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주 여성들 가족 상봉…“보고 싶었어요”

입력 2009.07.07 (09:01)

<앵커 멘트>

가족과 떨어져 지낸 경험 있는 분들은 다 아실 텐데요. 정말 보고 싶어서 못 견디잖아요.

네. 서울과 지방의 거리만 해도 그런데, 특히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시집온 여성들은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을까요.

박석호 기자, 이런 분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고 하죠?

<리포트>

네. 지난 주, 외국에 있는 친정 부모님들이 사돈의 나라인 한국을 찾았습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만에 만난 가족도 있었습니다. 함께 보시죠.

이른 아침 인천국제공항입니다. 바다 건너 먼 고향에서 가족들이 온다기에 밤잠을 설쳤습니다.

<인터뷰> 엘비라벨리안웨(필리핀) : “아버지하고 동생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엄청 좋아요. 많이 좋아요.”

그립던 가족을 껴안는 순간, 결국 눈물이 쏟아집니다. 전남 함평으로 시집온 이 태국 여성도 5년 만에 만난 어머니를 끌어안았습니다.

<인터뷰> 말라트시아노(태국) : “엄마 만나서 정말 행복합니다.”

시집 보낸 딸만큼이나 처음 보는 외손자, 외손녀도 반갑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를 친정 부모님께 안겨 드리는 것도 처음입니다.

행정안전부와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이 이주 여성의 부모님을 초청한 행사,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 모두 80여 명의 가족이 사돈의 나라 한국을 찾았습니다. 멀리서 오신 부모님을 위해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한 터라 딸이 시집온 나라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모이운댕(태국) : “가슴이 쿵쾅쿵쾅하고 재미있어요.”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에 어색해하던 사위들도 어느새 분위기를 맞춥니다.

<인터뷰> 김덕만(경북 영주시) : “진짜 이런 행사가 있으니까 만나지 안 그러면 만나지 못하거든요. 고마워요.”

즐거워하는 어르신들 모습에 딸과 사위도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을 얼마나 그리워했던지, 또 한 번 눈물이 맺힙니다.

<인터뷰> 누엔티충(베트남) : “한국 와서 딸을 보니까 너무 좋아요. 그런데 이제 집에 가면 손녀가 또 보고 싶을 것 같아서 슬퍼요.”

공식 행사가 끝나고 이제 가족들끼리의 시간. 본격적으로 사위가 장인장모님께 효도를 할 시간입니다. 4년 전 결혼식을 올린 김대희 씨는 베트남에서 온 처가 식구를 모시고 유람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김대희(충북 단양군) : “한국에 또 언제 오실지 제가 언제 베트남에 갈지 모르니까 가시기 전에 좋은 추억 가슴에 담아서 가시라고 모시고 나오게 됐어요.”

주변 경관도 이채롭지만, 사위와 함께 하는 첫 가족여행이기에 더 신이 납니다.

<현장음> “베트남에 가면 친구한테 한국에서 어디 갔는지 뭐했는지 자랑하려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한 가족이 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 운데이쿵(베트남) : “딸이 여기 시집올 때 어떻게 생활할 지도 모르겠고, 눈에 안 보이고 너무 멀리 있어서 걱정했는데 여기 와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까 기뻐요. 사돈에게 감사드립니다.”

사돈이 함께 하는 식사, 저녁 밥상이 더 푸짐해졌습니다.

<현장음> “드십시오.”

<현장음> “감사합니다.”

멀리서 오신 손님을 위해 며느리의 고향, 베트남 음식으로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인터뷰> 타트티옥로안(충북 단양군) : “가족하고 매일 이렇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맛있어요.”

뭐든지 잘하는 베트남 며느리가 예쁘기만 하다는 시어머니는 헤어질 시간을 앞둔 며느리의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인터뷰> 김윤옥(시어머니) : “얼마나 보고 싶겠어요. 남의 나라 와서 있으니 보고 싶고 말고... 말도 못하죠.”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제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 일주일이 왜 이리 짧은지, 가족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타트티옥로안(충북 단양군) : “엄마 아빠 옆에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가서 몸조심 하시고 제가 놀러갈게요.”

하루라도 잊어본 적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희망으로 텅 빈 가슴을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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