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 시작

입력 2008.08.25 (22:02)

<앵커 멘트>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의 첫관문인 법학 적성 시험이 어제 치러졌는데요, KBS는 올해로 변호사 만명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연속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무한경쟁의 실태를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생 2막을 꿈꾸며 로스쿨 도전장을 던진 수험생들.

<녹취> 수험생(은행원) : "평생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에 대한 환상 때문에..."

<녹취> 수험생(의사) :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라이센스가 있는 것이 아무래도..."

하지만 로스쿨은 더 이상 미래의 보증수표가 아닙니다.

2년 전 자격증을 딴 이 모 변호사는 과거 법무사들의 영역이던 부동산 등기 등 닥치는대로 사건을 수임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단독 개업 변호사) : "진짜 인건비 정도 남는 가격인데 그렇게 해서라도 사무실 돌리기 위해서 박리다매로 많이 하고 있다."

개업 이후 변변한 사건하나 수임하지 못한 이 변호사에게 남은 건 부채 2억여 원뿐입니다.

올해 처음 만명을 넘어선 변호사는 기존 사법시험 합격자에 로스쿨 출신까지 더해 2만명 돌파도 시간문제입니다. 만 명까지는 백여년이 걸렸지만, 불과 7년 후면 2만명도 넘길 전망입니다.

이러다보니 변호사 1인당 연간 사건 수임은 꾸준히 줄어 올해는 30건 아래로 전망됩니다.

무한경쟁은 이른바 생계형 변호사까지 낳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 전문 대출기관의 올 상반기 대출 거절 비율은 41%,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뛸 정돕니다.

<인터뷰> 정상용(서울변호사신협 이사장) : "신청하는 사람들의 신용상태가 점점 악화되기 때문에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변호사도 간혹 있었습니다. "

국내 최대 로펌이라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무한경쟁의 바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를 해고의 위협을 이겨내기 위해선 야근과 밤샘은 기본입니다.

<인터뷰> 박마리(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 "우연이긴 한데 오늘이 제 생일이거든요. 저녁 때 남편이랑 식사하고 남편도 바쁘다고 해서 1시간 반 만에 들어와서 그 뒤에는 계속 일을 하고..."

로펌들 역시 생존을 위해 덩치불리기에 나서면서 지난 5년간 로펌 소속 변호사 비중이 전체 변호사의 절반으로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하창우(서울변호사회 회장) : "국내 법률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분석없이 일방적인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법률소비자들이 질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기는 어렵습니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한 진통인 지, 우리 변호사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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