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부자’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은?

입력 2009.05.10 (09:01)

<앵커 멘트>

지난 주말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달인 워렌 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특히 경기불황에, 신종 플루의 전염 공포까지 겹쳤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43개 나라에서 3만 5천여 명이 이 주총장에 몰려 들었는데요. 

그들은 무엇을 듣기 위해 오마하를 찾았고, 또 버핏은 어떻게 그들을 사로잡았는지, 황상무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햇살이 아직 푸른 이른 아침..인구 30여 만 명의 작은 도시에 천미터가 넘는 긴 줄이 섰습니다.

투자의 달인 워렌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인터뷰>파커(일리노이 시민) : “이곳에 오게 되서 너무 좋습니다. 버핏이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향후 경제 전망은 어떤지 배울 수 있으니까요.”

거대한 체육관을 가득 메운 인파는 무려 3만 5천여 명... 세계 43개 나라에서 참석했습니다.

<인터뷰>수잔 하르(룩셈부르크인) : “저는 룩셈부르크에서 왔는데요, 처음 뉴욕에 와서 특별히 오마하의 주총에까지 오게 된 것ㅂ니다. 정말 흥분되고 매력적이예요”

빌 게이츠 등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78살의 버핏은 84살의 찰스멍거 부회장과 함께 무려 6시간 동안 주주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습니다.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촬영이나 녹음은 일절 금지됐지만, 주가폭락에 따른 일부의 소동 우려에도 불구하고내내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인터뷰>에드워드 로스(오하이오 시민) : “정말 굉장합니다. 우리는 정말 워렌과 찰리가 겸손한 태도로 얘기해 주는 재산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즐겼습니다. 이런 난세에 사람들의 정직함과 솔직함은 훌륭합니다.”

안에서의 진지했던 모습과 달리 버핏은 회의장 밖에서 편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녹취>워렌 버핏 : “(오늘 어떠세요?) 아주 좋네요.. 좀 외롭기도 한데요.”

자신의 35개 회사 상품을 나열한 전시장을 돌며, 판매원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즉석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습니다.


회고록을 낸 빌 게이츠 아버지를 찾아 즐겁게 환담을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일할 때는 진지하고, 그 밖에선 지극히 소탈한 버핏의 이런 모습은 주총기간 내내 이어졌습니다.

버핏은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포커게임을 즐기는 등 평범한 모습을 보 여줌으로써, 세계 최고의 부자나 투자가의 모습으로서가 아닌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섰습니다.

오마하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그의 집은 세계 최고의 부자의 집과는 너무나 거리가 멉니다. 평범한 미국 중산층들의 집에 불과한데다 울타리조차 없는 마당에는 낡고 값싼 승용차가 한대 서 있을 뿐입니다.

<녹취>수지 버핏(워렌버핏 큰 딸) : “정말 좋은 아버지입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하시고요, 저는 이것이 아버지가 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미국 중부의 작은 도시 오마하는 사실상 버핏이 먹여 살린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가구와 보석산업이 모두 워렌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출자 회사들입니다.

주주총회 사흘간은 오마하의 최대 축제기간으로 주주들을 상대로 한 할인판매는 이들을 열광케 하는 대목입니다.

<녹취>수잔 놀런(캔자스 거주) : “당연히 보석을 사야죠. 기자양반은 이런 아름다운 여성에게 안 사 주겠어요?”

1년 매출의 1/3이 바로 이 주주총회 기간에 일어날 정도입니다.

<인터뷰>안드리안 페이(판매이사) : “주총기간은 거대한 세일즈 기회입니다. 주총 전후 일주일은 정말 중요한 시기로 우리에겐 제 2의 크리스마스죠”

그래서 오마하 시민들은 일년 내내 주주총회를 준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돕니다.

<녹취>로버트 배트(가구점 대표) : “이번 주를 위해 일년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주총이 끝나자 바로 회의를 갖고 뭘 잘했고 뭘 잘못했는지 점검하고 올해는 뭘 달리 할지 구상했죠. 꼬박 일년을 보냈습니다.”

가구와 보석 두 산업은 버핏의 경영철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두 회사 모두 최고 경영자는 학력이나 배경도 없는 가난한 이민자 출신이었습니다.

버핏은 이들이 일하는 모습에서 열정과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리곤 이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전적으로 일을 맡겼습니다.

<인터뷰>수잔 자끄(보석회사 대표) : “우리 사업은 신뢰에 기초하고 있어요. 정직과 성실이 전부이고, 그리고 이건 대단한 명성입니다. 저는 이것들을 전적으로 믿는답니다.”

주총 다음날 방송인터뷰.... 각국의 방송카메라가 일렬로 늘어선 가운데, 버핏은 각 카메라 앞에 직접 다가가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모든 방송사에 독점 인터뷰를 제공해 주는 <고객만족의 세일즈>를 인터뷰에도 적용한 것입니다.

<녹취>워렌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 “재미있는 건데요, 뒷면에는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써 있고 앞에는 연방준비위원회라고 써 있죠. 이게 우리는 연방준비위를 믿는다 이렇게 돼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믿는 것은 연방준비위잖아요”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경제를 낙관한다며 한국투자를 더욱 늘릴 생각임을 밝혔습니다.

<녹취>워렌 버핏 : “한국기업들은 훌륭합니다. 우리는 포스코 주식을 갖고 있고 몇달 전에도 포스코 발행 채권을 샀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국)회사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회사의 순익에 영향을 줄 큰 기업이 필요하거든요”

한국 주식을 적절한 가격에 사면 큰 돈을 번다는 말도 했습니다.

<녹취> 워렌 버핏 : “기본적으로 한국 주식을 적절한 가격에 사면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40여 년전 10달러에 불과했던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은 재작년 15만 천 달러를 넘어섰고, 금융위기 한파로 주가가 떨어진 지금도 여전히 한 주당 1억원이 넘는 세계 유일의 황금주입니다.

지난해 버핏은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1위 부자로 올라섰습니다. 기업의 겉모습이 아니 내재적 가치,즉 성장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그의 투자철학이, 세계 제일의 부자로 만든 것입니다.

<녹취> 워렌 버핏 : “우리는 전문가입니다. 매 주 오륙십시간을 증권분석에 쏟습니다. 모든 기사를 살펴보죠. 만약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면, 그들은 목표한 주식을 사게 될 겁니다.”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비켜 가지는 못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해 순익은 50억 달러에도 못미쳐 한 해전의 절반수준으로 추락했고, 주가는 불과 1여년 만에 1/3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버핏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손실을 입은 것을 고백했습니다. 지난해 주당 순익은 3,224 달러로 4% 정도에 그쳤고, 올 1분기 순익 역시 17억 달러로 한해 전보다 11%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뉴욕증시의 평균 수익률이 -37%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의 투자전문가라는 그의 지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녹취>워렌 버핏 : “투자는 간단하지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감정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주식이 오르면 열광하고 떨어지면 침울해지는데, 감정을 배제하고 좋은 주식에 단순하게 붙어 있어야 합니다.”

재작년 워렌버핏은 44조원 대의 자신의 재산 85%를 빌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부자면서도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탁월하고 해박한 식견... 주주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그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부르기 시작했고, 매년 이 살아있는 성인의 말을 듣기 위해 구름처럼 모이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