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오늘] 전 국회의원 이철용의 ‘인생 유전’

입력 2008.02.12 (20:43)

<앵커 멘트>

이철용 의원 기억하십니까?

최초의 장애인 국회의원으로 또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했죠.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온 이 의원이 요즘엔 역술가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뉴스 후 오늘> 김나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헌정 사상 최초의 장애인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철용, 서슬 퍼런 시절, 그의 화법은 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페놀의 유해성을 보여주겠다며, 국회에 직접 금붕어를 갖고 나와 실험해 보였고 한번 마음먹은 일에 대해선 결코 고집을 꺽지 않았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골목 어귀.

머리를 빡빡 민 이철용 씨는 이제 남의 인생을 돌보는 역술가, 속칭 점쟁이로 변신해 살고 있습니다.

<녹취> "갑진 용띠 왜 이렇게 고집이 세."

남들의 인생사를 짚어내지만 구두닦이에서 깡패까지 안 해본 일이 없는 이 씨의 발자취야말로 인생유전!

바로 그 파란만장한 삶이 이 씨를 이 자리에 앉게 했습니다.

<녹취> 이철용 : "나 같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주팔자가 다를까?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살아가는 게 팍팍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더 들고."

태어나 여섯 달 만에 아버지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무렵, 이 씨 역시 결핵성 관절염으로 한쪽 다리 일부를 잘라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초라한 학력이었지만, '꼬방동네 사람들' 등 사회의 어둠을 그린 십수 편의 책으로 반향을 일으켰고, 넘치는 끼를 담아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철용 : "팔팔하죠, 팔팔해. 근데 좀 숙성이 안됐죠. 말하자면 혈기만 왕성했지, 정치적으로 생각하고 하는 게 부족했던 거 같아요."

의원 시절, 비싸고 기름진 음식만 먹어야 하는 게 오히려 힘들었다는 이철용 씨는 소박한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자, 간장을 이렇게 해서~"

올해 나이 61.

하지만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 앞에선, 아직 어린 아들입니다.

<현장음> "엄마 나 이제 운동할게요."

하루 두 시간 씩, 운동을 빼놓지 않는 것, 그것 역시 효도의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인터뷰> 이철용 : "내 몸 잘 가꾸는 게 어머니 행복하게 해드리는거고."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에 간첩으로 몰려 얻게 된 고문 후유증도, 또 불편하던 다리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인터뷰> 이철용 : "친구들은 늘어졌어요. 근데 나는 빵빵해."

구두닦이에서 신문팔이, 집창촌 관리자에서 건달, 소설가에서 정치인, 그리고 역술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이 씨는 이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게 자신의 삶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인터뷰> 이철용 : "우리의 인생 사는 밤낮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니고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죠. 밤낮 흐린 날만 있느냐고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에요."

KBS 뉴스 김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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