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오늘] 최요삼 선수가 남긴 ‘사랑’

입력 2008.02.22 (20:46)

수정 2008.02.22 (21:07)

<앵커 멘트>

경기 직후 쓰러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숨을 거둔 故 최요삼 선수, 기억하시죠?

최 선수는 장기 기증을 통해 이웃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그가 남긴 자취를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지막 라운드, 조금만 버티면 6연승에 통산 32승.

그런데... 최 선수의 운명을 갈라놓은 불의의 한 방.

안간힘을 다해 다시 일어선 챔피언...

그토록 원했던 승리는 지켜냈지만...

그게 권투 인생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녹취> 병원 발표:"2일 12시45분 현재 최종 뇌사상태임을 확인했습니다."

최요삼 선수는 안타깝게 떠나갔지만, 그의 장기들은 여러 이웃에게 소중한 새 생명과 희망을 주며, 아름답게 거듭났습니다.

두 달 전만 해도 사경을 헤매던 천모씨에겐 아들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습니다.

<인터뷰> 천OO:"밥 잘 먹고 약 잘 먹고 그런 것이 좋아졌지요. 새로 인생을 태어났다 그런 생각이…"

독성간염으로 쓰러졌던 천씨는 간이 망가져 황달에다 복수까지 차올랐습니다.

2주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고,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체념할 즈음, 구세주처럼 나타난 간 기증자가 바로 최요삼 선수였습니다.

<인터뷰> 조백환(전북대병원 교수/간 이식 집도의):"(최요삼 선수) 간의 에너지 상태는 썩 좋았다고 볼 수 없으나 평상시에 간을 잘 관리해왔기 때문에 아주 강인한 간이었습니다."

천씨는 이제 부축 없이도 하루 한두 시간씩 운동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 선수의 간과 심장, 각막과 신장은 천 씨 외에도 시력을 잃은 생후 9개월 꼬마와 신부전증을 앓는 고등학생, 그리고 심장병에 걸린 30대 여성 등 모두 6명에게 새 삶을 찾아주었습니다.

최 선수의 기증은 침체된 장기 기증 문화에도 물꼬를 텄습니다.

지난 한 달간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6천여명,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5%나 늘었습니다.

<인터뷰> 설OO(최요삼 선수 간 이식 환자 아들):"제 누님들도 다 기증하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저도 할 거고요. 친구들한테도 제가 기증을 권유하고 있어요."

최요삼 선수는 또 다른 선물도 남겼습니다.

텅빈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올해 서른 둘의 늦깎이 복서 장원석씨.

권투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었습니다.

<인터뷰> 장원석(권투 선수/경력 5년차):"권투는 저의 전부죠. 직장도 때려치우고 제 모든 것을 걸었으니까. 나머지 인생을. 저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목표는 권투 신인왕전 우승.

그러나 국내 유일의 신인왕전이 지난해 무산된 데 이어 올해도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

<인터뷰> 허병훈(전 최요삼 선수 트레이너):"매우 안타깝죠. 저희 체육관 선수도 6명이 신인왕전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그중 셋은 운동을 그만뒀고 겨우 셋은 하고 있는데. 아마 전국 체육관에 신인왕을 준비했다가 지금은 권투를 포기한 선수들이 그 중에 50%를 넘지 않을까."

하지만 희망이 생겼습니다.

신인들을 위해 최요삼 추모 복싱대회가 열리게 된 것.

한국 권투를 되살리겠다던 최 선수의 뜻을 잇기 위해 최 선수의 동생이 나섰습니다.

<인터뷰> 최경호(故 최요삼 선수 동생):"항상 그랬어요. 최요삼 그 다음이 없다. 권투가 사양길에 접어들어서…. 어린 선수들, 신인 선수들 시합을 많이 시켜라. 그래야 권투가 산다…"

경호씨는 요즘 후원 기업과 권투인들의 지원을 구하느라 분주합니다.

국민들이 보내준 성금 7천여만원 가운데 최 선수 치료비로 쓰인 돈은 고작 90여만원.

장례비를 뺀 3천여만원이 대회 개최에 든든한 종잣돈이 됐습니다.

힙합가수 리쌍은 최 선수를 추모하는 노래를 제작 중입니다.

10년을 이어온 우정과 그가 보여준 사랑을 노랫말에 담았습니다.

<인터뷰> 개리('리쌍' 래퍼):"요삼이 형님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요삼이 형님이 가시면서 큰 사랑을 보여주고 가셨잖아요. 그런 사랑을 크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결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겨내자. 인내하자. 강한 정신이 나를 도울 것이다. 인생 1막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반드시 될 것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파이팅 - '고 최요삼 선수 일기' 中에서"

권투를 위해 불살랐던 서른 다섯의 짧은 생을 마감한 챔피언 최요삼.

세상에 사랑과 희망이라는 소중한 씨앗을 남겼습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