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① ‘그림 로비’ 진실 게임

입력 2009.01.18 (07:35)

<앵커 멘트>

국세청에서 불거진 그림 로비 의혹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결국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국세청은 3대째 연속 청장의 불명예 퇴진을 맞게 됐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정확하게 규명되기 전까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과학팀 김나나 기자.

<질문>

먼저, 이번 그림파문 의혹 어떻게 폭로가 된 것이죠?

<답변>

한상률 청장의 그림 파문 의혹이 처음 공개된 것은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 이모 씨가 학동마을이라는 그림을 한 화랑에 맡기면서부터입니다.

이 씨는 화랑에 그림을 팔아달라고 맡기면서, 그림을 한상률 청장부부로부터 받았다고 했다는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화랑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화랑 관계자 (음성변조) : "이**여사님께서 작품을 가져고 오셨어요. 좀 빨리 팔아달라, 생활이 어렵다 그러시더라고요. 당시 (한상률) 차장께서 집에 가지고 오셔서 선물로 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화랑에서 그림 판매 위탁을 받을 때는 그림의 출처를 확인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 화랑 관계자에게 이 씨가 한상률 당시 차장으로부터 받았다는 말을 남긴 건데요.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 이 씨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한 청장으로부터 받은 게 맞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 청탁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그러니까 그림을 받았다는 측의 부인이 폭로를 한 셈인데, 당사자인 전현직 청장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는 거죠?

<답변>

네, 처음 의혹이 알려졌던 게 지난 월요일인데요.

한상률 국세청장은 OECD 청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일본 교토에 머물고 있었거든요.

한 청장은 국세청 해명자료를 통해서 의혹을 모두 부인했고요.

입국 직후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전군표 전 청장을 따로 만난 사실초자 없다면서 관련 의혹을 모두 일축했습니다.

한상률 청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한상률(국세청장) : "(어떤 그림인지 알고 계시나요?) 신문에서 봤습니다만 잘 모르겠습니다."

의혹은 결국 근거 없는 사실로 밝혀질 것입니다.

전군표 전 청장도 변호사를 통해서 그림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일이다.

부인이 자신의 옥바라지를 하느라 지친 상태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전 전 청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영화 변호사입니다.

<인터뷰> 박영화 : "결코 사모님의 말이 사실이 아니고 물의를 일으킨 사실에 전 청장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해달라고 해서 제가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질문>

일단 두 전 청장은 부인하고는 있지만 받았다는 쪽인 전군표 전 청자의 부인 이모 씨가 먼저 나 그림 받았다 이렇게 주장한 건데, 왜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답변>

그 점이 의문인데요.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이 뇌물을 직접 받았다고 스스로 폭로한 것도 이상하고요.

보통 그림 소유주의 신원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는 화랑 대표가 쉽게 신원을 공개한 것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화랑 대표의 남편이 현직 국세청의 국장입니다.

이 국장은 그동안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는데 지난해 3월 인사에서 예상과 달리 사실상 좌천되자 인사에 적잖은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부분도 화랑 대표가 한 청장의 비리 사실을 들었다고 시인하는 데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해석일 뿐이고요, 해당 국장은 부인하고 있고 부인인 화랑대표 역시, 이미 알려진 사실을 있는대로 확인하는 입장입니다.

<질문>

일단 자신의 폭로에 대해서 남편인 전군표 전 청장은 부인이 말이 틀렸다고 부인한건데.

전군표 전 청장 부인도 지금은 입을 다문 상태지요?

<답변>

네, 전군표 전 청장 자택에는 지난 주 내내 부인을 만나려는 기자들이 진을 친 상황이었는데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전 청장이 변호사를 통한 기자회견에서 부인이 격분해서 경거망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표현까지 쓰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한만큼 부인 이씨가 다시 나서기는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하지만 부인이 격분했다.. 이런식의 표현을 쓴 것을 보면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이 한상률 청장에게 뭔가 섭섭한 것이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사자인 한 청장도 사실무근이라며 부인은 했지만 이번 의혹을 폭로해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킨 화랑대표에 대해 고소 같은 법적 대응을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 점은 의문으로 남습니다.

