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즐거운 인터넷 중독 치료 학교

입력 2008.06.23 (08:49)

<앵커 멘트>
조금 있으면 여름방학이 돌아오죠.

그런데 부모들은 더 고민이 커진다고 합니다.

바로 인터넷 중독에 빠진 자녀들 때문인데요.

이런 학생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김시원 기자! 어떤 프로그램이죠?

<리포트>

생각해 보면 치료라고 할만큼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도심을 벗어나 또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고,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면서 상담을 받는 건데요.

그런데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10명 가운데 6명은 인터넷 중독이 다소 나아졌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입니다.

닫힌공간에서 열린공간으로 나오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살펴봤습니다.

인터넷 중독 치료 학교에 들어온 중학생들이 파란 잔디를 누빕니다.

11박 12일 일정의 프로그램에 모두 18명이 참여했는데요.

여기에 보내기까지 부모들의 맘 고생은 정말 심했습니다.

<녹취> 부모 : "집에서 그걸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제가 애도 때려봤어요. 정말 세게 때려 보고 하소연도 해보고 눈물 흘리면서 울어도 보고."

중학교 2학년 용수는 식사도 거르면서 하루 평균 10시간, 주말에는 스무시간 가까이나 인터넷 게임을 해 왔습니다.

<녹취> 용수(가명, 인터넷 치료 학생) : "컴퓨터 며칠 안해보니까 어때요? 하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애들이(온라인상 친구) 내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잊을까봐 겁이나요."

용수가 컴퓨터 중독 정도와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상담을 받는데요.

컴퓨터 사용 시간을 확인하면서 용수 스스로도 많이 놀랍니다.

통제력과 긍정적인 사고를 키우기 위해 분노조절 수업과 낙관주의 수업도 받습니다.

<인터뷰> 오주신(낙관주의 수업 강사) : "비관이는 포기하는게 너무 빨랐어. 모든 상황을 내 탓으로 돌리면서 나는 모든 상황에서 다 못할 거야. 포기해 버렸죠."

아침 산책시간,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도 마음을 다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녹취> 용수 : "여기는 컴퓨터를 안하기 때문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땐 멍한데... 눈이 풀리잖아 너무 오래하면.."

이렇게 운동도 하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며칠을 지내면 학생들은 스스럼 없이 친해집니다.

휴식 시간과 장기자랑 시간에 뭘 할 지 스스로 정하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춤추고 박수치고 웃고 떠들고...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에만 매달리던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녹취> 중학교 2학년생 : "계속 프로그램하고 애들이랑 잘 놀고 그러니까요, 컴퓨터없이도 이렇게 즐겁고 재밌게 놀 수 있으니까"

<녹취> 중학교 3학년생 : "컴퓨터 없이도 이렇게 즐겁고 재밌게 놀 수 있으니까 왠지 이번에 집에 가면 그 때는 컴퓨터 안하도록 해보려구요"
물론 짧은 교육만으로는 인터넷 중독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역시 부모의 관심과, 자녀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열쇱니다.

<인터뷰> 이형초(인터넷 중독 연구소장) : "게임을 못하도록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우리아이가 입을 닫거나 저랑 얘기를 안하거나 나를 싫어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건가. 나를 싫어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건가 얘기가 돼야 그 다음 진행이 되거든요. 무작정 무섭게만 하고 무작정 게임 못하게만 하는게 능사가 아니에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인터넷 중독학교를 다녀온 학생의 60%는 상태가 나아졌다면서, 교육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자녀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먼저겠지만, 이런 교육프로그램까지 병행할 경우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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