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구한 일본판 ‘쉰들러 리스트’

입력 2008.08.14 (22:05)

<앵커 멘트>
일제시대에 징용당한 한국인 수백명을 구해준 한 일본인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일본판 쉰들러 리스트의 사연을, 이승준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1940년대 중반 탄광이 밀집된 후쿠오까, 많은 한국인 징용자들이 강제 노역에 시달렸습니다.

가혹한 착취를 못이긴 한국인들은 하나둘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합니다.

이중 일부가 숨어든 곳은 부근의 한 신사, 당시 신사 관리인인 일본인 하야시 토라지씨가 이들을 보살펴줬습니다.

<인터뷰> 하야시 에이다이(토라지씨 아들) : "신사에 도착한 많은 사람이 중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들을 치료해줘야했고 물을 줘야 했고, 또 밥을 먹여야 했습니다."

하야시 토야지씨는 일본군의 눈을 피하도록 징용자들을 신사 아래 빈 공간엔 피신시켰습니다.

<녹취> "제가 '어이! 나와라' 하고 부르면, 그 사람들이 기어 나왔습니다."

도움을 받은 한국인들은 대략 3백여 명.

이중 일부는 부관연락선에 태워 고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한국인들은 강제징용 과정에서 겪었던 한을 노래로 달래기도 했다고 당시 12살이었던 에이다이 씨는 기억합니다.

<녹취> 조선인 강제 징용자(1970년대 녹음) : "눈물만 흘렸네~ 여기저기서 죽은 사람은 말이 없네~"

하지만 이런 구명활동이 발각되면서 일본 경찰에 고문을 당한 끝에 토라지 씨는 47살의 이른 나이에 숨졌습니다.

묻혀 있던 일본판 쉰들러 리스트의 얘기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위가 아들을 만나며 알려졌습니다.

아들 에이다이씨는 아버지의 삶에 따라 징용 조선인을 다룬 책 60여권을 남긴 작가로 평생을 살았습니다.

<인터뷰> 하야시 에이다이(토라지씨 아들) : "한국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풀기 위해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게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을 도운 일본인 부자 얘기는 국경과 세월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승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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