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스턴·히딩크, 4강행 지략대결

입력 2008.06.20 (08:12)

수정 2008.06.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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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 마르코 판 바스턴(44)과 거스 히딩크(62)가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4강 길목에서 지략 대결을 벌인다.
판 바스턴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러시아와 22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콥파크에서 대회 8강전을 치른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조별리그에서 2006 독일월드컵 우승.준우승국인 이탈리아(3-0 승)와 프랑스(4-1 승)를 차례로 완파하고, 주축들을 대거 쉬게 한 루마니아와 최종전에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깔끔하게 C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러시아는 스페인과 1차전에서 1-4로 대패한 뒤 지난 대회 챔피언 그리스를 1-0으로 누르고 3차전에서는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 받던 스웨덴을 2-0으로 꺾어 조 2위로 힘겹게 8강 대열에 합류했다.
네덜란드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 판 바스턴 감독은 2004년 대표팀을 맡아 독일 월드컵 16강에서 포르투갈에 0-1로 패하며 접었던 메이저대회 우승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다음 달부터는 자신이 선수시절 활약했던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사령탑에 오르게 돼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절실하다.
판 바스턴 감독은 선수시절인 1988년 이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결승 상대는 바로 구 소련(네덜란드 2-0 승)이었고, 판 바스턴은 쐐기골을 넣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뒤지지만 러시아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히딩크의 마법'을 믿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현역경력은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지도자로서는 숱한 기적을 일궜다.
네덜란드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1996년 대회 8강에 올랐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4강까지 밟았던 그는 이후 세 차례 축구 변방의 대표팀을 이끌며 잇따라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조별리그를 통과시키는 마법을 부렸다.
한국을 맡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고, 호주를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 놓은 독일월드컵에서는 내친 김에 사상 첫 16강까지 이끌었다.
이번에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러시아와 함께 8강 무대를 밟는다.
구 소련은 무려 네 차례나 이 대회 결승에 진출해 1960년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세 차례나 준우승(1964, 1972, 1988년)을 차지했다.
하지만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딩크 감독은 얄궂게도 조국에 비수를 꽂아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승부사인 그는 "내게 매우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며 이번 맞대결을 기다렸다는 눈치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대표팀을 손바닥 들여보듯 꿰뚫고 있다는 점은 러시아로서는 큰 힘이다.
히딩크는 네덜란드 명문 클럽 PSV 에인트호벤 감독(1987-1990년, 2002-2006년)도 맡았고, 네덜란드 대표팀(1995-1998년)도 이끌었다. 판 바스턴 감독이 1987년 이탈리아 AC 밀란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다섯 시즌을 아약스에서 선수로 뛸 때 히딩크는 라이벌 에인트호벤의 코치(1984-1987년)였다.
판 바스턴과 히딩크의 지도자로서 첫 맞대결은 판 바스턴의 완승이었다.
네덜란드와 러시아 간 첫 A매치였던 지난해 2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네덜란드는 4-1 대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네덜란드의 전력은 더욱 무섭다.
우승 후보들을 잇따라 제압하며 본선 참가국이 16개국으로 늘어난 1996년 대회 이후 4회 연속 8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참가국 중 최다인 9득점을 올렸고, 최소인 1실점만 했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와 로빈 판 페르시가 각각 두 골을 뽑았고 뤼트 판 니스텔로이,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 디르크 카윗, 아르연 로번, 클라스 얀 훈텔라르가 골 잔치에 가세했다.
주전.비주전을 가리기 힘들 만큼 화려한 공격진에 수비 라인 또한 견고해 20년 만의 우승컵 탈환은 전혀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판 바스턴 감독은 조별리그를 마친 뒤 "8강은 또 다른 경기다. 제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러시아는 안도라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퇴장을 받아 본선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한 뒤 스웨덴과 3차전에서 쐐기골을 터트린 공격의 핵 안드레이 아르샤빈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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