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민심 깊이 헤아려야

입력 2008.05.06 (07:03)

수정 2008.05.06 (08:52)

[김인영 해설위원]

광우병과 관련된 온갖 좋지않은 소문들이 나돌면서 서민들의 정서도 사나워지고 있습니다. “광우병 소 먹고 죽을 날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는 식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중고생들까지 촛불 집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화장품이나 생리대, 기저귀까지도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등의 황당한 소문들이 집회장에선 진실이 되가는 듯한 분위깁니다. 정부와 미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취임한지 두달 겨우 넘긴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격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흥분의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정부가 끝장 토론까지 마련해 해명했지만 때를 놓쳤습니다. 광우병 감염 확률이 10억분의 1로 사실상 0에 가깝다고 해도 믿질 않습니다. 미국 등 97개국 사람들이 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소용 없습니다.
이번 광우병 파문은 상식과 합리성 차원에서 보면 분명 감정적으로 지나치게 흥분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국민 설득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부 세력이 정치논리로 접근해 선전 선동하고 있다고만 본다면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 파문의 밑바닥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민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강조해 온 현 정부가 미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생각해 야무지게 따지지 않고 할 말을 제대로 못한 것 아닌가 하는 불신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국익의 실리면에선 어떻든 간에 미국에 맞섰던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미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알게 모르게 높아졌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은 현 정부가 국민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아쉬움이 큽니다. 물론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해놓은 일을 뒤처리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귀담아 듣는 이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는 이번 광우병 파문엔 현 정부 출범한 뒤 누적된 불만이 담겨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단순히 건강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만이 아닙니다. 내각 출범과정의 혼선과 재산공개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공직자들의 땅투기 의혹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부 여당은 오늘 당정협의회를 열고 광우병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내일은 쇠고기 협상 청문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읽고 보다 성숙한 문제인식이 담긴 대책을 세우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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