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명절까지 반납한 ‘고속도로 순찰대 24시’

입력 2009.01.28 (08:45)

수정 2009.01.28 (11:01)

<앵커 멘트>

나흘간의 연휴를 마치고 오늘부터 일터로 복귀하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사상 최악의 귀경길에 피로만 더 쌓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귀성전쟁에 시달린 시민들 못지않게 이번 명절을 고되게 보낸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명절을 반납하고 24시간 비상근무를 서신 분들이죠..

이동환 기자, 그 분들 중 어떤 분들을 만나고 오셨습니까?

<리포트>

네. 명절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들 쉴 때 제대로 못 쉬고 24시간, 비상 근무 서시는 분들 많으시죠..

119 소방관, 전방 초소 군인,병원 응급실.정보 보안업체. 그리고 산림청 비상근무요원들까지..

많은 분들이 그들에 해당되는데요..

오늘은 폭설이다 뭐다 해서 최악의 교통 대란을 빚은 고속도로 현장에서 2009년 설을 맞이한 분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매서운 한파와 함께 굵은 눈발이 내리던 귀성길 첫날. 고속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여기저기서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설 연휴 기간 교통사고만 204건.

2009년 1월 24일 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차량20대 추돌 2009년 1월 25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입장휴게소 4명 부상 그나마 지옥 같은 교통 정체와 사고 현장을 뚫고 고향으로 고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늘 그들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순찰대가 바로 그들입니다.

<인터뷰> 장원석 경장(고속도로순찰대) : "차가 아예 꽉 정체가 돼 있는 상태고 일반인들이 갓길까지 점유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말 위급한 경우에는 순찰대가 갓길을 이용해서 출동해야하는데... 그럴 때는 헬기라도 타고 가고 싶죠."

지난 26일. 유례없는 귀성 전쟁을 치른 탓인지 일찍 귀경에 나선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이미 거대한 주차장입니다.

밤이 되자 일분일초라도 빨리 가려는 비양심 운전자가 속속 등장합니다.

단속이 뜸한 시간을 틈타 갓길과 버스전용차로를 오가는 위험천만한 운전을 시작하는데요. 여지없이 고속도로 순찰대에 적발됩니다.

<현장음> "갓길로 정차하세요~ 갓길로~"

단속에 걸린 운전자는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현장음> "(버스 전용차로인데 왜 들어가셨어요? 모르시고 들어가신 거예요?) 초보운전이라 옆 차선으로 바꾸라는 줄 알고... (벌점 있습니다. 30점 있습니다.)"

계속되는 순찰. 이번엔 갓길에 정차해 있는 차량이 발견됩니다. 갓길 정차는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또 하나의 주범.

<현장음> "(갓길 위험한데 왜 서 계세요? 차량 고장 나셨어요?) 기름이 없는데... "

알고 보니 귀경길 도로는 물론 주유소까지 만원인 탓에 기름 넣을 시점을 놓친 차량입니다. 먼저 추위에 떠는 아이들을 따뜻한 순찰차로 옮긴 후 순찰대원이 견인차를 부르자 차는 20분 만에 도착합니다.

<인터뷰> 박휘순(경기도 의정부시) : "기름이 떨어져서... 너무 난감해하고 있는데 경찰 아저씨가 나타난 거예요. 구사일생으로..."

폭설 때문에 정체가 심했던 올해는 큰 사고보다는 자잘한 사고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뷰> 박승면 경장(고속도로 순찰대) : "올해 같은 경우 눈길 미끄럼 사고가 잦았고 버스전용차로, 갓길통행과 관련한 사고들이 잦았습니다."

한 차례 순찰을 돌고 난 뒤 늦은 저녁. 연휴에 문을 여는 음식점이 없는 터라 대원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해옵니다.

<인터뷰> 이영훈 경장(고속도로 순찰대) : "(지금 뭐 하고 계세요?)지금 저녁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저녁을 직접 만들어 드시나 봐요?)집사람이 싸줬어요. 고생한다고.'

<현장음> "이거 진짜 설음식이네."

설음식 매년 추석과 설마다 비상근무를 한 탓에 오랜만에 보는 명절음식이 반갑기만 합니다. 정주영 경위도 명절 연휴 기간. 이렇게 비상근무를 서며 먹는 음식이 이미 낯설지가 않습니다.

<인터뷰> 정주영 경위(고속도로순찰대) : "설에는 식당에 문을 연 데가 없어서 며칠째 이렇게 먹습니다.(며칠 째 이렇게 드시는 거예요?) 5일째입니다."

좁은 사무실 탁자에서 끼니를 해결한지 5일째 그나마 오늘은 진수성찬입니다.

무전을 통해 수시로 전해지는 사고 소식에 밥 한 끼 맘 편하게 먹을 수 없습니다.

<현장음> "사고요? 위치가 어디죠?"

이렇게 연휴를 반납하고 도로에서 명절을 보내는 고속도로순찰대원이 전국에만 700여명 나흘간의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까지. 막바지 귀경차량이 몰리면서 사고는 끊이질 않습니다.

만원 휴게소를 먼저 빠져나오려던 고속버스와 승합차 사이에 접촉사고가 난 것.

<현장음> 버스 운전기사 : 깔짝깔짝 하는 사이에 이 양반이 끼어들다가 이렇게 된 겁니다."

<현장음> 승합차 운전기사 : "내차가 조금 더 앞에 있었어. 이만큼 근데 앞으로 바짝 붙어 오더라고.. 그랬어. 안 그랬어. 내 말이 틀렸어?"

경미한 사고지만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싸울 때 역시 최고의 중재자는 고속도로.

순찰대뿐입니다.

<인터뷰> 장원석 경장(고속도로순찰대) : "진정하시고요. 제 삼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고라고 봐요. 인적 피해가 없는 가벼운 접촉사고는 양쪽 보험사 불러서 민사적으로 해결하시고..."

이렇듯 연휴 기간 내내 비상근무를 선순찰대원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서려 있습니다.

<인터뷰> 고속도로 순찰대 : "어머님. 아버님 이번에 고향에 못 가서 죄송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지내십시오. 제가 다음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인터뷰> 고속도로 순찰대 : "막내가 순찰대가 돼서 (명절에) 부모님 곁에 없어서 항상 죄송한 마음 갖고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다른 사람 쉴 때 쉬지 못하며 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 고속도로 순찰대뿐만 아니라 119 소방대. 전방 군인. 산림청 비상근무 요원. 그리고 응급 상황실까지...그들이 있어 우리네 이웃들은 더욱 따뜻하고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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