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사람] 디지털시대, 라디오는 살아 있다!

입력 2009.01.10 (21:49)

<앵커 멘트>

오늘 문화와 사람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무한한 상상력으로 우리 시대를 훈훈하게 만드는 라디오의 매력을 양민효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새해 첫눈이 채 녹지 않은 강원도 산길.

나른한 오후, 경쾌한 라디오 소리가 시골 버스를 채웁니다.

<녹취> "(오늘 어떻게 나오셨어요?) 오늘 집사람을 위해서 노래를 신청하게 됐죠. 화이팅!"

오늘의 가수는 재래시장의 터줏대감입니다.

길어야 5분인 생방송 노래자랑, 시장엔 작은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결혼 25년째, 식당일로 손끝 마를 날 없던 아내.

무뚝뚝한 남편은 사랑한단 말 대신, 마이크 대신 전화기를 잡고 열창합니다.

<녹취> 임성호 : "여보 미안하오. 조금 힘들다 보면 좋은 일도 있으니까 앞으로 열심히 해봅시다."

불혹의 아들이 홀어머니께 띄우는 편지.

<녹취> "어머니...제발 우리 어머니 건강하게 해주십시오."

그 절절한 사연에 읽는이도, 듣는이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어머니 떨어져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저희가 염려가 되고...

<인터뷰> 이상우(라디오 진행자) : "라디오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하소연하고 제 얘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 있잖아요."

손님이라고 해야 세찬 겨울바람이 유일한 두메산골.

뒷산에서 긁어모은 땔감으로 홀로 아궁이를 지피는 칠순 노인의 고적한 일상에 사람사는 온기를 더해주는 것은 라디오의 몫입니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산골짜기.

세상과의 소통을 도와주는 할머니의 유일한 친구도 바로 라디오입니다.

<인터뷰> 신정려 : "이거 벌써 망가져서 또 사오고 또 사오고 11개 갈았어. 큰아들이 또 사다줘. 어머니 이거라도 들어유, 우리는 테레비도 보고 다 보잖아유, 세상 물정 어떻게 되는 것도 다 알잖우, 어머니 불쌍해유, 그래~"

첩첩산중 두메산골이라지만 라디오 덕에 자녀들이 있는 서울이 손에 닿을 듯 느껴집니다.

<녹취> "지금 올림픽대로가 꽉 막혔습니다...내일부터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강추위가 오겠고...지금 위축돼 계신가요? 그게 다가 아니니까 힘 내세요!"

디지털시대, 라디오는 따뜻한 아날로그의 감성을 우리의 삶 속에 수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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