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리포트]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 “눈 뜰 수만 있다면…”

입력 2009.03.10 (20:58)

<앵커 멘트>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지도 20여일이 흘렀습니다. 그가 주고 간 각막은 이미 두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죠.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온전히 빛을 볼 날을 고대하며 각막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리포트>

이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각막을 기증받는 날, 설렘과 설움이 복받쳐 오릅니다.

<인터뷰> 이애선(59세, 각막 기증 수혜자) : "손주가 와도 얼굴도 안 보이니까 더 답답하고, 그래서 어떤 때는 죽고 싶기도 하고 그랬어요."

서른 무렵 찾아 온 각막 혼탁증... 꺼져가는 시력에 희망도, 기력도 잃어갔습니다.

<녹취> "눈 나아가지고 잘 할게요."

망가진 각막을 떼고 투명한 각막을 입히는 수술은 한 시간만에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막을 기증받아 수술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애타는 심정으로 각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0살 현지는 3년 전 한 쪽 눈을 잃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녹취> 강목식(강현지 양 아버지) : "보통 테이프를 위에서 아래로 자르는게 보통이잖아요. 그런데 이걸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다 그대로 눈을 스친거죠."

각막 이식만이 해결책이지만 기약이 없습니다.

<인터뷰> 강목식(강현지 양 아버지) : "20년은 기다리셔야합니다... 부모님, 그냥 맘 비우십시요. 그러더라구요."

자나 깨나 전화기를 붙들고 삽니다.

<인터뷰> 강목식(강현지 양 아버지) : "발신자표시에 02 서울번호만 뜨면 가슴이 철렁해요. 우리 현지 각막 준다는 전화일까봐..."

현지와 같은 각막 이식 대기자는 2만여 명 정도, 그러나 연간 수술 건수는 2백여 건에 불과합니다.

각막의 특성상 기증자가 죽은 뒤에야 이식이 가능한데다 사망 6시간 안에 적출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입니다.

원추각막증으로 두 눈의 시력을 잃은 김의영 군, 한 달 전 각막 이식 수술로 한 쪽 시력을 되살렸지만 다른 한 쪽은 또 얼마를 기다려야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김응현(김의영 군 아버지) : "오늘 연락오나 내일 연락오나... 하루가 1년같고 1년이 천년같고 그렇죠...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합니까..."

하루하루 빛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눈에선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인터뷰> 강현지 : "두 눈으로... 세상을 마음껏 보고 싶어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