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학원 대신 가는 주민센터 무료 공부방!

입력 2009.06.26 (09:00)

<앵커 멘트>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서 사교육은 꿈도 못 꾸는 가정도 주위에 많죠.

친구들은 다 학원 다니고 과외받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아이들 마음도 상처를 받을 겁니다. 박석호 기자, 그런데 이런 학생들을 위한 무료 과외가 인기라고요?

<리포트>

그렇습니다. 과거의 동사무소가 지금은 주민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죠? 이 주민센터에서 이런 무료 과외가 이뤄져 반응이 좋습니다. 함께 보시죠.

수업이 한창인 한 공부방입니다. 학생 수가 많지 않으니 수업 분위기가 친근합니다. 모르면 바로바로 물어볼 수도 있고, 선생님의 설명도 자상합니다.

<현장음> "여기서 이 두 식을 각각 대입했을 때 a와 b에 대한 연립 방정식을 구할 수 있지."

수업이 이뤄지는 장소는 다름 아닌 주민센터입니다. 집안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쳐줍니다. 벌써 3년째, 교육비는 전액 무룝니다.

<인터뷰>정영자(중계 2동,3동 주민센터 주민생활지원 팀장): "공부를 열심히 하면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제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더 이상 부럽지 않습니다.

<인터뷰> 최OO(중학교 1학년): "집안 형편이 좋은 편도 아니고 학원은 제가 다니기 싫었어요. 일반 선생님들은 학생이 많으니까 관심을 잘 안 가져 주는데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요."

<인터뷰> 이OO(중학교 2학년): "과외 하는 방식 같아서 좋아요. 세세하게 선생님이 다 신경 써주시니까 몰랐던 것도 더 질문할 수 있고 그럼 학교에 가서 도움이 되고..."

수업은 대부분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합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지원했습니다.

<인터뷰> 조은솔(공부방 선생님): "기초부터 가르쳐 주려고 노력을 하니까... 자신감을 잃지 말고 이런 기회를 통해서 자기도 사회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영어 회화 수업에는 원어민 선생님까지 모셨으니 비싼 학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은 자신감까지 생겼습니다.

<인터뷰> 장OO(초등학교 5학년): "(영어로) 말하기를 잘 못할 것 같고 공부 따라가는 걸 잘 못할 것 같아서 걱정했었어요. (영어) 말하기도 이제 자신감이 있고 잘하게 됐어요."

행정업무나 처리하던 주민센터가 이렇게 소외계층 학생들까지 배려하면서 주민들과의 거리도 한결 가까워졌습니다. 주민센터로서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인터뷰> 이정해(금호 4가동 주민센터장):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공부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부모님들 반응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학과 수업뿐만 아니라 예체능 수업까지도 주민센터에서 이뤄집니다. 학생들의 체력은 물론 끈기와 자신감도 키우는 인성 교육의 효과가 있습니다.

<인터뷰> 김OO(초등학교 3학년): "태권도는 나쁜 사람 물리칠 수도 있고 몸이 더 건강해지고 학교에서 운동, 체육 등을 할 때 선생님한테 칭찬을 많이 들어요."

1년 운영비 1300만원 가운데 4,5백만 원은 후원금으로 충당됩니다. 자생적인 일반 공부방이 후원자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문닫는 일이 많지만, 주민센터 공부방은후원 덕분에 운영도 안정적입니다.

<인터뷰> 송규길(후원기관 관계자): "많은 지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지원받는 학생들에게 성과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흡족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1년에 한번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학업 성취도까지 점검합니다. 전시 행정이 아니라 정말로 내실 있는 교육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립니다.

<인터뷰> 이영자(서울 성수동): "저는 진짜 정말 고마워해요. 수강료도 안 들죠. 선생님 사랑 듬뿍 받죠. 그 이상 뭘 더 바라겠어요. 그 정도로 좋아요. 한 마디로... 너무 감사합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료 공부방. 주민센터가 나서면서 새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