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입력 2009.03.12 (11:00)

수정 2009.03.12 (11:03)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하자는 계산으로 보인다.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를 모두 써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심각한 수준의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면 다음달에는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더이상 투자와 소비, 시중금리 등에 영향을 못주는 `유동성 함정'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에 인하폭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 6개월만에 금리인하 행진 멈춰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작년 9월이후 6개월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금리 인하행진을 지속했다. 작년 10월 이후에 한번도 기준금리를 동결하지 않았다. 인하 폭도 1.00%포인트, 0.75%포인트 등으로 상상을 뛰어넘었다.
세부적인 인하폭은 ▲작년 10월9일 5.25%에서 5.00%로 0.25%포인트 ▲10월27일 4.25%로 0.75%포인트 ▲11월7일 4.0%로 0.25%포인트 ▲12월11일 3.00%로 1.0%포인트 ▲1월9일 2.50%로 0.50%포인트 ▲2월12일 2.0%로 0.50%포인트 등이었다.
리먼사태 이전에 역대 사상 최저금리는 2004년 11월의 3.25%였다. 이 마저도 한달간만 유지됐을 뿐이다.

◇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최소한의 `금리인하 카드'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계산인 것이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5.6%나 급감했다. 통계청은 1970년 1월 이후부터 광공업 생산자료를 보유하고 있는데 1월 증가율은 최저치다.
경기 예측기관들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8%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환란 당시 만큼이나 심각한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파산 가능성 등 악재들이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 불안은 진정되기는 커녕,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전세계 경제를 냉동시키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의 경제연구본부장은 "당초에는 하반기에 경기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당초에는 경기가 그렇게 나빠질 것으로 보지 않았으나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금리인하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촉진하고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하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환란을 경험했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다"면서 "금리인하는 환율에 부정적인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금통위원들이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추가인하 가능성 있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있다.
기준금리가 더이상 소비와 투자, 시중금리 등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이 1.50% 안팎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0.5%포인트의 여지는 있다. 또 급박한 경기 상황이 닥치면 기준금리를 이 수준 아래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금리인하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에 따른 외국자금 이탈 등 부작용 부담도 덜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ECB 기준금리는 창설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5%로 내려왔다. 영국의 기준금리도 사상 최저치인 0.5%로 하향 조정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ECB가 기준금리를 올해 중반에는 1%까지 낮출 것이며 연말에는 0%대로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가 더이상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경기가 풀리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더이상 금리인하가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금리 인하보다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진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유동성공급 확대 의지"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조치를 금리인하 기조가 중단됐다기보다 유동성공급을 통한 통화완화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경기 침체가 하반기까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지를 남겨두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동결이라고 해서 금리 인하를 멈추는 시그널로 보기는 어렵다"며 "경기가 워낙 안 좋기 때문에 금리인하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되 유동성공급을 통한 `양적 완화' 정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래도 선진국보다는 기준금리의 하한선이 높다"며 "환율 불안이나 물가 상승 우려 등을 감안할 때 대략 1.5%까지는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달에는 속도조절 차원에서 동결한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오는 4~5월에는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발행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 만큼 그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경제 펀더멘털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금리보다는 어떤 유동성공급 정책이 나올지가 시장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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