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클볼 공주!’ 日 첫 여자 프로야구 선수

입력 2009.05.10 (09:01)

수정 2009.05.10 (16:29)

<앵커 멘트>

요즘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프로야구가 제철을 맞고 있습니다만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올해 17살의 여고생 요시다 에리 선수인데요. 155센티미터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너클 볼'로 프로무대에서 남자 선수들과 당당하게경쟁하고 있다고 합니다.

'너클 볼의 공주'라 불리는 요시다 에리 선수를 김대홍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일본에서는 이 만화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야구광의 시' (野球狂의 詩 ). 살인자. 고아. 거지...별볼일 없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지만 야구만큼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생역정을 감동적으로 그렸습니다.

특히, 이 주인공들 가운데도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한 선수가 바로 이 여자 투수입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만화속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던 여자 프로야구 선수가 진짜로 일본 프로야구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17살, 고등학교 3학년생입니다. 일본 최초의 여자 프로야구 선수, 요시다 에리.

지난해 12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간사이 독립리그 드래프트 장. '고베 9(나인) 크루즈'는 트패르트 7순위로 요시다 에리 선수를 투수로 지명했습니다.

<인터뷰> 요시다 에리(일본 프로야구 투수) :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기쁘고 저 자신도 놀랍습니다.”

70년을 자랑하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여자 투수가 탄생한 것입니다.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열광했습니다.

<녹취> 요시다 선수 : “너클 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3 여학생을 왜, 일본 프로야구 구단은 투수로 지명한 것일까?

<인터뷰> 나카타 요시히로(감독) : “여자라는 화제성 때문에 지명한 것이 아닙니다. 좋은 실력을 갖췄기 때문에 채용한 것입니다.”

실제로 요시다 선수는 지난해 12월 구단이 실시한 입단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당시 평가에 참가한 프로야구 지망생은 모두 430여명.

1차 피칭때는 자신의 주 무기인 너클 볼로 평가단의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2차 시드배팅 피칭에서는 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3차 모의 테스트에서도 3명의 선수를 모두 3진으로 처리했습니다.

지난달부터 출범한 간사이 독립 리그는 현재 4개팀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일본의 센트럴 리그와 퍼스픽 리그에 비해 선수 층이나 재정면에서는 열악하지만 선수들의 '열의' 하나만큼은 대단합니다.

계약기간 9개월. 연봉 180만엔에 고베 나인 크루즈와 계약한 요시다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기타지마(동료 선수) : “주위에 남자만 있는데도 남자들에게 지지 말자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훌륭합니다.”

오늘은 어깨 근육 강화 훈련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남자에 비해 근력이 약한 요시다 선수에게는 이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타자를 공략할 수 있는 자신의 무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시다 선수의 주특기는 너클 볼입니다. 흔들 흔들 날아가다 툭 떨어지는요시다 선수의 공은 남자 프로야구 선수들도 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요시다 선수가 프로 야구무대에 설 수 었었던 것도 바로 이 너클볼 때문입니다.

<인터뷰> 나카타 (고베 9 크루즈 감독) : “요시다 선수는 독특한 너클볼, 흔들리면서 떨어지는 공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런 특수한 볼 때문에 여자지만 투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시다 선수가 '너클 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중학교 3학년 때 미국 보스턴의 웨이크 필드 선수가 너클볼을 던지는 것을 보고 나섭니다.

드디어 간사이 독립 리그가 출범했습니다. 요시다 선수는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등판했습니다. 첫번째 공은 인코스. 포볼로 주자를 내보냅니다.
너클볼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스트라이크 3개로 간단히 타자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요시다 선수 : “첫 경기에서 이긴 것은 기쁘지만 내용은 솔직히 맘에 들지 않아요.”

요시다 선수는 이제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경기장 주변에는 요시다 선수를 보기위해 언제나 미래의 꿈나무들이 모입니다.

<녹취> 중학생(시민) : “(요시다 선수를 알고 계십니까?") 네, 너클볼..귀여워요”

<녹취> 중학생(시민) : “(요시다 선수를 알고 계십니까?") 귀여워요”

요시다 선수는 1992년 일본 가나가와 현에서 태어났습니다. 야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2살 많은 오빠가 야구를 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자기도 따라 했다고 말합니다.

중학교에서는 주전 1루수로 활약했고 고등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수의 길을 걸었습니다.

<인터뷰> 신재경(교토 소우세이 대학 교수) : “이 학생을 통해 일본의 독립 리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사실.. 또 여자지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화제성이 많습니다.”

운동복 대신 치마를 입은 요시다 선수가 학교를 찾았습니다. 올해 17살의 요시다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하지만 고베에 있는 프로 야구 구단에 입단하면서부터 정상적인 공부는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방송 통신 고등학교로 아예 전학을 한 것입니다.

<인터뷰> 요시다 : “고베에는 친구가 한명도 없는데 앞으로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너클 볼의 공주라는 요시다 선수에게는 아직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프로 무대에서 오래 버티려면 좀 더 강한 너클 볼을 던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다이도(투수 코치): “공의 속도도 과제입니다. 너클 볼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지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져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과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시다 선수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기로만 인식돼온 프로야구 무대에서 여자도 당당히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첫 여자 선수, 요시다 에리가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앵커 멘트>

37조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자신은 평범한 중산층의 집에 사는세계 최고의 부자, 워렌 버핏. 정말 대단하죠.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미국이 많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슈퍼 파워의 위치를 지켜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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