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강화책 ‘사교육 열풍’ 제압할까?

입력 2009.06.03 (19:19)

교육과학기술부가 3일 외고·과학고 등의 특수목적고 입시 규제, 단위학교 자율성 확대, 온·오프라인 학원시장 규제 등을 골자로 한 사교육 경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교육당국은 사교육 주범인 특목고 입시와 학원시장을 직접 겨냥하면서 공교육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대입제도 개선과 같은 핵심적 대책이 빠졌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 "특목고 규제로 사교육 잡겠다" = 교육당국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인 특목고 입시와 학원시장을 직접 규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외고, 과학고 입시에 대해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를 금지하고 고교 입학전형의 중학교 교육과정 범위 내 출제를 법제화하기로 한 것도 새로운 사교육 경감 대책이다.
과학고 입시에서 경시대회 및 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없애고 입학사정관 및 과학캠프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특목고 입시에 제법 큰 변화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련의 공교육 강화정책들은 사교육을 직접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선발·배치, 교육방송(EBS) 무료 영어 학습 서비스 강화, 영어수업 전용공간 설치 등은 당장 영어 사교육을 일정 부분 대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엇보다 학원영업에 대한 신고포상금제(일명 `학파라치')의 본격적 도입은 사교육의 주점인 오프라인 학원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과부 관계자는 "기초학력미달자 중점지원 방안 등 처음 시도되는 대책들이 많다"며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된다면 충분히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과도한 사교육도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류만 많을 뿐 규제수준 낮아" = 그러나 이번 대책도 `대입제도와 학력평가방식의 개선'이라는 핵심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몇 가지 전형방식의 변경만으로 `특목고용 사교육'을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학교수업이 입시위주로 운영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에서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나온 학교 자율화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시장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온라인 교육기관의 `비싼' 수강료를 제한하겠다는 방침 역시 온라인 강좌가 오프라인 강좌에 비해 2∼5배가량 저렴한 현실에서 도입논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과교실제, 영어교육 강화방안 등은 과거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며 반복적으로 시도해본 정책과 비슷하거나 비용 조달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대입 등 근본 문제 손질해야" = 교원단체와 상당수 교사는 이번 정부발표에 대해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 일선 교사는 "내신성적을 위한 과외와 특목고 입시를 위한 선행학습 등 사교육비를 촉발하는 원인은 결국 대입경쟁으로 귀결된다"며 "대입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는 사교육 경감 대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공동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공교육강화 정책들도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같은 획일적 학생평가방식으로는 사교육시장을 결코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 해소와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아무래도 미흡하다"고 평가했고, 전교조의 엄민용 대변인도 "사교육 시장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해 실질적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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