던 잡지회사 측은 감정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감정 과정이 문제라고 그 이유를 밝혀 소송으로 갈 경우에도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질문3>

법적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과제는 어떤 점일까요?

<답변3>

현재 경매회사는 자체 내부 감정을 한 뒤 작품을 거래에 내놓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공개작의 경우 경매 전에 외부 감정을 거쳐 잡음의 소지를 사전에 줄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미술품 감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미술품 감정을 보다 전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게 문제인데요.

오늘 감정위원 20명 가운데 10명이 화랑 관계자였습니다.

또 경매회사의 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도 이번 외부 감정에 참여해 감정의 공정성에 흠을 주기도 했습니다.

과학적 분석도 더 철저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이중섭 위작 사건의 경우에는 문제의 그림을 분석한 결과 이 화백의 생존시에는 없던 물감이 나와 검찰 수사에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인터뷰> 최명윤(명지대학원 문화재 보존관리 학과 주임) : "어떤 물감으로 어떻게 그렸느냐, 어떤 천위에 그렸느냐는 것이 연구되고 축적되야 과학적 자료의 기준이 된다고 보는데..."

작가의 모든 작품을 도록으로 기록해 문제작이 나왔을 때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전집 도록이 나온 유명 작가는 장욱진 화백 한 명뿐일 정도로 자료 정리가 부실한 실정입니다.

지난 2006년 문화관광부는 전문 감정 인력 양성 등 감정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해 감정 발전 위원회를 만든 바 있는데요, 이 위원회는 다음해 예산이 마련 안 돼 1년 만에 활동을 접고 말았습니다.

미술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거래에 앞서 미공개작에 대한 검증과 미술품 감정 체계의 선진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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