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40대 여성, “납치됐다” 통화 후 실종

입력 2009.06.26 (09:00)

수정 2009.06.26 (09:10)

<앵커 멘트>

충북 청원에서 한 40대 여성이 일주일째 실종됐습니다. 유일한 단서는 알고 지내던 남성에게 납치됐다는 한통의 전화입니다. 최서희 기자!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리포트>

용의자가 누군지는 거의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행방이 묘연합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 납치 당일 이 여성은 경북 울진 인근에 있었고 용의자는 이튿날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지역에서 검문검색으로 용의자를 발견하고도 놓쳤습니다.

자세한 사건내용, 취재했습니다.

충북 청원의 한 아파트 현관으로 40대 남녀가 걸어 나옵니다. 화면 속의 이 40대 여성 안모씨는 화면에 보이는 남성과 함께 지난 20일 새벽 집을 나간 뒤 행방불명됐는데요.

안씨가 집을 나선지 10시간 뒤, 안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납치 사실을 알려왔습니다.

<인터뷰> 실종된 안모 씨 딸(음성변조) : "엄마야 납치됐어. (홍모 씨가) 베란다 타고 들어왔어. (지금) 영덕이야. 빨리 와 (하고) 뚝. 끊으시더라고요. 다시 전화를 했어요. 근데 사람이, 엄마가 말을 못해요. 엄마, (홍씨) 옆에 있어? 어. 옆에 있데요. (홍씨가) 듣고 있어? 듣고 있데요. 엄마 지금 신고해? 어. 그 한마디 들었어요."

안씨가 납치당했다고 한 사람은 2달 전 안씨가 우연히 알게 된 홍모 씨. 이후 홍씨는 안씨에게 스토커에 가까운 집착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실종된 안모 씨 딸(음성변조) : "(홍씨가) 너무 싫고 무섭대요. 너무 무서워서 못 살겠대요. 진짜로. 그날(실종 전날)도 10시 15분 되니까 전화가 왔어요. 엄마가 숨죽이면서 저사람(홍씨) 또 문 열고 있데요."

사건 당일에도 홍씨는 가스배관을 타고 안씨의 집에 몰래 들어왔다고 하는데요.

엄마의 전화를 받은 딸은 그 즉시 경찰에 납치 신고를 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느긋했습니다.

<인터뷰> 실종된 안모 씨 딸(음성변조) : "경찰서에서는 그랬어요. 그 사람(용의자 홍모씨)이랑 통화했는데 청주 올라온다고 했대요. 경찰서에서는 솔직히 그렇죠. 연인들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자정이 넘도록 안씨와 홍씨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은 그제야 딸의 신고 전화내용을 근거로 CCTV 속에 찍힌 홍모씨의 추적에 나섰는데요. 확인 결과, 두 사람은 실종 당일 점심 무렵 홍 씨의 어머니가 있는 경북 청송의 한 요양원에 왔다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여인은 차 안에서 주차장에 있었고 (홍모씨) 모친이 10분 면회하고 갈 때 보니까 홍 씨가 앞좌석에 앉아 있더랍니다. 그래서 모친 얘기로는 서로 목례만 했다고 합니다."

요양원을 떠난 이들은 경북 영덕과 영양, 울진 등지에서 휴대전화 위치가 감지됐는데요. 경찰은 이 지역 5개 경찰서와 공조수사를 벌이며 용의자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용의차량이 찍힌) CCTV는 지금 우리가 계속 여기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청에서 통제를 다 하고 전국 지방청 전국 경찰서에 공조수사 차원에서..."

그런데 실종 다음날인 21일 새벽, 울진의 한 야산에서 안씨의 납치 용의자인 홍모씨로부터 또 한 번의 연락이 왔다는데요.

<인터뷰> 실종된 안모 씨 딸(음성변조) : "(밤)12시 47분에요. (홍씨에게) 전화가 왔어요. 어! 청주 오시는 거예요? 하니까, 아니. 나 들어가면 징역 10년이야. 안가. 나 엄마랑 끝까지 함께 할 거고, 내가 엄마 손목도 긋고 내 손목도 그었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니까) 어. (전화) 연결이 잘 안되지? 여기가 좀 안 될 거야."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인근 야산과 저수지 등을 수색했지만 안 씨와 용의자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는데요. 다만 21일 오후 울진의 한 농협에서 용의자가 현금을 인출한 흔적이 포착됐습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실종 다음날)아침에 (용의 차량이) 영양에서 울진 방면으로 가는 CCTV 확인했고 그날 점심때쯤에 현금 인출을 한 겁니다."

이후 경찰은 수배 전단을 만들어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또 한 번의 수사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울진의 한 검문 검색 과정에서 용의자 홍씨를 발견했지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용의자가 달아난 겁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용의자가 (22일) 강원도로 가는 버스에서 검문검색에 걸렸다고 그러던데요? 그런데 놓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그거는 인상착의가 뭐 비슷해서 검문을 하긴 한 건데.."

안씨가 납치, 실종 된 지 벌써 일주일 째. 하지만 현재 경찰은 안씨의 행방은 물론 생사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관할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휴대전화라든지 우리가 확인된 경로 집중적으로 수색을 합니다. 피해자를 찾기 위해 차하고 피해자를 찾아야 되니까."

실종된 안씨는 남편과 이혼 한 뒤 청원에서 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주변 사람들은 실종된 안씨와 납치 용의자로 지목된 홍씨 두 사람이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남자도 뒷일 같은 거 있잖아요. 지저분한 거 청소도 하고 그리고 바쁘면 같이 거들어주고 했어요. 사람이 굉장히 온순하고 내가 보기에는. 그래서 사람 참 괜찮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지만 안씨의 딸은 일방적인 홍모씨의 집착으로 인해 안씨가 매우 힘들어했다고 하는데요. 결혼을 해달라며 홍씨가 써서 보낸 혈서까지 있었습니다.

<인터뷰> 실종된 안모 씨 딸(음성변조) : "A4 용지에 피를 하면 잘 안 먹잖아요. 화선지에 써왔어요. 많이 써 본 사람처럼."

안씨의 딸은 그저 엄마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는데요.

<인터뷰> 실종된 안모 씨 딸(음성변조) : "22일 날 (용의자 혼자) 시외버스에 타는 거 나왔잖아요. 그리고 CCTV에 있던 옷이랑 그때 옷이랑 달라요. 근데 혼자예요. 그럼 저희 엄마는 어디 있냐는 거죠."

현재 5개 경찰서가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은 용의자가 납치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추적하는 등 두 사람의 흔적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