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빅뱅’ 속 생존 조건

입력 2009.05.11 (07:10)

수정 2009.05.11 (07:16)

[정필모 해설위원]

세계 자동차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자동차 생산업체 ‘빅3’의 쇠퇴를 계기로 업체 간의 인수 합병 경쟁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자동차 생산업체 가운데 5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불과 몇 년 전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자동차가 주력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우리나라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 진전입니다. 이는 생존 위기에 몰린 GM대우와 쌍용차 등 2개 업체의 운명은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빅뱅’의 중심은 유럽 업체들입니다. 독일 폭스바겐의 포르쉐 합병, 이탈리아 피아트의 크라이슬러와 오펠 인수 추진, 그리고 프랑스 르노의 새턴 인수 타진 등이 바로 그런 사례들입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의 지리자동차도 볼보와 사브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자동차업계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여기에는 국가 차원의 뒷받침도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나라들이 자동차산업의 인수 합병 지원에 나서는 이윱니다. 자동차산업은 기계에서 전자에 이르기까지 산업연관 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입니다. 그만큼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라는 얘깁니다. 비록 해외에서 조립 공정이 이뤄지더라도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하면 생산과 고용 유발효과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형편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악화돼 있습니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의 경우 이제 생존 여부는 중국 측 대주주와 노조, 채권단이 부족한 자금 확보와 남아도는 인력 조정에 어떻게 합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GM대우는 대주주인 미국 GM 본사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간에 이뤄지고 있는 자금 지원방식에 대한 협상 결과에 운명을 맡겨 놓고 있는 처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명운이 두 업체의 생존 여부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빅뱅’의 와중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보다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합니다. 국내외 인수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동차업계 스스로의 노력과 함께 산업정책 차원에서 정부 당국의 지원과 협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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