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평생 폐지와 고철을 수집해 거액을 모은 50대 노숙자가 주민등록이 없어 은행에 맡긴 돈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 암으로 숨졌습니다.
가슴 아픈 사연, 이인수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주인 잃은 리어카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간신히 몸을 누일만한 컨테이너는 온기를 잃었습니다.
이곳에 살다 최근 암으로 숨진 54살 나해동씨!
나씨는 수십 년간 폐지와 고철을 수집해 돈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홍득영(이웃주민) : "아침 6시에 나가서 밤늦게 8시나 9시에 들어 오셨어요..."
나씨가 금융실명제 실시 전부터 은행에 맡겨온 돈이 1억 2천만 원!
평생 꿈인 내집마련을 위해서였습니다.
<인터뷰> 류준수(광주시 용봉동 주민자치센터) : "보호시설에 들어가라고 해도 자신은 모은 돈이 많다고 거부해..."
하지만, 은행은 최근 신분증이 없는 나씨에게 본인 확인이 어렵다며 돈을 줄 수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30여 년 전부터 떠돌이 생활을 해 주민등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씨의 딱한 사연은 동사무소 직원들에게 알려졌고 법원에 이름을 만들어 달라며 민원을 냈지만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나씨가 지난달 초 병원에서 췌장암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인터뷰> 안병연(고물상 주인) : "동사무소 들렀다가 병원에도 갔죠..얼굴이 너무 안 좋아서 결국, 병을 알아..."
결국, 나씨는 평생 모은 거액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 쓸쓸히 고단한 삶을 마감했습니다.
KBS 뉴스 이인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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