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황 무풍지대 ‘엄마 마케팅’

입력 2009.04.24 (09:09)

<앵커 멘트>

경기 불황을 비껴가는 몇가지 품목들이 있죠. 대표적인 게 유아용품 아닐까요?

허리 띠를 아무리 졸라매더라도 아이들 먹을거리나 교육 관련해서는 버틸 때까지 버티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일겁니다. 김지영 기자도 그렇죠?

네, 저도 엄마가 돼 보니 그 마음 알겠던데요, 지금같은 불황에도 자녀를 위한 소비의 양과 질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통업체마다 엄마 고객층을 고정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입니다.

불황 속에도 무풍지대인 영,유아용품 시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장난감 매장입니다. 수입 장난감이 많은 이 매장에는 평일 오후에도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로 북적입니다. 장난감 하나의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갖고 노는 모습에 엄마들은 선뜻 지갑을 여는데요.

<인터뷰> 윤영란(주부): "첫 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이가 원하는 것은 (지출을) 줄이지 않고 아이 교육에는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것 같습니다."

지능이나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되고 무독성 원료를 사용했다는 제품들은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지응(장난감 매장 관계자): "(이 장난감은) 저희가 주문 예약을 받아서 판매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는 상품입니다."

자녀들 먹을거리에는 더 신경이 가게 마련, 고가인 유기농 식품 매장에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은희(주부): "요즘 멜라민 등 문제가 많아서 아기들이 먹는 거니까 유기농 제품으로 고르고 있고 아기도 좋아하고 유기농이니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제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매출은 지난해 보다 오히려 50% 정도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전형훈(백화점 관계자): "젊은 어머니 층을 겨냥해서 저희도 상품군을 유아용이나 어린이용 상품으로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유기농 원료로만 만들었다는 이 의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데요.

<현장음> "천연 유기농 목화솜으로 만든 제품이고 염색이라든가 화학처리가 안 돼서 아토피 피부에 좋아요."

최근 엄마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석면 등 유아용품 파문이 일어난 뒤 친환경 유아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홍지연(주부): "저희 아기에게 아토피가 있어서 피부가 민감한데 가격은 부담되지만 여기 제품을 많이 선호하고 있어요."

대형마트에서도 필수소비재인 분유나 기저귀 등 유아 관련 상품이 불황에 관계없이 인기를 얻고 있는 효자 품목입니다.

<인터뷰> 신귀나(주부): "이제 여름이니까 (아이들) 무릎 보호할 수 있는 것, 넘어지면 무릎이 까지니까 (보호대를) 사려고 왔어요."

<인터뷰> 장영미(주부): "아기들 것은 못 아끼죠. 엉덩이가 짓무르면 어떻게 해요. (음식 때문에) 아기 얼굴에 뭐가 나니까 아낄 수가 없죠."

이처럼 다른 소비는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자녀들을 위한 소비는 오히려 성장세인데요, 결국 유통업계는 불황을 모르는 이른바 ‘엄마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여동석(유통업체 관계자):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엄마들이 유아용품에)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아 ‘엄마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고 엄마 마케팅 이후로 매출이 2.5~3.2%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을 고정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회원제를 운영하고,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는데요.

실제로 한 대형마트의 분석 결과, 엄마 회원들의 1인당 평균 구매 단가는 일반 고객보다 2만 원 가까이 많았고, 월평균 구매 금액도 1인당 9만여 원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다보니 병설된 문화센터에 육아, 놀이강좌 등을 전면 배치해 엄마들을 끌어들여 구매로 이끄는 마케팅까지 동원됐습니다.

<인터뷰> 강상미(문화센터 관계자): "강좌도 들으면서 매장 방문 빈도를 높이고 구매로 이어지게 해서 (엄마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김신애(주부): "문화센터와 같이 있어서 문화센터 수업도 받고 또 쿠폰을 활용해 쇼핑하면서 할인도 받을 수 있고 편리하고 좋은 것 같아요."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경기 침체 등으로 영,유아 관련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난 것이 오히려 고급 유아용품 매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는데요, 실제로 수입 유아 명품 매장은 지난해 보다 매출이 20%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한성아(유아명품매장 관계자): "자녀가 하나뿐인 엄마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불황에도 내 자녀에게 만큼은 최고의 것을 주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이 작용한 것 같아요."

다른 건 다 아껴도, 내 자녀에게 만큼은 아낌없이 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 덕분에 유아용품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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