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때 대학마다 경쟁처럼 특이한 이름과 전공의 이색학과를 설립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이름 때문에 유명세를 탔던 이들 이색학과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학과는 별로 많지 않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9시 뉴스: "스타일리스트과가 신설됐습니다."
이색학과 설립 붐을 타고 이 대학은 지난 2004년, 컴퓨터게임과를 개설했습니다.
개설 당시 학교측은 높은 취업률을 보장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컴퓨터게임과는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습니다.
<인터뷰> 대학 관계자: "공급 과잉으로 더 이상 IT산업의 부흥이 지금 현재 지방에선 기대하기 어려워 컴퓨터 게임과만 아니라 컴퓨터학과도 폐지했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입니다.
특히 군 제대 후 학교에 돌아오고 나서 자신이 다니던 학과가 폐지된 사실을 알게 된 복학생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준구(OO대 컴퓨터게임과 학생): "복학할 거라고 갔는데 컴퓨터게임과라고 하니까 복학신청서가 아니라 전과 신청서를 주더라고요."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진로가 뒤바뀌게 된 것입니다.
<인터뷰> 손주환(OO대 사회복지학과 전과생): "제 꿈이 원래 게임기획자였는데, 다른 길을 가야된다는 게 아쉬웠고요."
심지어 개설하자마자 사라지는 학과도 있습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정원 20명의 레이싱모델학과를 신설한다며, 모집공고를 냈다가 합격자 전형도중 해당학과를 없애버렸습니다.
합격자가 5명밖에 안 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2000년 이후 전국 75개 대학이 118개의 이색학과를 개설했습니다.
하지만 모집정원 미달, 불투명한 전망, 대학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이유 등으로 60개 이상의 학과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이승근(한국전문대학 교육협회): "실질적으로 시류에 편승해서 인기 위주의 학과를 개설하다보면 그 부분이 수요와 맞지 않아서/(0054 뒷부분)결국 신설학과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물론,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이색학과들도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개설된 동서울대의 시계주얼리과.
올해 입시 경쟁률은 12대 1이었고, 지난해 졸업생 취업률은 93%가 넘습니다.
관련업계의 구체적인 수요 조사에 근거해 학과를 만든 결과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조선형(동서울대 시계주얼리과 교수): "다른 대학들은 학교의 필요로 학과를 만드는 데 비해 저희 시계주얼리과는 시계주얼리업계의 주문에 의해서 만들었습니다."
청강문화산업대학은 무려 26개의 이색학과가 있지만 개설 뒤 폐지한 학과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 대학 역시 산업현장의 요구에 부응한 맞춤형 실습 교육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구근회(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저희는 직업의 전문화를 위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할 때 이름보다는 이들이 얼마나 시장 수요에 부응하고 있는지부터 세밀하게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호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