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깨끗한 선거 후퇴 없다

입력 2009.03.30 (07:19)

수정 2009.03.30 (07:53)

[이세강 해설위원]

‘손발은 묶고 입은 풀자’ 현행 선거관련법을 만들 때 기본 정신을 쉽게 표현한 말입니다. 과거 우리 선거를 주름잡아온 금권, 관권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하고 돈 적게 쓰고 깨끗하게 승부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현행 선거법 가운데서도 과태료 50배 조항이 핵심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합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이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과태료 부과 기준이 획일적이고 액수가 지나치게 많아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직선거법의 벌금형 상한은 500만 원인데 그보다 가벼운 사안에 더 많은 과태료를 내도록 한 것은 과하다고 했습니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자 다음 달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걱정됩니다. 돈 선거를 견제해온 결정적인 장치가 작동되지 않을까하는 우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행 선거법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너무 엄하다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 해왔습니다. 또 현행 선거법의 서슬이 시퍼럴 때도 돈 봉투가 돌려지고 공천 장사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조그만 틈이 큰 둑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현행 선거법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다보니 자유롭고 활발한 선거운동도 제한한다는 불평도 나옵니다. 무소속과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하다고도 합니다. 또 공천 헌금에도 취약합니다. 현행 선거법은 지난 2004년 만들어진 이후 여러차례의 선거를 통해 우리 선거 문화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을 보다 완벽하게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먼저 당사자인 정치권이 앞장서야 합니다. 현재 정가에는 ‘박연차’ 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문젭니다. 다음 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 등 쟁점 법안과 현안으로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습니다.
급하다고 해서 선거관련법이 졸속으로 개정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또 기존 정치권 입맛대로 고쳐지는 것도 곤란합니다. 다른 현안 처리를 위한 협상 카드로 이용돼서는 더 더욱 안 됩니다. 정치인 편의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의 권익과 선진 강국의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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