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도 상속포기 안하면 빚 상속

입력 2008.06.30 (07:20)

수정 2008.06.30 (07:21)

<앵커 멘트>

부모가 남긴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을 때는 자녀들이 보통 상속을 포기하는데요.

그런데 자녀뿐아니라 손자손녀가 있는 경우에 이들도 함께 상속 포기를 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박종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1년 이모 씨의 할아버지가 빚 3,000만 원을 남기고 숨지자 이씨의 부모는 상속 포기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7년이 지나 채권금융기관은 할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으라며 고인의 손녀인 이씨에게 법원을 통해 지급명령서를 보냈습니다.

별도로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녹취> 이 00(채무자 손녀) : "법원에서 돈을 지급해라. 안 하면 뭐가 된다. 이렇게 적혀있는 걸 받아보니까 저로서는 당황스럽고..."

한 금융기관은 상속을 포기한 아들 대신 2살짜리 손녀가 돈을 갚아야 한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안갑준(농협 검사팀 팀장) : "일반 국민정서에는 맞지 않겠지만 법률이라든가 우리 내규상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는 적절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민법에는 채무자가 숨졌을 때 금융기관이 최대 4촌까지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지급명령서를 받았을 때 석 달 안에 상속 포기 절차를 밟으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지급명령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우편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 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권정순(변호사) : '제가 직접 그 우편물을 안봤다 하더라도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우편물을 받은 이상 그것은 제가 알았던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이 빚을 받아내기 위해 이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송태경(민생연대 사무처장) : "2, 3년 지났을 때 갑자기 지급명령신청을 하거나 대여금 반환 청구를 하는 방식으로 상속채무를 전가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결국 사촌 이내의 친척이 숨졌을 때 채무관계를 꼼꼼히 따져보고 필요할 경우 제때 상속포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KBS 뉴스 박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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