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파는 변호사들

입력 2008.08.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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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변호사 만명 시대를 진단해보는 연속기획입니다. 최근 변호사가 기획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송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런 소송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용카드사가 제공해오던 마일리지 혜택이 일방적으로 축소되자 화가 난 장진영 변호사, 결국 소송 끝에 카드사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장 변호사는 3백여 명의 원고를 모아 소송을 냈습니다.

<인터뷰> 장진영(변호사) : "모으면 굉장히 큰 규모의 피해액이 나는 그런 소송으로..."

백승우 변호사도 옥션과 하나로텔레콤 개인정보 유출사건 피해자 5천여 명을 모아 '기획 소송'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인터뷰> 백승우(변호사) : "피해사실 진술서라든가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도 결국은 한명 한명씩 모두 수집해야 되거든요."

기획소송은 피해자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일반 소송과 달리 변호사가 인터넷으로 소송을 알리고 상담도 인터넷으로 이뤄집니다. 수임료는 1,2만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이연주(옥션 소송 원고 ) : "전에 같으면 화가나도 소송 엄두 못 내지만 만 원에 소송할 수 있어서 참가하게 됐죠."

기획 소송은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권리 찾기를 적극적으로 도울 뿐 아니라, 정체된 변호사 시장도 넓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수익을 위해 피해자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군용 비행장의 소음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벌여온 대구시 동구 주민들, 소송시작 4년이 다 돼가지만 사실상 재판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변호사 3명이 수임료 할인경쟁까지 벌이며 피해주민 10만여 명을 모아 제각기 소송을 벌이다 원고 중복이라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종탁(피해시민연대 대표) : "중복으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권리찾기 운동의 방향이 상당히 퇴색되고 있습니다."

보상액 기준, 올해 최고로 꼽히는 태안 기름유출사건, 열 곳 넘는 로펌이 출장 수임에 열을 올렸지만, 변호사들이 관심같는 피해자는 돈이 되는 사람뿐이었습니다.

<인터뷰> 남현우(법률지원단장) : "맨손업을 하는 사람들같이 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의뢰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감정도 안해주고..."

<인터뷰> 방희선(동국대 교수) : "국민의 권리와 피해를 구제하는 본질이 결과물인 금전적인 이득을 나눠먹는 동업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요동치는 변호사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기획 소송,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의 권리찾기를 돕는 소송이 될지, 활로를 찾는 변호사들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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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송을 파는 변호사들
    • 입력 2008-08-26 21:14:53
    뉴스 9
<앵커 멘트> 변호사 만명 시대를 진단해보는 연속기획입니다. 최근 변호사가 기획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송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런 소송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용카드사가 제공해오던 마일리지 혜택이 일방적으로 축소되자 화가 난 장진영 변호사, 결국 소송 끝에 카드사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내친김에 장 변호사는 3백여 명의 원고를 모아 소송을 냈습니다. <인터뷰> 장진영(변호사) : "모으면 굉장히 큰 규모의 피해액이 나는 그런 소송으로..." 백승우 변호사도 옥션과 하나로텔레콤 개인정보 유출사건 피해자 5천여 명을 모아 '기획 소송'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인터뷰> 백승우(변호사) : "피해사실 진술서라든가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도 결국은 한명 한명씩 모두 수집해야 되거든요." 기획소송은 피해자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일반 소송과 달리 변호사가 인터넷으로 소송을 알리고 상담도 인터넷으로 이뤄집니다. 수임료는 1,2만 원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이연주(옥션 소송 원고 ) : "전에 같으면 화가나도 소송 엄두 못 내지만 만 원에 소송할 수 있어서 참가하게 됐죠." 기획 소송은 소액 다수 피해자들의 권리 찾기를 적극적으로 도울 뿐 아니라, 정체된 변호사 시장도 넓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수익을 위해 피해자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군용 비행장의 소음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벌여온 대구시 동구 주민들, 소송시작 4년이 다 돼가지만 사실상 재판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변호사 3명이 수임료 할인경쟁까지 벌이며 피해주민 10만여 명을 모아 제각기 소송을 벌이다 원고 중복이라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종탁(피해시민연대 대표) : "중복으로 재판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권리찾기 운동의 방향이 상당히 퇴색되고 있습니다." 보상액 기준, 올해 최고로 꼽히는 태안 기름유출사건, 열 곳 넘는 로펌이 출장 수임에 열을 올렸지만, 변호사들이 관심같는 피해자는 돈이 되는 사람뿐이었습니다. <인터뷰> 남현우(법률지원단장) : "맨손업을 하는 사람들같이 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의뢰를 해도 받아주지 않고, 감정도 안해주고..." <인터뷰> 방희선(동국대 교수) : "국민의 권리와 피해를 구제하는 본질이 결과물인 금전적인 이득을 나눠먹는 동업형태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요동치는 변호사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기획 소송,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의 권리찾기를 돕는 소송이 될지, 활로를 찾는 변호사들의 새로운 돈벌이 수단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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