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짚풀 공예로 40년 외길 인생

입력 2008.08.23 (21:45)

<앵커 멘트>

짚신이나 초가집으로 익숙한 짚풀이 어엿한 공예품으로 재창조되고 있습니다.
짚풀 공예품을 만드는데 40년 외길을 걸어온 장인을 정홍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전남 곡성 섬진강변에 자리잡은 허름한 초가집.

따가운 햇살 아래서 짚풀과 씨름을 하는 임채지 옹의 손놀림이 바빠집니다.

나무로 만든 테로 틀을 잡고, 짚을 꼬아 만든 새끼로 모양을 만들어 갑니다.

이렇게 만들기를 한나절.

투박한 듯 하면서도 섬세한 그의 손길에 보잘것 없던 짚풀은 어엿한 공예품으로 거듭 태어납니다.

<인터뷰> 임채지(짚풀공예 기능전승자) : "지금 젊은 사람들은 짚을 지푸라기로 아는데 농경 문화가 짚 문화예요. 짚으로 뭐든 생활을 해 나가고 뭐든지 만들었지..."

곡식을 담는 멱둥구미와 벌을 잡아 두는 벌망, 이름도 생소한 전통 생활용품에서부터 십이지신이나 탈과 같은 각종 공예품까지...

임 옹이 만드는 짚물작품은 그 가짓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돕니다.

솜씨가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사람보다 더 큰 공룡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까지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임채지 : "힘은 들지만 재미가 있어요. 남들은 논을 사고 집을 사고 재미가 있는데 이거 하나 만들어 내면 그것같이 재밌는 게 없어요."

이런 그의 작업실에는 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녹취> "이것을 입고 모도 많이 심고 장에도 다니고 그랬어. 비올까 싶어서 이걸 꼭 갖고 다녔어."

짚을 처음으로 접하는 도시 어린이들에게 짚으로 만든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박경현(초등학교 3학년) : "왠지 이순신 장군이 생각나요. (왜요?) 그때도 지푸라기를 사용했잖아요."

<인터뷰> 김순안(전남 목포시 상동) : "제가 어릴 때 시골 생활을 애들은 못 접하는데 보여주게 되니까 기회가 돼서 좋은 것 같아요."

오랜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정부가 선정한 기능전승자로도 뽑혔습니다.

40여 년 외길 인생에 처음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됐지만, 더욱 기쁜 건 짚풀공예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채지 : "제자가 (많이) 없기 때문에 제자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그게 기쁘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조그만 박물관을 갖는 게 꿈이라는 임채지 옹.

사라져 가는 전통 공예의 맥을 잇기 위해 오늘도 짚풀 한올 한올에 혼을 싣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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