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졌지만 미소 ‘안젤코팀 이제 그만’

입력 2009.01.10 (17:43)

프로배구 삼성화재는 10일 현대캐피탈과 라이벌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선두 현대와 3경기 차로 벌어졌지만 신치용 감독의 얼굴은 뜻밖에 어둡지 않았다.
바로 삼성화재가 3,4세트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 때문이었다. 삼성화재는 1,2세트를 내리 내준 뒤 3세트에서는 아예 안젤코를 쉬게 했다. 안젤코가 블로킹으로만 무려 10득점을 헌납했기 때문이다.
안젤코가 빠지자 모두가 현대캐피탈의 낙승을 예상했지만 삼성화재는 보란듯이 25-15로 세트를 따냈다. 4세트에서도 안젤코가 투입되기 전까지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20-20까지 팽팽한 경기를 벌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룸을 찾은 신 감독은 "졌지만 기분이 괜찮고 값진 걸 얻었다"라며 "안젤코가 없음에도 세터 최태웅이 최근 몇 경기에서 흔들리던 토스워크를 가다듬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이 너무 안젤코를 의식하는 경기를 했는데 오늘은 안젤코가 없는 상황에서 안젤코를 자신들의 안으로 들여오는 플레이를 했다"라면서 "안젤코도 `저 속에서 내 것을 찾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화재=안젤코팀'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낼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는 말이었다.
올 시즌 들어 안젤코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화하면서 외국인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던 삼성화재로서는 안젤코 없이도 선두팀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는 점에서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돌파구를 찾은 셈이었다.
신 감독은 이날 이용택 때문에도 미소지었다. 앞으로 팀의 기둥이 될 것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용택은 안젤코가 빠진 3,4세트에서는 12점을 쓸어담는 등 팀내 최다인 17점을 올렸다.
신 감독은 "용택이는 하나 건졌다"라며 "앞으로 플레이오프 등에서 써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신뢰감을 드러냈다.
안젤코가 이날 막힌 데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요 며칠 향수병에 걸렸는지 `외롭다'고 한다"라며 "13일께 친구와 형이 오는 만큼 심리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에 패하고도 미소를 짓는 신치용 감독의 모습에서 삼성화재의 희망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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