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 탈북자가 사망한 동생과 함께 부어 온 만기적금을 찾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은행에서 북한에 있는 부모에게 상속권이 있다며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이수정 기자가 이 안타까운 사정을 소개합니다.
<리포트>
3년 전 탈북한 28살 문모 씨는 앞서 탈북한 동생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형제는 밤낮으로 악착같이 일을 해 함께 적금을 부었고, 3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적금 만기를 두 달 앞두고 동생이 갑자기 숨지면서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적금 명의가 숨진 동생으로 돼있기 때문에, 문 씨가 아닌 북한에 있는 부모에게 우선 상속권이 있다며 은행이 적금 지급을 거절한 겁니다. 그리곤 적금을 법원에 공탁해버렸습니다.
북한에 있는 부모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녹취> 문 씨: "사망했다는 증명서를 가져오래요. 진짜 목숨을 던지라는 소리랑 마찬가지죠, 사망진단서를 떼오라고 하면."
문 씨는 은행과 금융위원회에 청원서를 내고 통일부와 북한탈북자후원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책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녹취> 통일부: "북한에 우선 법적 상속권자이 있는 상황에서 남한에 있는 차순위 상속권자에게 상속권을 넘기는 것은 현행법에 반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사고로 숨진 한 탈북자의 유족 보상금을 북한의 처와 부모가 아닌 남한에서 함께 살던 자매에게 지급한 경우가 있습니다.
현행법상으로는 지급이 불가능했지만, 현실적으로 여동생이 실질적인 유족이라고 판단해 선처했기 때문입니다.
KBS 뉴스 이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