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 날개 단 미국…한국은?

입력 2009.03.10 (11:15)

수정 2009.03.10 (11:5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미국 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됐다.
인간복제 등의 윤리적 부담에도, 미래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임상적용 가능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명과학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4년째 거의 멈춰 선 상태다. 지난해 국내에서 집행된 줄기세포 연구비 투자액은 연간 약 350억원 정도로 이 중에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남짓에 불과하다.
재기를 노리는 황 박사팀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차병원 정형민 박사팀이 신청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마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보류되고 말았다.
반면 미국은 이번에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되기 이전에 이미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만 연간 3천억원을 투자해 줄기세포연구를 지원했으며, 국가적으로 1조원이 넘는 돈을 줄기세포에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김동욱 교수는 "미국은 그동안 연방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불허에도 주 정부가 독자적으로 나서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면서 "이제 연방정부에서조차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함으로써 뛰는 말 위에 날개를 달은 격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재개를 계기로 국내외 배아줄기세포 연구현황을 살펴본다.
◇ 배아줄기세포 연구 선두주자 미국..임상시험 돌입 = 4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미국은 이미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에 돌입했으며,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도 우리보다 앞선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국가적인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 재정을 제한하는 부시 행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 이미 배아줄기세포 분야 연구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사는 이미 지난해말 세계 처음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에 대해 연방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으로 미국 내 4~7개 병원에서 총 8~10명의 환자에게 배아줄기세포에서 파생된 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임상시험은 양팔을 움직일 수 있지만 걷지 못하는 양쪽 하반신 마비 증상이 발생한 지 2주일 이내의 환자들에게 배아줄기세포에서 파생된 세포를 1회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줄기세포 주입에 앞서 환자들에게 2개월 동안 거부반응 억제제를 주사하고 환자를 적어도 1년간 관찰하게 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회사측은 배아줄기세포가 이미 동물실험에서 완전한 세포로 발달해 손상된 신경을 치유하고 신경이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물질을 뿜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이 임상시험이 어떤 결과를 내놓든지 오랫동안 논란이 된 미국 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셈이다.
물론 미국서 이번에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배아줄기세포는 체세포 복제배아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제조법과는 방식이 다르다. 미국의 배아줄기세포는 시험관아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여분으로 남아 5년 이상 보관 중이던 냉동배아를 이용한 것으로, 척수신경의 근간이 되는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를 만들 수 있는 전구세포(GRNOPC1)로 분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냉동 보관된 배아가 정해져 있어 실험에 사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미국은 최근에도 코네티컷대학 줄기세포연구팀에서 불임클리닉 환자에게서 기증받은 배아들로부터 2개의 배아줄기세포주를 수립한 바 있으며, 제론사 외에 ACT와 노보셀이 망막신경세포 이상과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 박사팀은 지난 11월 줄기세포 분야 국제학술지인 '스템셀(Stem Cells)'을 통해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대뇌 조직을 만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은 특히 미국 위스콘신대 톰슨 박사와 일본 야마나카 박사 공동 연구팀이 2007년 기존 배아줄기세포와 이름만 다른 `인간 다기능줄기세포(iPS)'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이 분야에서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 기술이 기존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와 다른 점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해야했던 과정이 없어졌고, 핵이식된 수정란을 배반포기배아 단계까지 배양하는 과정도 생략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윤리적 논란이 있는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은 이 `역분화' 기술에만 2008년 약 4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줄기세포 연구비(350억원) 보다도 많은 액수다.
이밖에도 생명공학 연구의 종주국인 영국은 이종간 체세포복제 연구를 허용해 이종장기 이식과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도 난자확보가 쉬운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연구에 주력함으로써 최근에는 복제 배아를 만들었다는 연구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국내 배아줄기세포 `답보수준' = 미국과 일본 등이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연구가 거의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구심점 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줄기세포 연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황우석 박사팀은 지난해 7월 정부에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불허' 결정을 받았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정형민 박사팀도 생명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보류 결정을 받았다.
물론 그동안에도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병원 김광수 박사팀이 쥐의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든 데 이어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박사팀과 미래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은영)가 난자 없이 사람의 피부세포만으로 배아줄기세포 특성을 가진 `인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어 체세포 복제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대안을 모색한 것은 그나마 성과로 꼽힌다.
배아줄기세포가 지금까지 난자와 배아를 사용하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종교계나 사회단체 등의 반대에 직면했다면 만능줄기세포는 이 같은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미국 일본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연구성과는 국내 연구비가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크게 열악한 상황에서 `선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가 줄기세포 총연구비는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350억여원에 그침으로써 정부 차원의 줄기세포연구 지원 의지를 의심케 했다.
김동욱 교수는 "한국도 이제는 차세대 성장산업인 줄기세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특히 우리는 줄기세포 역사가 짧은 만큼 줄기세포를 임상에 응용하는 쪽의 연구보다는 기초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대 박세필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꼭 필요한 것은 다가올 고령화사회에서 건강이 화두가 되기 때문"이라며 "황우석 사태 이후 발목 잡힌 연구를 하루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정부가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이제 줄기세포 연구에 선진국 수준의 결단을 할 때"라며 "만약 우리가 줄기세포 원천기술을 획득하고 이것을 계기로 세계특허의 산업올림픽에서 천부적 우수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성공적 처방을 움켜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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