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강온 카리스마’로 승리 지휘

입력 2008.12.17 (22:14)

수정 2008.12.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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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다혈질이다. 평소 경기 중에도 지시대로 선수들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양복 저고리를 벗고 셔츠 차림으로 고함을 지르며 선수들을 진두지휘한다.
특히 작전타임 때 나오는 김호철 감독의 `불호령'은 선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불호령을 맞은 선수들은 정신이 번쩍 든다.
17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경기에서도 김 감독의 꾸짖음은 효력을 발휘했다.
2라운드에서 두 경기를 모두 쉬어 이날 경기에서 활약을 기대했던 라이트 박철우가 1세트 3득점에 그치자 1세트가 끝나고 난 뒤 벤치로 돌아온 박철우에게 거의 머리를 부딪치다시피 하면서 "네가 1세트에서 한 게 하나도 없다.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어려울 때 한 방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철우는 경기가 끝나고 당시 상황에 대해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라며 "이후 마음을 가다듬고 경기를 치르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철우는 팀내 최다인 22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김 감독의 `강한 리더십'은 외국인 선수 매튜 앤더슨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앤더슨이 최근 경기에서 10점 안팎으로 부진하자 김 감독은 앤더슨을 따로 불러 `정신교육'을 시켰다.
김 감독은 "원래 착한 선수인데 안이하게 시합을 했다. 그래서 `한국배구 수준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높다. 우습게 생각하지 마라'고 따금하게 질타하고 개인연습을 따로 시켰다"라고 소개했다. 이 덕분인지 이날 앤더슨은 알토란같은 19득점을 올리며 오랜만에 김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김 감독은 그러나 `유화책'도 썼다.
올 시즌 내내 질책의 대상이었던 세터 권영민을 따로 불러 자상하게 상담을 한 것.
이 덕분인지 권영민은 이날 상대팀 진준택 감독으로부터 "권영민에게 우리가 많이 당했다"라고 평가를 받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권영민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무슨 일 때문에 네가 힘드냐'라고 묻고는 `네가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다른 공격수도 흔들리니까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으라'며 의외로 따뜻하게 말해주셨다"라고 털어놓았다.
김호철 감독이 선수에 따라 취한 `강온 전략'이 승리의 요인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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