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임시국회, 타협정치 실종

입력 2009.06.26 (07:08)

수정 2009.06.26 (07:10)

[정혜승 해설위원]

때이른 불볕더위로 심신이 지쳐가는 요즘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그렇습니다. 임시국회 개회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은 오늘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 개회를 선언하고 모든 상임위원회를 열어 비정규직 법과 미디어 관련 법안 등을 심의 처리한다는 방침인 반면 민주당은 국회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점거한 채 사생결단의 각오로 국회 개회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법을 다룰 문방위는 농성에 참가한 민주당소속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와 단식, 삭발 등 초강경 카드까지 거론할 정도로 결사항전 태셉니다. 여야 간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협상하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회의장이 나서 타협점을 찾으려 했지만 이 역시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났습니다. 보다 못한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국민 분노가 폭발해 국회해산 요구가 나오기 전에 개회식이라도 해야 한다.”며 요즘 국회 때문에 부끄러워 색안경을 끼고 다닌다고 질타할 정돕니다.
최근 한 민간 경제 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이념 갈등과 노사 대립 등 각종 사회 갈등으로 매년 GDP, 국민 총생산의 27%, 국민 1인당 5천 달러 이상의 소득을 날려버리고 있다는 통계치를 내놨습니다. 27개 경제 협력 개발기구 회원국가운데 터키와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사회적 갈등이 네 번째로 많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국회 안에서 치유하려고 노력해야할 의원들이 서로 남 탓만 하며 갈등을 키우는 것을 보면 이러한 수치가 더욱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국민들은 지난해 연말과 올 2월에 이어 '3차 입법전쟁'이 또 다시 재연될까 국회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이 발휘돼야 할 시점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여야 지도부가 물밑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융통성을 발휘해야할 땝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여당이나 무조건 반대하려는 야당 모두 한발 물러서 차선책이라도 마련해 주길 기대합니다.
전직 국회의장이 이미 버린 자식 이라고 말한 18대 국회의 공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인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지 오랩니다. 싸움만 하는 국회가 부끄러워 색안경을 끼고 싶은 심정은 전직 국회의장이나 국민들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정치권은 바로 인식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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