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고 업체 “우리도 큰 고통”

입력 2009.07.04 (11:08)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무산으로 기간제 근로자들을 해고한 기업체들도 해고 근로자들 못지 않게 고충을 토로하며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4일 경기도내 A은행에 따르면 전체 직원이 210여명인 이 은행은 지난 1일자로 기간제 근로자 38명중 근무기간이 2년이 된 3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18명에게는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나머지 17명의 기간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지만 순차적으로 해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 측은 해고 직원들이 담당하던 창구 업무를 정규직 직원들에게 임시로 맡겼다.
이와 관련해 은행 인사관리 담당자는 "부적격자를 퇴출시키는 것도 아니고 유능한 창구 직원들을 한꺼번에 퇴사시킨다는 것이 당사자들에게는 당연히 말할 수 없는 아픔이지만 회사에도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구 직원들이 일시에 대폭 감소하면서 다른 직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져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남아 있는 기간제 근로자들은 불안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이들과 함께 일하는 정규직 직원들 역시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새로운 계약직 직원을 채용해 교육을 시키더라도 해고된 직원들의 업무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손실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직원은 "지난 1일 해고를 통보하면서 통보받는 직원도 울었고, 통보하는 회사 관계자들도 울었다"며 "이런 짓을 앞으로 또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로서는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회사는 앞으로 기간제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최대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해서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해 혼란을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기간제 근로자 문제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미리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왜 사용자도 근로자도 힘들어 하는 이런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기업체와 근로자가 모두 웃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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