<질문>

결국 그림 하나를 두고 받았다, 아니다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는건데, 학동마을. 대체 어떤 그림인가요?

<답변>

네, '학동마을' 이라는 그림은 고 최욱경 이라는 작가의 추상화 작품입니다.

크기가 가로, 세로 40센티미터 정도로 직접 봐도 그렇게 크지 않은 소품이고요.

지금 이 작품을 갖고 있는 화랑 측은 시가가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최욱경 화가는 생전에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을 주로 그린 작가인데, 지난 1985년 음주상태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당시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학동마을은 3년 전에는 한 대형갤러리에 전시됐었는데 그 때는 누가 소유자였는지, 또 전후의 유통 경로는 무엇인지는 미궁에 휩싸여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 학동마을 외에 또다른 그림들이 과거에 한꺼번에 국세청에 전달됐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죠?

<답변>

몇 년 전에 한 대기업이 당시 국세청에 여러 개의 그림을 상납했는데, 이 학동마을이 그 중 하나다 이런 얘기입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학동마을을 포함한 그림 다섯 점이 누군가로부터 국세청에 전달됐고 한 대기업이 보낸 것이라는 첩보도 있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들 그림을 상납한 대기업이 어디인지 나머지 넉 점이 어떤 그림이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작품인지가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물론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기는 합니다만 그림 거래와 관련한 여러 얘기가 나오면서, 누가 주고 누가 받았는지는 몰라도 무언가 거래가 있기는 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질문>

진위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뭔가 국세청 내부에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특히 인사와 관련된 잡음은 이번을 제외하더라도 국세청에서 줄곧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만 보더라도 지난 2007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은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과 함께 구속됐지 않았습니까?

부하직원인 부산청장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3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기 때문이었는데요.

한상률 청장이 전군표 전 청장에게 그림을 줬다는 주장의 배경도 역시 인사청탁입니다.

전직 국세청 간부는 국세청은 어느 부처보다 로비가 심하다.. 이렇게 설명해줬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전직 국세청 간부 : "국세청은 자리에 따라서 각광받는 자리와 한직과 차이가 극명하거든요. 그래서 요직으로 갈려고 좀 강하게 희망표시도 하고..."

능력보다는 상사에 대한 로비와 정치권과의 연줄이 인사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행이 국세청에 뿌리가 깊다는 것입니다.

<질문>

한상률 청장이 그림 로비 의혹과는 별도로 대통령 친인척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도 최근 불거졌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나요?

<답변>

네, 한 청장이 지난 연말 포항지역 유력인사들과 골프회동을 갖고 술자리에서 대통령 친인척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한 청장은 골프를 치고 대통령 친인척과 술자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현정부 들어 요직을 독점하려는 특정 지역 인맥과 이에 반대하는 현 청장과의 갈등설은 공공연히 나돌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수세에 몰린 한 청장이 정치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해 포항 지역 유력인사들과 골프회동을 가졌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한상률 청장은 결국 퇴진하게 됐지만, 의혹이 해결된 것은 아닌데요.

일단 이번 의혹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있어야겠죠?

<답변>

한상률 청장은 지난 목요일 저녁에 국세청에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는 곧 수리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두 번의 국세청장 퇴진에 이어서 한상률 청장도 결국 그림상납 의혹에 휘말려 중도 퇴진하면서 국세청은 3대 째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습니다.

역대 청장 전체로 보면 16명중 무려 8명이 구속되거나 중도에 퇴진하는 등의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물론,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그림 파문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 세무조사 등 막강한 힘을 지닌 권력기관인 국세청에 대한 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진권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인터뷰>현진권(아주대 경제학과) : "인사체계 인사평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권력의 크기 이것을 어떻게 낮추느냐 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국세청의 인사제도 쇄신과 더불어 국세청장 임기제 등에 대한 제도적인 논의 그리고 국세청의 핵심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세무조사에 대한 개혁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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