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군포 여대생 사건’ 현장 검증…또 다른 범행도?

입력 2009.01.28 (08:45)

수정 2009.01.28 (08:58)

<앵커 멘트>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경기도 군포 여대생 납치 살해사건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휴일인 어제 이 사건의 현장검증이 있었습니다.

피의자가 범행을 저지른 과정, 상당히 치밀했는데요.

정지주 기자! 경찰이 다른 사건과의 연관성도 수사 중이죠?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피의자는 38살 강모씨인데요. 피의자가 검거되고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먼저 강씨가 4번 결혼을 했다는 것인데요. 강씨와 8년 전 이혼한 첫 번째 부인이 지난 2003년 실종됐다는 것, 또 지난 2005년엔 네 번째 부인과 장모가 화재로 숨졌는데 직전에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 외에도 경기도 남부 일대 부녀자 실종 사건과도 연관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강씨가 대담함은 물론 유전자 감식까지 우려해 증거를 은폐하는 치밀함까지 보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문점들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어제 오전, 경기도 군포시의 한 보건소 앞입니다. 지난달 19일, 여대생 A양이 실종됐던 장소인데요. 실종 38일 만에, 용의자가 검거되고 여대생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됐습니다.

피의자 강모씨가 경찰 지시에 따라 범행을 담담히 재연하자 현장에 나와 있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강씨를 향해 비난과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현장음> “살려내라, 살려내라...”

<현장음> “뭘 잘 했다고 감춰주는 거야. 왜 보호를 해주는 거야. 살인범을 갖다가 왜 감춰주느냐고!”

어제 현장검증은 여러 곳을 이동하며 진행됐습니다. 여대생이 처음 실종된 장소와 살해된 곳, 피의자 강씨가 시신을 유기한 곳 등입니다.

강씨는 여대생을 납치하는 과정에서 심한 폭행을 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농기구를 이용해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해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인터뷰> 나원오(계장/경기지방경찰청 폭력계) : “피해자가 반항도 많이 하고 그래서 무차별적인 폭행을 하고 넥타이로 결박을 해서 이동한 것으로 조사 됐습니다. 농장에서 가져온 농기구를 사용을 해서 (머리 부분을) 가격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강씨는 여대생을 살해한 뒤 피해자의 손톱을 모두 잘라내는 잔인함을 보였는데요. 혹시 손톱에 자신의 살점이나 머리카락 등이 남아 있어 유전자 감식이 될 것을 우려해 저지른 행동이었습니다.

<녹취> A양 유가족 : “얼마나 분해요. 분해요. 죽인 것도 분한데 왜 (손톱을) 잘라요. 아이고, 분해서 그래. 애가 여기서 얼마나...”

시신을 유기한 장소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하던 강씨는 유가족들에게 사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00 (피의자) :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언제부터 계획을 세우신거에요?) 계획 세우지 않고 그날 바로 충동적으로 했습니다.”

또 강씨는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한 이유가 성폭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처음엔 피해자를 강제로 차에 태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00 (피의자) : “성폭행을 목적으로 태웠습니다. (본인이 강제로 태웠습니까?) 아닙니다. (어떻게 태웠습니까?) 가는 방향이 같아서 태웠습니다.”

이런 강씨의 말에, 피해자 유가족과 친구들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평소 조심스러운 성격의 피해자가 모르는 사람의 차에 선뜻 탔을 리가 없다는 겁니다.

<녹취> A양 친구 : “절대 아니에요. 걔는 이과반이었고, 똑똑했고요. 그렇게 남의 꼬임에 넘어갈 정도로 머리 나쁜 친구 절대 아니고요.”

현장검증이 끝난 뒤에도 A양의 유가족들은 혹시라도 유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 A양 유가족 : “혹시나 여기다 갖다 버렸나 해서... 아무 것도 없어요. 소지품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진짜 억울해요. 꽃 같은 애를... 이런데 갖다 묻었는지 몰랐어요...”

여대생이 실종됐던 지난달 19일, 경찰은 같은 날 찍힌 인근 현금인출기의 CCTV 화면에서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을 확인했습니다. 가발과 마스크를 착용한 이 남성은 피해자의 현금카드로 70만원을 인출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피해자가 실종됐던 곳을 중심으로 인근 도로의 CCTV 화면을 확인해 예상 이동경로를 통과했던 차량 7천대를 모두 분석했는데요. 결국 피의자 강씨가 운전한 차량을 찾아냈습니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강씨는 차량에 남아있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 소유의 차량과 범행에 사용된 어머니의 차량 두 대를 모두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들이 오히려 더 의심을 사 경찰이 강씨를 검거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녹취> 강00 (피의자) : “본인 차량까지 불태운 이유가 있어요?” “범죄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차에서 (범행을) 했으니 (증거가) 남아있을 걸로 알고 그랬습니다.”

강씨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강씨의 첫 범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강씨가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 유기하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4시간밖에 되지 않는데다, 범행 수법 또한 치밀하고 대담하기 때문입니다.

또 강씨는 지금까지 모두 네 번의 결혼을 했는데요. 8년 전 이혼한 첫 번째 부인은 지난 2003년에 실종됐고, 지난 2005년 10월엔 강씨가 살던 집에 원인 모를 불이 나 네 번째 부인과 장모가 함께 사망했습니다. 화재 직전, 강씨가 부인 명의로 4억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나 이 사건도 고의방화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원오(계장/경기지방경찰청 폭력계) : “보험 가입 시점은 각각 다 다릅니다. 한두 개는 1~2년 전에 가입했고, 두 개는 사고발생 약 2주전부터 1주전, 이렇게 2개를 가입했습니다.”

강씨가 살던 동네 주민들은 평소 강씨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편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동네에서 흔히 보지 못하는 대형 차량을 여러 대 갖고 있었던 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의자 동네주민 : “빈촌에서 에쿠스 타고 다닌다는 게 의문이 갔지. 에쿠스 기사인가? 에쿠스 기사 같으면 차를 깨끗이 닦고 다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뭐해요? 내가 물어봤더니 소 키운다고 했어요. 소 농장한다고. 차가 트럭도 있고 차가 에쿠스도 있고 무쏘도 있고 유리가 깨진 상태로 있었어요.”

결국 피해자는 실종된 지 38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A양이 살아서만 돌아온다면 모든 걸 용서하겠다고 호소문까지 냈던 유가족들은 지금 눈앞에 일어난 일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녹취> A양 언니 : “풀어만 주면, 살려만 주면 용서를 하겠다고... 만약 상상을 했으면 호소문을 냈겠어요? (동생이) 택시 같은 경우, 혼자서 거의 안 타요. 혼자 거의 안 타는데 남의 차를 탔다는 게 이해가 안 되고요.”

피의자 강씨가 원망스럽고, 억울한 마음에 분노를 감추기가 힘들지만, 그보단 무엇보다도 세상을 떠난 동생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합니다.

<녹취> A양 언니 :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뭐라고 말 해주겠어요. 좋은데 가라고, 사랑한다고 말 해야지... 해 줄 수 있는 말이 좋은 곳에 가라고...”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피해자의 손톱을 자르고, 자신의 차를 불태우는 등 치밀함과 대담함을 보인 강씨...

경찰은 이런 강씨의 범행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경기도 군포 일대의 부녀자 실종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를 추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슈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