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권력을 잘 못 쓰면

입력 2009.05.01 (07:07)

수정 2009.05.01 (07:16)

[이준삼 해설위원]

과거란 흘러가는 걸까요? 살아 돌아오는 것일까요? 프랑스의 소설 ‘몽테크리스트 백작’은 과거란 결코 죽지 않고 때로는 현재를 얼마나 철저히 파괴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의 떳떳치 못한 과거가 얼마나 가혹한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엿봅니다. 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득의에 찼던 말수도 줄었습니다. 국가를 경영했던 지도자였기에 참으로 민망했습니다. 이를 지켜보고 참담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부끄럽기도 합니다. 검찰 조사와는 상관 없이 그는 이미 국민의 가슴 속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다수가 그가 부인과 조카사위 등이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믿습니다. 유난히 청렴과 도덕을 외친 그였기에 배신과 분노가 가시지 않습니다.
세상엔 괴물이 있어도 그 수가 적어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가장 무서운 괴물은 잘못 쓰는 국가 권력이라고 합니다. 이는 죽어서도 산자를 잡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몸담았던 권세의 크기에 따라 비극의 운명도 비례합니다. 목숨을 잃기도 하고 구속 또는 전 재산을 몰수당하기도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쓰던 표현을 빌리면 이른바 ‘패가망신’입니다. 그는 인사 청탁이나 뇌물을 받는 공직자를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호언했습니다. 현실은 어떻습니까? 형과 친구 그리고 참모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습니다. 이제 그가 살얼음판 위에 서있습니다.
국민은 그가 사법적 절차에 앞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 빌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습니다. 그런 기회는 이미 가버렸습니다. 전직 대통령은 단순한 자연인이 아니라 국가의 보호를 받는 공인 신분입니다.
그는 위기 때마다 특유의 승부수를 띄워 돌파했습니다. 후보 경선 때 장인의 과거 전력과 재임 때 탄핵 결의 등이 그것입니다. 혹시 이번에도 그런 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검찰이 진실 규명에 한 치의 양보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법적 처리는 나중의 논할 일입니다.
산 권력은 강하고 화려하지만 유한합니다. 권력은 잘 못 쓰면 나중에 더 무서운 얼굴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겨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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