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내정자, 대선 여론조사 내용 유출 의혹

입력 2008.03.05 (22:02)

<앵커 멘트>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97년 대선 직전에 갤럽 회장 자격으로 주한 미 대사를 만나 대선 여론조사 내용을 유출한 정황이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당시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이어서 사규는 물론 실정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탐사보도팀의 김태형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지난 1997년 12월 15일 주한 미 대사관이 미 국무부로 보낸 3급 비밀 문서입니다.

당시 주한 미 대사이던 보스워스가 대선 일주일 전인 97년 12월 12일 당시 한국갤럽 회장이던 최시중씨 등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나눈 얘기가 상세하게 기재돼 있습니다.

보스워스 대사는 직접 작성한 이 보고서에 최시중 갤럽 회장이 회동 이틀 전인 12월 10일 실시한 한국의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줬다고 기록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10% 가량의 큰 차이로 이기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최시중 한국갤럽회장은 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가 이 후보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이것이 김대중 후보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은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지난 97년 대선 때는 선거일 22일 전인 11월 26일부터 선거일인 12월 18일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이었는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금지기간인 12월 12일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유출한 것입니다.

한국갤럽 측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의뢰 기관 이외의 외부에 유출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갤럽 관계자 : "(공표 금지 기간에) 조사 하는 건 상관이 없죠. 단지 그걸 공표를 못할 뿐이지. (공표는 어떤 식으로든 안 한다?) 갤럽 관계자 그렇죠. (안에서 보안은 철저합니까?) 그럼요. 저희는 선거팀이 따로 구성돼서 그 쪽에서 개별적으로 관리 하고 있고, 보안 솔루션도 해놓고..."

한국갤럽측은 또 조사 자료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할 경우, 회사 사규상 최고 파면까지 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무부 문건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의 책임자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야할 최시중 회장은 미국 대사와 만나 민감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와 선거판세 분석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 것입니다.

최시중 후보자는 이에 대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주한 외교사절들과는 종종 만나서 한국의 전반적인 정치 상황 등에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직선거법에는 여론조사의 공표 금지 기간에 그 경위와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 보도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이미 소멸됐다곤 하지만, 국내 굴지의 여론조사기관 대표가 미국 대사와 만나 공표가 금지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유출한 행위는 고위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큰 흠결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KBS 뉴스 김태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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